젤렌스키 “러, 영토 반환 수용할 경우 대화하겠다”…협상 가능성 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영토 반환 등의 조건을 수용할 경우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러시아의 유엔 헌장 존중, 전쟁 피해 배상, 전쟁 범죄자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을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 조건으로 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화 가능성을 열었지만 이같은 전제는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요구는 러시아가 합병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반환하라는 뜻으로,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AP 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 자체만으로도 기존의 태도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평화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협상을 촉구한 미국의 설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이날 COP27 정상회의 연설에서 기후변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쟁은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면서 “수십 개국이 자국민의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석탄 화력 발전을 재개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의 고의적 조치로 에너지 가격이 충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유럽국가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축소나 차단을 통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COP2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의 연설 중 가장 큰 호평을 받은 연설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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