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하원 탈환 땐…대북인권서 목소리, IRA 개정은 불투명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탈환이 유력해졌다. 현지시간 9일 오전 현재 개표 상황에서 공화당이 하원(총 435석) 과반 의석인 218석 확보에 민주당보다 더 근접했다. 현재 민주당 220석과 공화당 212석의 하원 의석 분포는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의회 권력의 핵심축인 하원을 공화당에 내어줄 경우 각종 입법에서 제약이 불가피하다. 이번 중간선거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판세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었지만, 하원 권력을 장악한 공화당은 국내 문제를 넘어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도 일정 부분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 중간선거가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한국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북핵 원칙론’ 속 인권 드라이브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할 경우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마이클 맥콜 의원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필요성을 강조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나약하다”고 비판해 왔다. 맥콜 의원은 특히 지난 3일엔 “바이든 정부가 핵과 ICBM을 통한 호전성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줄 때까지 북한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라며 보다 선명한 대북 압박을 요구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국면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년간 추구했던 대북정책의 핵심 원칙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해선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무력 도발에 맞서 독자 제재를 강화하는 대북 원칙론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공화당의 대북 접근법과 큰 차이가 없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원칙론과 강경론을 중심에 둔 대북정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 권력 변화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접근법 자체가 바뀌거나 큰 변화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RA 개정·폐기 어려울 듯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메이드 인 어메리카(Made in America)’ 조항에 대해선 공화당 역시 문제삼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실제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IRA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했지만, 그 이유는 IRA에 포함된 국세청(IRS) 예산 800억 달러가 세무조사에 나설 직원 약 8만명을 고용하려는 목적이란 이유였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케빈 브래디 의원 역시 IRA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이 역시 전기차 보조금이 아닌 IRA 내의 의약품 가격 조항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또 중간선거 이후엔 2024년 대선을 의식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쟁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무엇보다 상·하원에서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IRA 개정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화당이 IRA에 반대표를 던진 건 법인세 인상과 기후변화 대응 등의 조항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고 북미에서의 최종 조립 조건은 공화당 역시 찬성 기류가 지배적”이라며 “미 의회는 전통적으로 다수당이 된다 해서 이전 의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통째로 폐기하는 경우는 드물고, 공화당이 전기차 세액공제 문제를 손보기 위해 주도적으로 IRA 개정에 나서는 상황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 격화, 韓 ‘선택 압박’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미 CNN 방송 인터뷰를 통해 “공화당은 중국의 군사·경제적 위협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공화당이) 하원을 차지하면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백지수표를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이번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도록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경쟁이 격화할수록 한국에도 여파가 미친다. 선택의 압박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포괄 동맹’으로 격상키로 하는 등 표면상 미·중 경쟁 속 외교의 무게추를 상당 부분 미국 쪽으로 옮긴 상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 역시 주요 과제에 해당한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화당의 영향력이 강해지며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해 중국과의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호주는 미·중 경쟁 속 전략적 선택을 통해 노선을 분명히 하고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 역시 미·중 관계 속에서 보다 선명한 입장을 드러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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