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인플레 심판' 하원에만 통했다…상원은 초박빙 승부
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기대했던 '붉은 물결'은 일지 않았다. 미국 동부시간 9일 오전 7시 현재 상원과 하원을 어느 당이 통제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공화당이 갖고 있던 상원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의석을 민주당이 빼앗으며 일부 수성에 성공했다. 하원은 공화당이 앞서고 있지만, 상원은 초박빙 혼전 중이다.
CNN방송 집계에 따르면 하원에선 공화당이 199석, 민주당이 178석을 확보했다. 전체 435석 가운데 아직 58석의 주인이 가려지지 않았다. 과반인 218석까지 공화당은 19석을 남겨두고 있어 40석을 더 얻어야 하는 민주당보다 유리한 위치다.
상원은 CNN과 폭스뉴스 집계 기준으로 공화당과 민주당(무소속 2석 포함)이 각각 48석을 확보했다. 선거 대상인 35석 가운데 네바다·애리조나·위스콘신·조지아 4개 격전지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개표가 70% 진행된 네바다주와 98% 진행된 위스콘신주는 공화당이 우세하다. 개표가 98% 진행된 조지아, 61% 진행된 애리조나는 민주당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조지아주의 경우 민주당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득표율 49.4%)과 공화당 허셜 워커 후보(48.5%)의 득표율 격차가 0.9%포인트에 불과해 승자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최종적으로 어느 후보도 득표율 50%를 못 넘기고 주 선거법에 따라 12월 초 결선 투표를 치르는 게 확실시된다.
개표 진행이 가장 느린 애리조나주 선거 당국은 개표 마감까지 "최대 12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상원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몇 주가 소요될 수도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잠정적으로 '붉은 물결'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축하 파티를 준비한 하원 공화당은 축포를 터뜨리지 못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2시 연설에서 "내일 아침에 눈 뜨면 우리가 다수당이 돼 있고, 낸시 펠로시는 소수당이 됐을 것"이라며 "공화당은 일할 준비가 됐으며, 미국을 다시 본래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매카시 원내대표는 하원의장이 유력하다. 매카시는 인플레이션 대응, 범죄와의 전쟁, 남부 국경 통제 등을 주요 어젠다로 제시했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 "우리가 하원과 상원에서 지면 끔찍한(horrible) 남은 2년이 될 것"이라며 "좋은 소식은 내겐 비토(거부권)를 행사할 펜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자가 속속 발표되자 밤늦게까지 당선자들에게 일일이 축하 전화를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공화당이 이끄는 하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그 가족을 포함해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각종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강경파가 법사위원장 등 하원 요직을 맡으면서 '1·6 폭동 조사위원회'를 해체하고 차남 헌터 바이든의 중국·우크라이나 관련 비즈니스 거래에 대해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1·6 폭동 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민주당 일레인 루리아 하원의원(버지니아주)은 이날 공화당 젠 키건스 후보에게 패해 낙마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어 전쟁의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한 대규모 지출 법안이 더는 의회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통과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친환경 정책을 공화당이 되돌리려고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선 출마 여부를 선언하라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 선거 결과에 따라 백악관이 행정부 인적 쇄신을 단행해 '바이든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가 경선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지지한 일명 '트럼프 키즈' 후보들이 낙마하거나 '값비싼' 승리를 가까스로 얻어내면서 트럼프식 보수주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에선 트럼프 지지를 받은 상원의원 후보 메메트 오즈, 주지사 후보 더그 마스트리아노가 모두 패배를 맛봤다. 두 후보 모두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패배를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았는데, 펜실베이니아가 트럼프를 심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몰락한 러스트벨트에서의 삶을 담은 자전적 소설『힐 빌리 엘리지』를 쓴 작가 JD 밴스는 오하이오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됐지만, 이는 공화당이 3200만 달러(약 437억)를 쏟아부은 결과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부실한 후보를 구하기 위해 오하이오에 쓴 돈을 애리조나 등 다른 곳에 투입했으면 상원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같은 날 치러진 36곳 주지사 선거에서 9일 오전 8시 현재 민주당이 2곳을 추가하며 15곳을 확보했다. 공화당은 2곳을 빼앗기고 16곳을 지켰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14개 주까지 더해 50개 주에서 경합주 5곳을 제외하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21대 24 구도가 된다. 민주당은 주지사 2석 추가로 하원 패배를 다소 벌충하게 됐다. CNN·NBC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공화당 주지사로부터 매사추세츠·메릴랜드를 되찾았다.
트럼프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새라 허커비 샌더스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아칸소 주지사에 당선됐다. 올해 40세인 그는 아칸소 첫 여성 주지사가 됐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당선자는 이 주 첫 흑인 주지사이다. 미국 전체로는 3번째 흑인 주지사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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