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감각 탁월한 검사 출신 ‘팔방미인’…강호성 CJ주식회사 경영지원 대표

명순영 2022. 11. 9. 20: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EO 라운지]
1964년생/ 서울대 법과대학/ 사법연수원 22기/ 1993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2000년 법무법인 두우 파트너변호사/ 2012년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변호사/ 2013년 CJ E&M 전략추진실장/ 2013년 CJ그룹 법무실장/ 2019년 CJ그룹 총괄부사장/ 2020년 CJ그룹 경영지원총괄/ 2020년 CJ ENM 대표이사/ 2022년 CJ주식회사 경영지원 대표(현)
지난 10월 CJ그룹이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2020년과 2021년 모두 12월 정기 인사를 실시했다. 최근 수년간 11월이나 12월에 임원 인사가 있었다. 올해 두 달 가까이 앞당긴 것은 그만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리더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역할을 주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인사를 당겼다.

이번 인사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포함됐다. 그는 식품성장추진실장직을 맡아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시장 확대 임무를 담당하게 됐다. 오너家인 이선호 리더를 제외하면 전문경영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강호성 CJ주식회사 경영지원 대표(58)다. 2020년 CJ ENM 대표이사로 올라선 지 2년 만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CJ주식회사는 지주회사로 그룹의 ‘헤드’ 격이다. 기존 김홍기 대표는 경영대표를 맡고 신임 강 대표는 대외협력 중심의 경영지원 대표를 맡는 2인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그룹 전반의 불확실한 대외 변수에 대해 대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주사 경영지원 대표를 신설했다는 게 그룹 설명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 맡겼을 만큼 강 대표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는 해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 대표는 여느 기업 CEO와는 다소 다른 길을 걸으며 전문성을 높여왔다. 검사·변호사 출신이라는 점부터 그렇거니와, 본인이 직접 성공적으로 사업을 경험했다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또한 그룹의 핵심축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활동

▷이탈리안 젤라또 수입하는 수완 발휘

강 대표의 사회생활 첫 직함은 ‘검사’였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1993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부임했다. 이후 대전, 천안,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했다.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근무지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검찰을 떠난 건 2000년. 이후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로 근무하는 동안 가수 싸이의 군 재입대 사건을 포함해 가수 백지영, 탤런트 이태란 등 굵직굵직한 연예계 사건을 맡으며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자리매김했다.

변호사로 재직하는 동안 개인 사업을 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탈리안 젤라또(아이스크림) ‘빨라쪼 델 프레도(이하 빨라쪼)’는 그가 한국에 들여온 브랜드다.

강 대표는 2002년 “배스킨라빈스의 확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기사에 주목했다. 아이스크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젤라또가 한국에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탈리아 여행 때 너무 맛있어 눈여겨봐둔 빨라쪼를 떠올렸다. 관광 안내서에 ‘로마에 가면 이 가게를 꼭 들르라’는 조언이 담길 정도의 125년 전통 젤라또다.

‘무명(無名)’의 한국인이 판권을 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무작정 본사를 찾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이 제안을 했을 텐데 섣불리 덤볐다가는 거절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이탈리아에 사는 한국인 등을 백방으로 수소문해 본사에 닿는 인맥을 찾았다. 이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접촉해 결국 판권을 따왔다. 빨라쪼는 업계 경력은 없지만 검사 출신 변호인의 신선한 도전을 받아줬다. 그는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해외 판권을 처음 따낸 인물이 됐다.

▶10년 전 CJ 법무실장으로 영입

▷ENM 콘텐츠 양과 질 확대에 기여

CJ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해는 2013년. 강 대표의 엔터테인먼트 법률 전문성과 비즈니스 수완을 눈여겨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그를 발탁했다. CJ E&M의 전략추진실 법무실장으로 영입됐다가 그해 바로 CJ㈜로 이동해 법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 대표는 그룹의 법적 이슈를 담당하며 2019년 CJ그룹 총괄 부사장에 올랐고, 2020년 CJ그룹 경영지원총괄(CJ ENM 부문 경영지원 총괄 겸임)을 맡게 됐다. 법률뿐 아니라 경영 전반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2020년 강 대표가 CJ ENM 대표로 올라설 때는 주변에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CJ ENM은 ‘프로듀스101’ 순위 조작 사건으로 고초를 겪고 있었다. 관련 이슈를 풀어낼 해결사로 강 대표는 제격이었다. 지난해 3월 프로듀스 101 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는 법적 이슈뿐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성과가 적지 않았다. 콘텐츠의 양과 질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강 대표가 CJ ENM을 이끌기 시작한 2021년은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줄며 엔터테인먼트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은 시기. 강 대표는 실적 반등을 이끌며 취임 첫해를 성공적으로 보냈다. CJ ENM의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부문 매출은 2조1739억원,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47.5% 증가율을 기록했다.

호실적의 비결은 자체 콘텐츠 경쟁력이다. OTT ‘티빙’의 흥행이 돋보였다. ‘술꾼도시여자들’ ‘환승연애’ ‘여고추리반’ 등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00만명을 돌파했다. 엔하이픈, JO1 등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탄생시킨 아이돌 그룹의 성과도 준수했다. 자체 IP(지식재산권)를 키우기 위해 스카이댄스, 애플TV, KT 등 국내외 주요 미디어 기업과 전략적 제휴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글로벌 영토도 넓혔다. 지난해 11월 ‘킬링 이브’ 등을 제작한 미국 스튜디오 ‘엔데버콘텐트’ 인수를 주도했다. CJ ENM은 전 세계 19개 국가에 거점을 갖고 있는 엔데버콘텐트를 통해 글로벌 스튜디오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종합 미디어 그룹인 파라마운트(구 바이아컴CBS)와 공동 콘텐츠 제작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강 대표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이라는 카드도 꺼냈다. CJ ENM은 국내에서 콘텐츠 경쟁력으로는 압도적이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콘텐츠 거물들과 경쟁해야 한다. 통신사들은 물론 포털, 이커머스 업체까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시장에 뛰어든 판이다.

강 대표는 양질의 K-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려면 프로그램 사용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플랫폼이 프로그램 제작비로 지급하는 금액이 총 제작비 3분의 1이다 보니, 주 수입원인 수신료보다 협찬 수익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변화하는 시장에서 K-콘텐츠가 글로벌로 나아가고 우리 IP를 지키려면 프로그램 사용료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지난 8월 미국 LA에서 열린 ‘케이콘 2022 LA’ 행사에서 “우리의 핵심 사업(bread-and-butter business)은 콘텐츠 공급자다”라며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프리미엄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예년보다 빠르게 임원 인사를 단행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인사 이후 불과 3일 만에 주요 경영진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내년 이후 그룹 성장 전략과 실행 방안을 숙고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중기비전의 1년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성장의 방향성을 강조하며 향후 3년의 새 중기 전략과 실행안을 각 사별로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이 제시한 중기 전략의 키워드는 초격차 역량 확보, 4대 성장 엔진 중심 혁신 성장 가속화, 최고 인재 확보, 재무 전략 고도화 등이다.

[명순영 기자 / 일러스트 : 김연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3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