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히다찌 인수 시너지, 金거래소 ‘성장 발판’ ... 매출 3조 아이티센그룹
시작은 초라했다. 창업 초기(2005년) 원천 기술이 없어 IBM솔루션을 국내 기업에 판매하며 시작한 IT 서비스 회사였다. 그러던 것이 2013년 매출액 1000억원을 넘겼다. 당시 7년 후 매출 1조원 돌파를 공언했는데 1년 앞당긴 6년 만에 그 약속을 지켰다(2019년 매출액 1조5343억원, 연결 기준). 지난해에는 매출액 3조원도 돌파, 업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IT 서비스 강자 LG히다찌 인수에도 성공, 내년 매출액 4조원을 목표로 삼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54) 이야기다. 코로나19, 경기 침체 조짐 등 숱한 위기 상황 속에서 강 회장이 어떻게 기업을 급성장시켰는지 그 비결을 들어봤다.
A. 아무래도 B2B(기업용) IT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일반인이 잘 모를 수 있습니다. IT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IBM 기술과 솔루션에 매력을 느꼈어요. 국내 기업들은 이런 기술 환경을 적용할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예 국내 시장에 맞게 사업 제안을 하고 수주하면 가능성이 있겠다’ 해서 창업한 것이 시작입니다. 이후 SI(시스템 통합·기업이 요청하는 IT 환경을 구축시켜주는 업무) 사업으로 키워나갔습니다.
Q. IT 서비스 시장은 삼성, LG 등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지 않나요. 어떻게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나요.
A. 2013년이 전환점이 됐습니다.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시장 진입을 제한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본격 발효되면서 기회가 왔습니다. 종전 대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저희가 채워나가면서 사세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공공기관 사업 수주를 하다 보니 주거래 기관인 은행, 금융 회사 수요도 덩달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들 산업군은 디지털 전환에 목말라했지요. 관련 투자가 많이 진행되면서 수혜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Q. 콤텍시스템, 쌍용정보통신에 이어 최근에는 LG히다찌까지 굵직한 IT 서비스 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A. IT 서비스도 그룹웨어, ERP, 협업 툴, 운영 시스템 등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아이티센은 대형 기관 경쟁 입찰에 들어가는데 고객사가 ‘이 서비스 외 다른 업무도 해줄 수 있나?’라는 문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니즈에 부합하려면 다양한 IT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나둘 인수합병을 해왔습니다. 실제 고객사 만족도가 높아졌고 SI 업계 특성상 한 번 고객이 되면 ‘록인 효과(자물쇠 효과)’로 다른 IT 서비스업체를 쓰기 힘든 구조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초기 투자 대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회사 성장에도 강력한 동력이 됐습니다.
Q. IT 업체는 개발자 즉 사람이 핵심입니다. 회사 간판이 바뀌면 이탈하는 인력도 있을 텐데 M&A 효과가 바로 날 수 있을까요.
A. M&A에 실패한 업계 사례가 많습니다. 회사가 팔리자 팀 단위로 대거 이탈하는 사례도 많았으니까요. 우리는 좀 다릅니다. 일단 인수하더라도 경영진은 피인수 회사 구성원 중에서 구성하게 합니다. 조직 안정을 위해서요. 더불어 종전 조직에 있을 때 대비 일감을 더 많이 줍니다. 남아 있을 동인을 마련해주는 거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이미 아이티센 내에 다양한 계열사가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만한 사업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새로 인수한 회사는 여타 계열사와 연합해 신규 사업을 수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성과급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레 만들어집니다. 개발자 등 핵심 인력이 잔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동종 업계 M&A는 이해가 가는데 금 거래소 인수는 좀 갸우뚱하게 됩니다.
A. 지금까지는 고객 일만 해줬습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었지요. 지금의 트렌드는 전통 기업의 디지털 전환입니다. 그래서 전통 기업을 인수한 후 아이티센이 갖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력을 접목해 직접 디지털 전환 사업을 진행해보려고 했습니다. 그 대상이 바로 금 거래 시장이었습니다. 일단 금 시장은 매우 큽니다. 그런데 대기업이 들어오질 못합니다. B2C 사업을 대기업과의 경쟁 없이 전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를 봤습니다. 제가 창업 초기에 대기업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회사를 키웠던 사례와 비슷하지요. 또한 금 시장은 매우 낙후돼 있습니다. 이 시장을 디지털로 바꾼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 760억원을 들여 1조2000억원 매출을 일으키는 금 거래소를 인수했는데 디지털 전환을 실시한 이후 매출액이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Q. 금 거래소는 KRX 등 정부가 운영하는 곳도 있는데 어떻게 차별화가 가능했나요.
A.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정부 계열과 다른 점이고요. 그 밖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도 개발해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간편 투자 서비스 ‘센골드’가 대표적입니다. 귀금속 매매(투자) 시 물리적으로 금을 서로 주고받아야 하잖아요. 센골드는 실물 귀금속과 교환이 가능한 상품교환권을 소수점 단위로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 85만 회원이 5000억원의 거래를 했고 올해 말까지 8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모바일 금은방 서비스 ‘금방금방’도 반응이 좋습니다. 소비자는 누구나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을 하고 비싸게 되팔기를 원합니다. 이런 점에 착안, 고객 간 직거래를 통해 거래 비용을 내리고 한국금거래소가 귀금속 제품에 대한 품질을 보증해 안전안심 에스크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금방을 활용해 누구나 갖고 있는 귀금속을 간편하게 판매할 수 있으며, 일반 소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귀금속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Q. 블록체인 사업에도 진출했다는데.
A. 센골드와 금방금방의 모든 고객은 실명 확인과 실명 계좌 인증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모든 거래 정보는 블록체인 기술에 바탕해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운영, 관리합니다. 특히 센골드는 SK플래닛, 롯데멤버스, 케이뱅크, 하나멤버스 등과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랍장 한편에 보관하고 있던 귀금속을 유동화해서 보다 역동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지요. 그룹 비전도 그래서 ‘크립토 뱅크’로 잡았습니다.
Q.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IT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예전에는 차세대 IT 환경 구축이라는 말은 많이 했습니다. 시스템 구축을 한다 하면 며칠에서 수개월 동안 그룹웨어를 쓰지 못할 때도 있었죠. 지금 IT 세상은 완전 달라졌습니다. ‘에자일(빠르고 유연한), SaaS(구독형 서비스)’로 이해하면 됩니다.
구축하고 싶은 IT 서비스가 있으면 지금은 대규모 개발자를 내부에 둘 필요 없이 아주 세분화돼 있는 각 분야 외주 시스템을 전기 플러그를 꽂았다가 빼서 쓰듯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 시스템을 중단할 필요 없이 그때그때 회사 IT 환경을 고쳐가면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이티센그룹의 핵심 역량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이제 편하게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으니 경영진의 추진하려는 의지, 속도와 유연함만 있다면 기업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시대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3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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