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소방, 대규모 인파 예견하고도...사고 15분전 순찰 종료

위문희, 최서인 2022. 11. 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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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소방서가 핼러윈 기간 중 대규모 인파 방문에 대비해 야간 근무 대비책을 수립하고도 순찰 활동은 사고 발생 15분 전 종결한 것으로 확인했다. 용산소방서가 지난달 10월 25일 작성한 소방안전대책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인근에 오후 11시까지 소방력을 대기시켰지만 안전순찰은 오후 10시에 종료됐다. 사고는 15분 뒤 발생했다.


핼러윈 인파 자정이 절정인데…10시에 안전근무 종료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우상조 기자

9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2022년 핼러윈데이 소방안전대책’을 입수했다. 용산소방서는 이 문건에 “2022년 핼러윈 데이 기간 중 이태원 지역에 대규모 인파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재 등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비한 소방안전대책을 수립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태원 지역의 핼러윈 데이는 10월 28일(금) 오후 6시부터 시작돼 11월 1일(화) 오후 3시경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용산소방서는 세부 내용으로 이태원 119안전센터에 소방력을 배치하고 의용소방대원을 투입해 이태원역 일대 안전순찰을 계획했다. 해밀톤호텔 앞에도 안전근무 담당자를 지정해 추가로 배치했다. 그러나 종료 시점부터 문제였다. 핼러윈 데이 인파가 자정으로 갈수록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안전순찰 인력은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활동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소방력은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태원 119안전센터에 자체 대기하라는 방침을 정했다.

사전 대책에 따르면 용산소방서는 나흘에 걸쳐 하루에 12명씩 총 48명의 의용소방대원 투입을 계획했다. 12명이 조를 짜서 이태원역~녹사평역 구간과 이태원역~엔틱거리 두 구간을 두시간씩 나눠 순찰하는 방식이었다. 오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태원역~녹사평역 구간 안전순찰은 단 3명이 담당했다.

해밀톤호텔앞에 배치된 안전근무 담당자의 근무 시간도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였다. 29일 참사 당일에는 안전근무 담당자로 용산소방서 재난관리팀장을 총괄대응팀장으로 배치하고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책임관으로 추가로 지정했다. 용산소방서장을 책임관으로 배치한건 29일이 유일했다. 나흘간 이어지는 핼러윈 데이 중에서도 이날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릴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장 심각성 파악 늦어…11시에 “곧 상황 종료”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최성범 용산소방서 서장이 취재진 앞에서 현장브리핑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용산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참사 당일 ‘책임관’인 최 서장은 이날 오후 5시 40분 용산소방서로 출근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안전근무를 위해 오후 6시 50분쯤 용산소방서를 출발해 오후 7시 10분 이태원 119안전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오후 10시 25분까지 머물다가 상황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고 도보로 200m 떨어진 사고 현장에 3분 뒤인 오후 10시 28분 도착했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서장이 모든 현장에 다 출동할수는 없고 대기하면서 안전관리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최성범 용산서장이 지휘권을 선언한건 사고 발생 50분이 지난 오후 11시 5분이었다. 최 서장은 “해밀턴호텔 뒤편으로 추가 구급차 요청한다. 추가 비발(출발)요청”이라고 말한다. 이어진 오후 11시 9분 무전에서 최 서장이 “구조대 빨리 추가요청. 사망자 발생”라고 발언한 것으로 봤을 때 현장에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태의 위급성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지휘팀장(용산소방서 2팀장)은 오후 11시 무전에서도 “3분의 2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고, 30명 가량이 넘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잠시 뒤에 상황이 종료될 거로 추정된다”고 교신했다. 지휘팀장은 오후 10시 18분 용산소방서에서 출동해 오후 10시 35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서장은 해밀톤호텔 앞에서 사람들을 빼내라고 지시하는 등 현장을 지휘했다. 이후 상황이 더 확대될 걸로 보이니까 무전으로 직접 지휘권을 이양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당일 안전근무 책임관이었던 용산소방서장과 이보다 먼저 무전으로 현장을 지휘한 지휘팀장이 사건 발생 후 45분까지도 위급성을 인지하지 못해 사상자 규모가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용산소방서장 피의자 입건…“무전 녹취록 등 종합한 판단”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11건의 신고를 소방에 전달하지 못한 점도 문제지만, 현장 가까이 있던 소방 지휘부가 사고 발생 후에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6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피의자 신분으로로 전환했다. 최 서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9일 “용산소방서장의 경우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내부 문건, 바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 그간의 수사 상황을 종합해서 입건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당일 지휘팀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하기 위해 같은 혐의로 입건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위문희·최서인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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