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지사 민주당 '선방'했다…성소수자·흑인·82년생 등 새얼굴

2022. 11.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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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8일 치러진 36개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기존보다 2곳을 더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UPI=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36개 주지사 중 민주당이 절반인 18곳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선거를 치르지 않은 14곳을 합한 50개 주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24대 26 구도가 된다. 기존 22 대 28에서 2곳을 추가하는 민주당은 하원에서 패배를 주지사 선거에서 다소 만회하게 된다.

9일 오전 5시(미국 동부 기준) CNN·NBC 등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공화당 주지사가 있던 메사추세츠·메릴랜드에서 승리를 확정 지었으며, 애리조나에서도 3%포인트(66% 개표) 차로 앞서고 있다. 또 나머지 경합 주로 꼽힌 위스콘신·오리건·캔자스에서 공화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단, 네바다에선 스티브 시소락 현 주지사가 공화당 조 롬바르도 후보에게 5%포인트(80% 개표) 차로 밀리고 있다. CNN·NBC는 애리조나·네바다·오리건·캔자스·알래스카 주를 '당선 확정 전'이라고 전했다.

뉴욕 주지사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는 민주당 캐시 호컬 후보가 8일 유권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공화당이 돌풍을 기대했던 뉴욕 주에선 민주당 소속 캐시 호컬(64) 현 주지사가 리 젤딘 후보를 약 5%포인트(92% 개표)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성추행 의혹으로 물러난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 자리를 승계한 호컬은 뉴욕 주에서 선거로 선출된 최초의 여성 주지사가 됐다.

메사추세츠 주지사로 당선 확정된 마우리 힐리가 8일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메사추세츠·메릴랜드에 새로 민주당 깃발을 꽂은 이들은 성소수자와 흑인 정치신인이다. 메사추세츠의 마우라 힐리(51)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미국의 첫 주지사가 됐다. 선거 기간 힐리는 직업 교육 확대와 보육비용 절감, 낙태권 보호 등을 약속했다.

레즈비언 주지사는 더 나올 수 있다. 개표율 74%를 보이는 오리건에선 티나 코텍(56)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크리스틴 드레이젠 후보를 1%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체코계 미국인인 코텍은 20대 초반에 커밍아웃했다. 푸드뱅크와 비영리단체를 거쳐 주 하원의장을 지낸 그는 마지막 유세에서 "극단주의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 주지사로 당선 확정된 웨스 무어가 8일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웨스 무어(44)는 메릴랜드의 첫 흑인 주지사이자, 미국 역사상 세 번째 흑인 주지사가 됐다. 아프가니스탄 참전군인 출신인 무어는 빈약한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쟁쟁한 경쟁자를 누르고 후보가 됐고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무어가 낙관주의와 카리스마를 앞세워 메릴랜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며, "민주당의 떠오르는 신세대 스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에 이어 아칸소 주지사로 당선된 새라 허커비 샌더스가 8일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82년생 '트럼프 키드'도 주지사에 이름을 올렸다. 아칸소 최초의 여성 주지사가 된 공화당 소속 새라 허커비 샌더스(40)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마이크 허커비 샌더스의 딸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다. 미국에서 부녀가 대를 이어 한 주의 주지사가 된 경우는 처음이다. 샌더스는 '트럼프 충성파'로 알려졌지만, 선거 기간엔 거리를 뒀다. WP에 따르면 그는 2020년 대선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그런 주장을 할 권리는 있다고 말했다. 당선 소감에서도 트럼프를 언급하는 대신 "아칸소를 정상으로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업고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에 도전한 더그 마스트리아노는 민주당 조시 샤피로 후보에 10%포인트 이상 차로 패배했다. 극우 기독교 민족주의를 표방했던 마스트리아노는 "낙태는 살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재선에 성공한 론 드센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8일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 중 한명으로 꼽히는 론 드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는 재선에 성공하며, 백악관을 향한 여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BBC는 그의 재선 과정이 향후 행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드샌티스는 4년 전 선거에서 히스패닉계가 많은 마이애미 데이드카운티에서 민주당에 20%포인트 차로 졌지만, 이번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우위를 보인 공화당 주지사가 될 전망이다. BBC는 이런 성공이 "대선 캠페인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스패닉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흑인, '교외 백인 여성'과 함께 선거 판세를 가늠할 계층으로 꼽혔다.

김영주 기자, 박현영 워싱턴 특파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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