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진상 압색 영장에…“정영학 어디까지 아냐, 폰 버려 지시”
검찰이 9일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정진상(54)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자택과 국회, 민주당사 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한 다음날 이뤄진 강제수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양대 측근이 동시에 '위례·대장동 특혜 개발' 관련 의혹으로 검찰의 표적이 된 것이다.
정 실장은 ‘대장동 일당’과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대장동 개발 인허가 정보를 제공하고 1억4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용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과 공동으로 대장동 지분 30%(천화동인 1호)를 차명 보유하고 수익금 700억원(공통비용·세금 제외 428억원)을 약속받은 의혹도 받는다.
김만배 “지분 30%, 필요할때 쓰라” 정진상 “저수지에 넣어둔거죠” 영장 적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 실장의 자택과 사무실 여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정 실장의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와 국회에 있는데,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이례적으로 국회 본관 내부까지 진입하며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해당 사무실은 이 대표가 쓰는 사무실과도 바로 인접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확보 차원이다. 국회라도 예외를 둘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사의 경우, 지난달 24일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김 부원장의 대선자금 수사 건 이후 약 2주 만에 다시 압수수색을 맞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지만, 압수수색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정 실장에 대해 이 대표가 ‘정치적 공동체’ 관계라는 점을 적시했다고 한다. 2015년 6월 대장동 사업자 선정 이후 천화동인 1호를 정진상·김용·유동규 3명 몫의 차명 지분으로 배정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당시 김만배(57·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정 실장에 “지분이 30% 되니까 필요할 때 쓰라. 잘 보관하고 있겠다”며 정 실장이 “저수지에 넣어둔 것이죠”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씨는 2020년 10월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자신의 지분 절반(24.5%)에 상당하는 70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금화가 힘들다며 돈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2021년 2월 정 실장은 약속된 돈이 오지 않자 김씨에게 직접 “2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너가 선급금 등으로 받아간 자금과 세금을 제외한 428억원을 주겠다”고 재차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 실장은 김씨가 약속한 금액을 안 주려 한다고 생각해 “이 양반 미쳤구만”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결국 유 전 본부장은 같은 해 4~8월 김씨가 아닌 남욱(천화동인 4호) 변호사를 통해 지난해 대선자금 8억4700만원을 마련했다.
정 실장은 별도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로부터 2013년부터 1억4000만원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과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2010~2014년 성남시 정책비서관, 2018~2021년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2014년 지방선거 직전 5000만원, 2013~2014년 설·추석 명절에 1000만원씩 세 차례 3000만원, 2019·2020년에도 각각 3000만원씩 받은 혐의다.
이 중 2014년 4월 건네진 5000만원은 정 실장이 먼저 요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19년엔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 아파트로 찾아가 전달할 때 CC(폐쇄회로) TV에 찍히지 않기 위해 5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며 자금 마련 경위와 전달 방식까지 영장에 기재됐다. 2020년 10월엔 유 전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정민용 변호사가 돈 세탁을 하기 위해 아는 술집 종업원까지 동원해 현금 3000만원을 마련했다. 이때는 정 실장에게 유 전 본부장이 정 변호사와 설립한 유원홀딩스의 사업 관련 경기도농업기술원에 편의를 부탁한다는 명목으로 3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또, 2013년 9월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압수수색 영장에 적혔다.
“압색 당일 유동규에 ‘정영학 어디까지 아느냐. 폰 버리라’ 지시”
정 실장은 지난해 9월 29일 유 전 본부장의 오피스텔 압수수색 당일 아침 화상전화를 걸어 “압수수색이 곧 진행된다. 대장동팀에게 어떤 약점을 잡혔냐, (검찰에 자수한) 정영학이 어디까지 아느냐”며“불똥이 어디까지 튈 것 같냐”고 물었다고 한다.
통화 중 압수수색을 나온 검찰 수사관들이 오피스텔 초인종을 누르자 정 실장은 황급히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정 실장은 1995년부터 이 대표와 정치 여정을 함께 한 최측근이다. 이 대표가 연루된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제3자 뇌물 의혹,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 모든 범죄 혐의에서 정 실장은 이 대표 바로 밑 결재라인에 있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정 실장에 대한 수사를 이 대표 수사 직전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김용, 정진상 등 이 대표 측근 수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다음 차례는 이 대표 본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반면, 정 실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 실장은 최근 주변에 “(유동규) 걔가 나한테 명절 선물을 챙길 만한 위치가 아니다”, “내게 전화도 못 걸던 사람인데”라는 등 성남시 및 경기도 재직 시절 둘의 지위가 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최근 2년 동안 유동규를 만난 일이 없다”면서 대장동 일당과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한 검찰 수사에 선을 긋고 있다고 한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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