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위해 규제개혁 필수…기술 발목 잡아선 안돼”[2022 중앙포럼]
“자동차를 ‘사람이 운전해서 가는 것’이라고 정의해 보자.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가 아닌가. 미래 신기술 발전을 선도하려면 규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것 하나하나 고민하고,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과거에는 법이 노사 갈등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법이 소모적인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법이라는 제도가 노동 시장을 합리적으로 추격해 나가고 다시 규율화 시키는 데에 실패한 결과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규제를 만드는 것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그 규제가 적정한 수준이고 합리적일 때 얘기다.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중앙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과 도약을 위해 규제 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규제 개혁을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는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규제학회장)가 좌장을 맡고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 총장, 이종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융합국장 직무대리가 패널로 참석했다.
양준석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1~2019년 연평균 성장률이 2.5%인데 그 중 생산성이 차지하는 부분은 0.7%에 불과했다”며 “인구 감소로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걱정하는데, 생산성을 높이면 이를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의 법과 규제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토론의 문을 열었다.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술이 발전하는데 규제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흥종 원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이 갑자기 발전하고, 전쟁 중에 레이저나 탱크가 발전하듯이 기술발전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규제도 그에 맞춰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석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융합 산업들이 발전할 텐데, 기존 규제 틀에다가 집어넣으려 한다면 발전이 막힐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노동 개혁의 경우 지금과 완전히 다른 방식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권혁 교수는 “지금까지 노동 개혁은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시적으로 접근했으나, 앞으로 미래 노동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의 노동법은 1950년대 서울 청계천 여공을 염두에 두고 만든 법이기에 지금 우리 근로자들 모습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창의적 근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주 52시간, 하루 8시간이라는 근로시간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어떤 노동을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의준 총장은 산학협력법을 대표적인 규제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대학 산학협력단은 기술지주회사를 만들어 벤처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육성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자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0% 이상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자회사가 외부 투자 등으로 덩치가 커지면 10% 지분을 충족하기 위해 증자를 계속해야 한다. 이는 대학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국 육성을 포기하고 지분을 전부 처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의준 총장은 “성장 가능성 있는 우량 기업의 발굴과 추가 투자를 막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석 국장 직무대리는 규제 샌드박스 개선 등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규제 개혁 방안을 소개했다. 현행 규제 샌드박스는 개별 기업이 직접 신청하면 심의위원회가 규제 특례를 부여할지 검토하는 ‘다운톱’(상향식)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산자부는 비슷한 유형의 신청이 많이 들어오면 정부 차원에서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관련 기업을 추가 발굴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 정부는 보험료 등 추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공공부문 조달을 도와 초기 시장을 열어주는 방안, 특례 기간 4년을 보장하는 ‘2+2’ 제도 이후에도 법령 개정이 늦어지면 임시면허를 발급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선을·나상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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