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 막바지... 잎이 내리고 열매도 내린다
[용인시민신문 홍은정]
▲ 느티나무 낙엽은 크고 노란 잎과 갈색 두 가지이다. |
ⓒ 용인시민신문 |
올해 단풍철이 막바지다. 봄에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도 볼거리지만 바람에 눈처럼 날리는 낙엽을 보는 것과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는 것도 너무 좋다. '주변에 단풍 구경하기 좋은 곳이 어디더라' 이쯤 되면 다시 찾게 된다.
사람 습관이 만들어지는 데 3개월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무려 3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 이제 마스크가 몸의 일부로 느껴진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답답한 줄 모른다.
야외에서 산책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차' 하며 마스크를 내리자 가을이 몸으로 스며든다. 마스크가 없었다면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을 자연의 냄새다. 가을 냄새가 진정한 가을을 완성해 준다. '가을 탄다'는 말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앉아있던 친구의 말이다.
"나무 밑, 의자에 앉아있는데 위에서 뭔가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져요. 바람에 작은 알갱이도 떨어지고 작은 잎이 살랑살랑 내려오기도 해요. 계속 보고 있으니 씨앗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바닥에 열매 떨어지는 소리가 우산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참 좋단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열매 떨어지는 것을 한동안 본 적이 있는 사람만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다.
▲ 보도에 수북이 쌓여 있는 느티나무 낙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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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짙은 그늘을 만들 정도로 잎이 많았던 나무는 낙엽 양이 어마어마하다. 누워있으면 푹신한 쿠션감을 느낄 정도로 쌓인 낙엽은 도심 공원에서 갈 곳을 잃은 듯하다.
잎은 가지 끝부터 떨어지기 시작해서 이젠 몸통 부분에 가까운 잎만 남았다. 떨어진 잎들이 '내가 이 나무에서 떨어졌어'라고 알려 주는 것 같다. 보통 낙엽은 한가지 종류인데 느티나무 낙엽은 두 가지이다.
크고 노란 잎이 대부분이고 열매가 붙어서 느리게 빙빙 돌며 떨어지는 작은 가지의 잎은 갈색이다. 바싹 말라 더 가볍다. 갈색인 낙엽이 그리 예뻐 보이지 않았는데, 열매를 달고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보니 또 예쁘지 아니한가!
쌀쌀해지는 가을날 따뜻한 햇볕을 쬐며 걷기 좋은 신갈천을 따라 걸었다. 물가에서 만나는 버드나무는 가을이지만 정말 시원시원하고 기분 좋다. 여러 가지 버드나무며 쇠두루미, 오리를 보며 걷다가 오랜만에 만난 나무가 있었다. 참느릅나무다.
▲ 가을에 익는 참느릅나무 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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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에 날개가 달린 참느릅나무는 느티나무처럼 열매가 잎을 달고 떨어질 필요가 없다. 날개를 달고 떨어지는 나무 열매에 단풍나무가 있다. 하지만 날개를 단 열매는 꽤 많다. 단풍나무 종류를 비롯해 느릅나무, 물푸레나무, 피나무, 벽오동나무 등 키 작은 나무, 키 큰 나무에 걸쳐 참 다양하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소나무도 솔방울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씨앗은 잠자리 날개같이 얇고 긴 날개를 달고 있다. 이렇게 씨앗을 날려 보내는 방법을 선택한 나무들이 많은 것을 보면서 나무가 어떻게 바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지, 자연의 신비로움을 다시 느낀다.
바람에 낙엽과 함께 열매들이 내리고 있다. 얼마나 멀리까지 갈지 모르지만, 열매와 씨앗들이 퍼지고 자라서 우리 동네 숲을 만들고 있다. 식물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전문업체를 통해 시공하고, 연 1회 이상 정기 점검을 받을 것 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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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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