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모자’로 중국서 1조 판 이 기업, K-라이선스 통했네
국내 의류 업체 에프앤에프(이하 F&F)의 브랜드 ‘MLB(엠엘비)’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소비자 판매액 1조2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라고 9일 밝혔다. 국내 패션 기업이 단일 브랜드로 해외 판매액 1조원을 넘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의 IP(지식재산권)를 들여와 패션 브랜드로 재창출, 국내 의류 제조 및 기획 노하우를 더해 역수출한 사례다.
‘한류’ 타고 중국에 900개 매장
F&F는 1992년 설립된 의류 업체로,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 MLB, 2012년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Discovery)의 IP를 획득, 국내서 의류 사업을 전개해왔다. 해외 패션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서 독점 판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던 당시, 의류와 상관없는 IP를 패션 브랜드로 만들어 성공한 독특한 사례다. 2019년에는 MLB의 중국 라이선싱 사업권을 확보했다.
MLB는 현재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상하이에 700호점을 냈고, 올해 말 중국 내 매장을 9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소비재 중 동급 최고 수준의 성장세”라며 MLB의 향후 5년간 중국 내 연평균 성장률(CAGR)을 30%로 예상했다.
MLB의 인기 비결은 ‘한류’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연예인들이 착용한 MLB 야구 모자가 ‘연예인 모자’로 알려졌다. 뉴욕 양키스 로고인 ‘NY’를 활용한 화려한 ‘로고 플레이(로고를 반복한 패턴 디자인)’의 의류 디자인 역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라이선스 사와 ‘역수출’
패션 업계에선 F&F를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류와 상관없는 라이선스(license·상표권리)를 사와 패션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방식이다. 더네이처홀딩스는 2016년 환경 관련 방송 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 라이선스로 의류 브랜드를 출시했고, 하이라이트브랜즈는 2020년 필름 브랜드 ‘코닥’의 라이선스로 ‘코닥 어패럴’을 만들었다. 이밖에 팬암(항공사), CNN(방송 채널), 빌보드(음악차트) 등도 국내서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됐다.
인지도 높은 해외 상표권에 국내의 의류 기획·생산·판매 노하우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기까지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율적이다. 최근에는 이를 다시 해외로 역수출해 K-패션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최근에는 뷰티 업계에서도 라이선스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지난 10월 국내 업체 글로엔트그룹은 미국 백화점 체인 ‘바니스 뉴욕’의 뷰티·헬스케어·음료의 글로벌 라이선스를 획득, ‘바니스 뉴욕 뷰티’를 론칭하고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에 진출했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힐러비도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V&A)의 라이선스를 획득, 국내서 동명의 뷰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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