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모드 끝내는 尹…이상민 경질론과 국정조사 일축 분위기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염수정 추기경과 정순택 대주교를 만나 환담을 했다. 전날 서울 봉은사를 찾아 회주 자승 스님과 주지 원명스님 등을 만난 데 이어 천주교 원로를 찾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염 추기경의 사정으로 윤 대통령은 이날 정 대주교를 먼저 만난 뒤 염 추기경과 환담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의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 대주교를 만나 “너무 많은 생명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희생해 황망할 따름이다”고 말을 건넸다. 이에 정 대주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염 추기경을 만나선 “축제에 갔다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힘들다”고 했고, 염 추기경은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눈으로 보면 자식이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그런 눈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환담 자리에서 “일주일간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고 멍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데 종교계와 함께하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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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일정 마무리, 尹 본격 국정 복귀
윤 대통령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종교계 일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국정 업무에 돌입한다. 사실상의 일상 복귀다. 11일부터 16일까지로 예정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이 그 시작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한때 ‘이태원 참사’로 인해 순방 일정을 전면 취소할지도 검토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순방을 통해 경제와 안보를 챙겨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애도 기간과는 달라진 강경한 기류가 읽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정조사 관련 질문에 “경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지켜볼 것”이라며 “슬픔을 정치에 활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질 요구에 대해서도 김대기 비서실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것도 후진적으로 본다”며 선을 그었다. 이 장관과 윤 청장 역시 사퇴 요구를 일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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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존재감 없다, 아위숨 표하는 용산
이처럼 국면 전환을 준비 중인 대통령실 내부에선 여당 지도부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 장관에게 쏟아진 비판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이젠 비난의 화살이 윤 대통령에게까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여당은 신경 쓰지도 않고 매번 대통령실을 직격하지 않느냐”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전날 국정감사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 메모가 보도돼 김은혜 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회의장에서 쫓겨난 것과 관련해서도 “여당이 막아주지 못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 아니었느냐”며 “두 수석이 사과까지 했는데 꼭 내보내야 했던 일인가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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