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태원 그 '분홍벽'이 불법이라는데…구청은 계속방치
이태원 ‘3.2m골목’의 원인이 된 해밀톤호텔 서측 분홍 철제벽은 ‘불법 공작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분홍 철제벽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게 시뮬레이션 결과 확인됐다. 그동안 용산구청은 분홍 철제벽을 ‘불법’이 아니라고 보고 행정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건축법시행령 제118조에 따르면 ‘높이 2미터를 넘는 옹벽 또는 담장’을 설치할 때는 특별자치시장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해밀톤호텔 옆 분홍 철제벽은 높이 2m, 길이 10m가 넘는데 호텔 측은 이를 시청이나 구청에 신고한 적이 없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분홍 철제벽이 있는 자리는 원래 도로로 이용되던 곳”이라며 “호텔이 벽에 에어컨 실외기 등을 설치하면서 실외기 바람을 막기 위해 처음에는 얇은 철판을 세웠다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철제벽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 측에서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부터 벽을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해당 지역 로드뷰를 보면 2009년부터 간이벽이 있다”며 “용산구청에서는 그 벽을 실외기 바람을 위로 유도하라는 서울시 지침에 맞는 차폐시설로 보고 단속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제벽이 얼마나 튼튼한지 이번 참사 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건축사나 행정사 등 전문가들은 철제벽이 ‘불법’이라고 얘기한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법제국 관계자는 “이태원 분홍 철제벽은 2m가 넘는 담장이기 때문에 신고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분홍 철제벽이 있는 도로는 서울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손 꼽혔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도로를 정비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2016년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16년 할로윈 데이 생안기능 대책’보고서에 따르면 해밀톤호텔 골목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가 지하철역 앞 도로 1차선까지 밀려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분홍 철제벽이 피해를 키운 것도 확인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학과장)가 사고가 발생한 도로를 대상으로 ‘인파 대비 시뮬레이션’한 자료에 따르면 분홍 철제벽이 철거된 상태에서 골목 가운데 선을 긋고 양방향 우측통행을 했을 경우 대피시간이 2.58배나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에는 미국의 재난 관련 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사용됐다. 공교수는“우리나라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우측통행을 하는 데 이 현장은 골목 윗 부분의 폭이 5.5m 이고아랫쪽은3.2미터로 차이가 커 인파가 몰렸을 때 ‘양방향 우측 통행’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라며 “시뮬레이션에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 상황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습관적 우측 통행 마저 불가능하게 만든 분홍 철제벽이 피해를 키운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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