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복합위기 속 한국…전문가 5인이 본 활로는 [2022 중앙포럼]

정종훈, 이희권 2022. 11.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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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위기에선 금융·재정의 예외주의적인 정책을 인정해야 한다. 부러질 때까지 하는 기계적 접근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산업 현장에선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갔다. 복합 상황인 만큼 하나의 정책만 펴서는 안 된다."(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에너지, 곡물, 물류…. 어느 한쪽만 신경 쓸 수 없는 글로벌 복합 위기의 시대다.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온 전방위적 변화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9일 열린 '2022 중앙포럼' 첫 번째 세션 '퍼펙트 스톰 위기, 한국 경제 활로를 찾아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위기에 접어들었다는데 모두 동의했다. 복잡한 미로의 출구를 찾을 수 있는 저마다의 방안도 내놨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JTBC가 후원한 ‘2022 중앙포럼’이 ‘한국경제의 위기극복과 도약 - 새 정부와의 대화’를 주제로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퍼펙트 스톰 위기, 한국 경제 활로를 찾아라’를 주제로 열린 세션1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동근 경총 부회장, 이지호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 김경록 기자


이날 토론에 나선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위기 대응 시 '교과서'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대폭 금리 인상을 하니 우리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건 아니란 것이다.

김 교수는 "건전 재정으로 가더라도 내년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 취약층은 재정으로 안아야 한다"면서 "성장률이 떨어지니 돈을 풀자는 식의 재정 투입은 삼가야 하지만, 20조~30조원 정도의 추경은 정말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중위기에선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최선으로 못 간다면 바로 차선을 찾아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위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경제 지표로 보는 것보다 실물 경제가 훨씬 어렵다고 느낀다.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애플과 아마존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채용 중단이 고용시장 냉각과 연결되고, 결국 한국에도 여파가 미칠 거라고 짚었다.

다만 경제 위기를 풀어낼 실마리도 일자리에 있다고 봤다. 윤 교수는 "미국도 어렵다지만 리쇼어링(기업 국내 복귀)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과거 6000개에서 지난해 26만개까지 늘었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창출한 일자리만 3만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외국에서 투자를 끌어오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로썬 (기업이) 리쇼어링해도 제대로 된 정책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JTBC가 후원한 ‘2022 중앙포럼’이 ‘한국경제의 위기극복과 도약 - 새 정부와의 대화’를 주제로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퍼펙트 스톰 위기, 한국 경제 활로를 찾아라’를 주제로 열린 세션1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동근 경총 부회장, 이지호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 김경록 기자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서 문제 인식과 해결책을 함께 내놨다. 이 부회장은 "국내 경기는 이미 둔화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경영 환경이 안 좋을 것"이라면서 "올 하반기 대기업 영업 실적이 부진하고 기업 부채도 심각한 상황이다. 반도체, 미래차 등의 주력 기업들도 (해외 업체들과) 경쟁이 심화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으론 '규제 혁신'을 내세웠다. 법인세·상속세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맞추는 한편, 노동 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 자신도 "에너지 비용 등 리스크 관리를 잘하면서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중국에 너무 의존하는 공급망도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우수 인재를 확보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 패널로 참석한 이지호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은 "지금은 퍼펙트 스톰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라면서 "(제도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 문제를 들면서 사회 전반적인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국장은 "예전 오일쇼크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에너지 위기는 (사용량) 절감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면서 "정부가 여러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국민도 함께 (위기 대응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했다.

토론을 진행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차기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는 20세기 전반의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를 소환했다. 강 교수는 "요즘은 케인스보다 제도 개혁, 규제 완화를 이야기한 슘페터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토론에서 제도적 측면이 많이 강조됐는데, 정부로선 정책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ㆍ이희권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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