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최측근 정진상 압수수색에 野 “국면전환용” 與 “정당한 수사”
검찰이 9일 이재명 대표 최측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중앙당사와 국회 본청을 압수수색하자 야권이 발칵 뒤집혔다. 검찰이 전날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기소한 데 이어 정 실장에 대한 강제수사까지 돌입하면서 이 대표를 점점 에워싸는 모습이다. 검찰의 속도전에 민주당은 “야당 탄압”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반면 국민의힘은 “정당한 수사”라며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민주당사 내 대표 비서실과 국회 본청 내 대표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 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패방지법 혐의가 기재됐다. 정 실장이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 정책보좌관·정책실장을 지내며 민간사업자에게 비공개 정보를 흘려준 대가로 총 1억40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민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김용 부원장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민주당이 막아서면서 불발됐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해 민주당 당직자와 5시간 대치 끝에 동의를 받고 컴퓨터 파일 일부를 확보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오전 내내 당사 1층 정문 셔터를 내린 채 검찰과 수사관 10여명과 대치했다. 변호사 입회하에 검찰과 압수수색 범위에 대한 협의가 이뤄진 오후 12시 30분에서야 압수수색에 동의했다.
민주당이 압수수색에 협조한 것은 정 실장 혐의와 관련한 직접적 물증이 당사나 본청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사 9층 대표 비서실에는 5대의 컴퓨터가 있었지만 정 실장이 사용한 컴퓨터가 없어 검찰은 압색물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오후 3시 15분에 철수했다.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일단 당사에 들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국회 본청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김진표 국회의장의 재가를 요청했지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해달라”는 김 의장 말에 따라 대기하다가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2시간 50분 동안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컴퓨터 로그기록, 대장동 사건 관련 언론 기사 8건을 검색한 인터넷 검색 기록, 찢어지거나 파쇄된 메모지 한묶음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에는 협조했지만 민주당은 종일 격앙된 분위기였다. 친이재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당사 침탈에 이어 검찰은 국회까지 침탈하려 하고 있다”며 “검찰 독재 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자제하시기 바란다.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임선숙 최고위원도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국민의 분노를 정치 보복 수사로 돌리려는 정권과 검찰이 야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는 발언을 삼갔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결과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이 대표는 “정 실장이 당사에서 근무하지 않는데도 당사를 압수수색하려는 것은 야당을 무시하고 침탈하려는 의도”라며 “윤석열 정부가 압수수색으로 국면을 전환하려고 한다. 정말 수사를 하려는 것인지, 보여주기식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은 김용 부원장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 강백신 부장검사를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해 여론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여론 비판을 받자 이 대표 측근 관련한 강제수사를 벌여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수사에 어느 정도 협조는 하되, 당사 압수수색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보복 성격이 짙다는 점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갈수록 세지는 검찰 압박에 당내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게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조만간 소환통보를 받고 검찰 포토라인에 서면, 민주당 전체가 비위를 저지른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현재는 민주당 의원 전원이 검찰에 공동대응하고 있지만, 내년 초까지 수사 국면이 이어져 당 지지율이 흔들리면 이 대표에 대한 내부 비판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검찰의 수사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향해가고 있다”며 “민주당에 요청한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 힘쓰지 말고 민생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돈과 유흥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대장동 형제들’이 큰 규모의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위해 조성하고 사용했는지 그 실체가 이제 곧 밝혀질 것”이라며 “민주당은 더는 대장동 이익공동체를 위한 방패막이로 휘둘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비리 의혹의 배후인 이 대표 탄핵부터 먼저 해야 한다”며 “‘대장동 비리 게이트’의 진범이 누구인지 절대다수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성·강보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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