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위한 복지 맞나” 내년 예산안 두고 시끌
참여연대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인상, 자연증가분 수준”
공공돌봄인프라·공공의료 예산 확대 요구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 예산이 약자를 외면하고 있다며 빈곤, 공공돌봄, 공공의료 예산 대폭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9일 오전 9시 무상의료운동본부, 돌봄공공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등 복합적 경제위기로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재벌, 부자 감세정책과 민생, 복지 예산 대규모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분석을 보면 정부가 낸 2023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109조원으로 1년 전보다 11.8% 증가했다. 사회복지 분야는 12.5% 증가했고 보건분야는 13.4% 감액됐다. 참여연대는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 등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의 인상은 자연증가분에 지나지 않는 수준으로 저소득층의 삶의 질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위기상황이 아직 종결되지 않은 국면에서 긴축 재정 기조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금성 지원만 소폭 증가했을 뿐 정부가 밝힌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 복지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고, 공공투자 대신 민간에 맡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주장이다.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지난해 추경 대비 7.1% 증가했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각각 17.9%, 28.8% 증가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저소득층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은 전액 순감됐다. 2020년 1조614억원이 편성됐지만 2021년, 2022년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 후 추경으로 각각 2960억, 9902억원이 편성된 바 있다. 2023년에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보육 분야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어린이집 기능보강 사업 예산이 줄어든 점이 도마에 올랐다. 보육분야 예산은 6조6555억원이다. 지난해 추경 대비 14.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모급여 지원 예산은 1조6249억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2022년 609억원에서 2023년 492억원으로 19.3%가 줄었다. 어린이집 시설 보수와 장비 예산은 38억원에서 35억원으로 약 10% 삭감됐다.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체 90%가 넘는 미취학 아동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하고 있다”며 “공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종사자 처우개선은 모르쇠로 하고, 가정 내 돌봄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오늘날 여성 일자리와 가족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 감소와 관련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사업 집행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2750여개소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예산은 실질적으로 삭감되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노인복지 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폭은 11.3%다. 3년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23년 기초연금이 노인복지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0.9%까지 확대돼 노인복지서비스를 위한 재정적 한계가 더욱 심화되었다”면서 “2023년은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 해로 무엇보다 노인돌봄의 사회적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장기요양 시설확충, 치매관리체계구축, 노인보호기관 예산이 전년대비 모두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의료분야 예산은 지난해 추경 대비 13.4% 감소했다.
시민단체들와 야당 의원들은 △공공돌봄인프라 예산 확대(국공립어린이집과 기능보강, 공공노인요양시설, 돌봄인력처우) △공공의료 예산 확대(공공병원 기능 회복, 취약계층 의료 지원, 건강보험 국고지원) △기초생활보장 예산 확대(생계급여, 긴급복지, 자활급여) △의료영리화 사업 예산 삭감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이관 재검토를 촉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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