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인근 일괄 500m' 보존구역 손본다… 도심은 200m, 녹지는 500m

김정연 2022. 11. 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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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사 별관에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행위규제 조정·발굴규제 간소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문화재청이 지자체 별로 제각각인 문화재 인근 보존지역 범위를 재검토해 규제 범위를 조정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9일 열린 제2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행위 규제 사항을 문화재별 특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 한해서는 개발사업 시 개인이 해야 하는 지표조사 및 협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발굴조사 여부를 지자체가 자체 판단하도록 할 예정이다.


'500m' 일괄 보존지역 다시 점검… 주거·상업 지역은 200m 기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지정문화재가 위치한 인근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협의해 시‧도 조례로 지정하는 구역이다. 200m나 500m 등 구체적 범위에 대해 규정된 바는 없고, 2000년대 초반부터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협의해 만든 기준에 따라 지자체 조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현재 일부 지역에서 문화재 인근 500m를 모두 보존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문화재청은 우선 주거·상업·공업지역 200m · 녹지지역 500m를 기준으로 삼고, 지역에 맞게 세부적인 논의를 더해 지자체 조례 수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다만 서울과 제주는 이번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은 빽빽한 도심과 문화유산이 섞여있어 100m·100m, 제주는 세계문화유산 면적이 넓어 500m·500m 보존지역이 적용되고 있다.

문화재청 이종훈 보존정책과장은 "2000년에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규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문화재 인근 500m 이내 건축행위에 대해선 전부 문화재청의 영향검토를 받도록 했는데, 국민들의 불편이 많았다"며 "문화재청이 지자체와 합리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미치지 않는 지자체 조례를 찾아 논의하고 수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도 조례 손보고, 문화재청 심의 줄인다


문화재 인근 보존구역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문화재로부터 거리에 따라 규제가 달라진다. 문화재청은 현재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지자체 조례를 점검해 조율하고, 문화재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구역의 공사에 대해서는 문화재청 허가 없이 지자체가 판단하는 쪽으로 규제를 정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김포 장릉 인근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지도에 표시한 그림.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의 기준과 시도 조례가 충돌하는 경우 수정 작업을 꾸준히 해왔지만 일률적이지 않고, 지자체 담당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 규제구역 내에서 건축행위를 하려면 개인이 양쪽에 직접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운 경우가 많았다. 문화재청은 올해 전국적으로 약 1000건의 문화재 주변 보존지역을 점검해 법규에 맞는지 확인한 뒤, 연말에 규제 정리안을 권고하고 이후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개별 심의구역도 축소한다. 보존지역 내에서 건축행위 등을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개별적으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앞으로 녹지를 제외한 주거‧상업‧공업지역의 경우 문화재로부터 200m 반경까지만 문화재청이 개별 심의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이종훈 과장은 "보존구역의 가장 바깥 구역은 지자체의 도시계획 조례와 맞추고, 도시 경관과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며 "규제를 없애거나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행 법과 시도 조례 등과 어긋나있는 부분을 맞추는 것이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규제 총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문화재 인근 구역 3만㎡ 이상 규모의 개발행위는 개인이 문화재청과 직접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 과정도 지자체가 판단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매장문화재 분포 지도'를 만들어 지자체에 기준점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전 국토의 약 20%에 해당하는 면적, 현재 개발이 활발한 전국의 도심지역에 대해 정밀 지표조사를 시행할 예정으로 약 49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박윤정 발굴제도과장은 "문화재청이 지표조사를 시행해서 유적이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는 '유존지역' 여부를 판단하고, '표본조사' '시굴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지도에 표기해서 지자체가 그 지도만 보고도 개발 행위를 허가할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역량 부족·방향 우려엔 "인원·교육 늘리고 이행점검 가능"


다만 문화재청은 일부 권한이 지자체로 위임되면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나, 지자체의 역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종훈 과장은 "지자체에 관련 전공자 배치를 늘리면 다소 해소될 문제고,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늘리는 건 문화재청의 몫으로 앞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가 실수한 부분이 발생할 경우 문화재청이 '이행 점검'을 통해 시정할 수 있지만, 아직 법에 명기되지 않아 문화재청은 앞으로 법제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응천 청장 "지역소멸 심각, 문화재는 지역 활성화 매개체"


문화재청은 앞으로 문화재 발굴 및 보존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대하고,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등 민속마을은 건축유형 등을 반영해 정비 기준을 개선할 예정이다. 경주·공주·부여 등 고도에서는 한옥만 대상으로 하던 지원사업을 근현대 우수 건축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은 경주 양동마을. 중앙포토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청은 소중한 문화재를 잘 보호하고, 그 가치를 높여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규제가 발생해 지역 주민과 기업의 일반 생활‧경제 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문화재가 국민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 소멸이 심각한 상황에서 문화재는 오히려 각 지역을 활성화하고 공동체를 단단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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