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블비치'보다 더 흥미롭고 환상적인 미국 골프장들

최태원 2022. 11. 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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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닷컴, 2022~2023 '미국 100대 골프장 ' 선정
골프닷컴이 선정한 미국 100대 골프장 중 1위와 2위를 차지한 파인밸리(위)와 사이프러스포인트. [이미지출처=골프다이제스트]

[아시아경제 최태원 기자] 미국은 골퍼들의 파라다이스다. 무려 1만5000여 개의 골프장이 있는 미국에는 환상적인 풍경과 흥미로운 스토리를 품고 있는 곳도 많다. 전세계의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의 이목이 미국 골프장에 집중되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이 8일(현지시간) 미국 100대 골프장을 선정했다. 117명의 패널이 디자인의 다양성과 모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투표에 참여했다.

흥미로운 것은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죽기 전에 라운드해야 할 골프장"이라고 격찬했던 캘리포니아주의 페블비치가 10위권 내에 없다는 점이다. 페블비치는 이번 100대 골프장 중에서 11위였다. 페블비치의 명성마저 무색케 하는 미국의 주요 골프장을 소개한다.

파인 밸리(Pine Valley)

뉴저지주 캠던카운티 파인밸리에 자리잡은 골프장이다. 골퍼라면 한번은 꼭 가보길 원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라는 극찬을 받는다. 여러 매체에서 진행하는 세계 100대 골프장에서 '단골 1위'로 꼽힌다.

파70에 전장은 6532야드다. 조지 크럼프와 해리콜트의 설계로 1918년 준공됐다. 코스 디자이너 로버트 트렌트 존스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라고 했고,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25승을 거둔 조니 밀러(이상 미국)는 "모든 홀이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호평한 곳이다.

최고의 코스를 보유했지만 프로 대회는 유치하지 않는다. 20세기에 두차례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아마추어들이 격돌하는 워커컵(Walker Cup)이 열린 것이 개최된 대회의 전부다. 갤러리가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회원들간의 골프 대회인 크럼프컵을 매년 개최한다.

1세기 넘게 여성 회원을 받지 않다가 지난해 설립 104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회원 3명을 받아들여 화제가 됐었다.

사이프러스 포인트(Cypress Point)

사이프러스포인트 15번홀은 바다와 어우러진 절경이 일품이다.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 위치해 있다. 기암절벽과 검푸른 파도가 압도적인 장관을 뽐낸다. 울창한 사이프러스(편백나무)들의 웅장함도 빼놓을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남쪽 카멜베이 몬테레이반도에 조성돼 해안을 따라 달리는 도로인 일명 '17마일 드라이브' 역시 손에 꼽히는 뷰 포인트다.

파72에 전장은 6541야드다. 앨리스터 매킨지의 설계로 1928년 준공됐다. 거친 러프와 까다로운 모래 벙커, 불규칙한 바닷바람 등으로 코스 난이도는 최상이다. 출중한 실력을 지니더라도 평소보다 못한 스코어카드를 받는 경우가 잦다.

시그니처 홀인 16번홀(파3ㆍ219야드)은 '지구에서 가장 훌륭한 홀'이란 이명을 가진다. 티샷을 한 공이 220야드를 날아 태평양을 건너 그린에 안착하는 모습은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다는 평이다.

시네콕 힐즈(Shinnecock Hills)

뉴욕주 사우샘프턴에 위치해있다. 깔끔하게 잘 가꿔진 느낌의 다른 골프장 달리 이색적인 날 것 그대로의 분위기를 자랑한다. 1986년부터 2018년까지 5번의 US오픈이 이곳에서 열렸다.

파70에 전장은 7445야드다. 윌리엄 플린의 설계로 1931년 준공됐다. 긴 전장과 질긴 러프, 변화무쌍한 대서양 해풍, 유리 같은 그린으로 악명높다. 실제 이곳에서 열린 대회들의 우승 스코어도 레이 플로이드(미국)의 1984년 1언더파, 코리 페이빈(미국)의 1995년 이븐파, 레티프 구센(남아공) 2004년 4언더파, 브룩스 켑카(미국) 2018년 1오버파에 그친다.

시그니처홀인 16번홀(파5)은 616야드에 달해 그린까지 나아가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장타가 필요함에도 페어웨이 평균 폭은 26야드에 불과해 어려움은 가중된다. 필 미컬슨(미국)이 1995년 16번홀에서 러프를 전전하다가 11타로 자멸한 바 있다.

오크몬트(Oakmont)

오크몬트의 마지막 승부처 18번홀. 뱀처럼 휘어진 페어웨이를 확보해야 곧바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에 위치해있다. ??나무도 거의 없고 물도 없으며 땅을 가로지르는 배수로가 인상깊은 황량한 풍경을 자랑한다.

파71에 전장은 7254야드다. 찰스 맥도날드의 설계로 1911년 준공됐다. 긴 전장에 울퉁불퉁한 페어웨이, 거친 러프와 210개의 깊은 벙커, 빠른 그린 등으로 악명높다. 오크몬트(Oakmont)와 괴물(Monster)의 합성어 '오크몬스터(Oakmonster)'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난코스로 소문난 US오픈 개최지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평을 내린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벙커로 알려진 '교회 의자(The Church Pews)'가 인상 깊다. 마치 교회에서 신도들이 앉는 긴 의자 같은 러프 둔덕과 벙커 고랑이 12개나 이어져 있다. 길이가 100야드, 폭이 40야드에 육박한다.

다른 골프장과 달리 연못이나 저수지, 개울 등 워터해저드가 없다. 일견 쉬워보일 수 있지만 변수가 있다. 10개 홀에 걸쳐 있는 배수로다. 제멋대로 자란 잔디로 바닥은 고르지 않고, 수많은 작은 돌멩이들이 스윙을 방해한다.

오거스타 내셔널(Augusta National)

오거스타내셔널 코스 안내도

조지아주에 위치해 있다. PGA 투어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주최하는 명문 골프장이다. 그린 지하에 있는 관리실에서 토양의 온도, 습도, 산소량 등을 조절하는 등 철저한 코스관리로 유명하다.

파72에 전장은 7475야드다. 바비 존스와 알리스터 맥켄지의 설계로 1933년 준공됐다. 철저한 회원제 운영을 자랑한다. '고상한 체하는, 우월감에 젖어 있는' 이란 뜻의 스노비(snobby)를 쓴 '스노비클럽'이란 악명을 자랑한다. 실제 회원 동반이 아니면 정문조차 통과할 수 없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이 이 곳의 회원으로 알려져있다.

'유리 그린'으로도 악명이 높다. 특히 11~13번홀은 선수들이 기도를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는 뜻으로 이른바 '아멘코너(Amen Corner)'로 불린다.

13번홀(파5)의 아름다움도 명성 높다. 티잉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진달래가 만개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5홀'이라는 평을 받는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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