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 포함…성평등은 삭제(종합)

한진주 2022. 11. 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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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교육과정 9일부터 29일까지 행정예고
정책연구진이 공청회 이후에도 기존 입장 견지하자
교육부가 관련 위원회 통해 '자유민주주의' 표기 추가 반영
성평등 표현 지우고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성소수자 관련 표현도 수정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오는 2024년부터 순차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포함하기로 했다. '성평등' 용어는 삭제됐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9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몇몇 교과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있었고, 정부는 연구진이 마련한 초안을 그대로 공개하는 등 교육과정 개정의 모든 과정을 국민들께 투명하게 공개했다"며 "역사 교육과 성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보수진영에서 요구했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등 논란이 된 사항들을 교육과정 개정 협의체, 교육과정심의회 등을 통해 포함하는 것으로 관철시켰다. 자유민주주의 관련 서술 요구는 공청회 이후에도 정책 연구진이 기존 안을 유지하자 교육부가 의견을 내어 조정한 것이다. 역사 교과에서 6·25 남침 표현은 공청회 이전에 정책 연구진이 반영해 수정했다.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헌법, 헌법재판소 결정의 예, 관련법률의 통상적인 용어이고 헌법전문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합의를 거친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1년, 2018년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 때도 ‘자유민주주의’ 표기를 놓고 논란 일어 위원회 통해 조정한 전례가 있다"고 했다.

정책연구진과 이견이 있었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포함시키고 '성평등' 표현을 제외시키기 위해 교육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표현과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정책연구진 차원에서 반영하지 않아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절차를 진행해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수단체에서 문제삼은 성소수자, 성평등에 대한 표현들도 대폭 수정됐다. 도덕 과목에서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성에 대한 편견’으로, ‘성평등의 의미’는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수정됐다. 보건 과목에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라는 표현은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수정하면서 ‘성·임신·출산과 관련한 건강관리와 육아휴가 등 권리’에 대한 학습 내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언급했다.

고등학교 통합사회 성취기준 해설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로 ‘장애인, 이주 외국인, 성소수자 등’으로 표현된 부분도 여러 논의과정을 거쳐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 받는 사회 구성원’으로 수정·보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적 소수자의 예시로 ‘성소수자’를 든 것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명시하는 것이 ‘제3의 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각론조정위, 심의위에서도 청소년기에 성정체성이 확립되는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성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문제제기가 거셌던 부분에 대해 교육부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장상윤 차관은 "성소수자 등 기존의 성을 양성으로 볼지, 제3의 성을 인정할 지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스펙트럼이 넓다. 지금 논의되는 부분도 인정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며 "시안에 나와 있던 성소수자라든지 성평등의 개념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고, 연구진에서 시안을 다시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분들이 있는 조정위원회, 교육과정심의회를 거쳐서 이 행정예고안에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음악 과목의 국악과 관련한 내용은 협의체가 권고한 내용을 토대로 2015 개정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반영해 국악 관련 학습내용을 내용 체계, 성취기준 등에 별도 제시했다. 초등학교 사회 성취기준·해설에 ‘기업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포함시키고 중학교 사회 과목에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명시했다. 정보교육 시간 배당 기준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를 반영해 초등은 34시간 이상, 중등은 68시간 이상 '편성·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던 부분을 '편성·운영한다'로 수정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내용도 반영됐다. 안전교육을 관련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다중밀집 상황에서의 교육과 체험·실습형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초등통합·체육·음악·미술 교과에 다중 밀집 환경 안전 수칙을 포함하고 보건과목에서 위기상황 대처능력 함양 강화 사양을 반영했다.

다만 교육부가 국민 참여를 전제로 '국민참여소통채널'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의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했으나 시안 공개 이후부터 이념 논쟁이 불거졌고, 보수단체들의 극렬한 반발로 인해 공청회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던 점은 한계로 남았다.

장 차관은 "이번에 처음 시도한 것으로 기존과 달리 갈등이 더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행정예고안도 홈페이지를 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공개하는 과정이어서 평가하기는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행정예고 이후 다음달 초 국가교육위원회에 개정안을 상정해 심의·의결 후 연내 확정 고시할 계획이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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