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법인세, 부자 세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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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세금 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Nothing is certain but death and taxes)'영미권의 이 속담은 흔히 한국에서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라는 말로 의역돼서 널리 사용된다.
이게 '부자 감세'라면 이전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린 것은 반대로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세금 인상으로 불러야 형평성에 맞는 말이 된다.
법인세를 낮춰 낙수 효과를 보겠다는 정부의 말을 무턱대고 믿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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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법인세 인하 흐름 속 韓 기업 높은 세금 '모래주머니' 달고 뛰어
세금 인하 때 GDP 성장…'부자 감세' 아닌 검증된 통계 봐야
[아시아경제 이초희 산업부장]‘죽음과 세금 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Nothing is certain but death and taxes)’
영미권의 이 속담은 흔히 한국에서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라는 말로 의역돼서 널리 사용된다. 짧지만 강렬한 이 문장의 핵심은 세금이 죽음에 비견될 만큼 무서운 존재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세금은 올리든 내리든 양쪽에서 욕을 먹는 기묘한 제도다. 대중들은 세금이 오르거나 내릴 때 ‘나 말고 누가 더 이득을 볼 것이냐’에 집중한다. 내 주머니에서 돈이 더 나가는 것도 용납할 수 없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의 주머니가 덜 비워지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게 세금이 가진 아이러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조명을 받는 정책은 세제개편안이다. 핵심 중 하나가 법인세 인하다. 돈을 번 시민들은 그만큼의 세금을 나라에 내야 한다. 이것이 소득세다. 소득세는 상업이 시작된 이래 지리, 문화권, 민족 구분 없이 어느 세계나 존재하는 제도였다. 법인세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1900년대 초 미국이 법인세를 도입하면서 유럽 주요국들이 뒤따랐고, 한국은 1950년이 돼서야 법인세를 걷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정쟁으로 국회가 시끌벅적하지만, 경제계의 관심은 감세안이다. 현재 국회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최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하로 인한 경제 활력과 재정건전성 확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한 야권의 프레임은 ‘부자 감세’라는 딱지 붙이기다.
여기서 짚어볼 문제는 22%로 낮추는 게 과연 대기업들을 위한 막대한 특혜가 맞냐는 것이다. 과거 법인세 최고세율 변화를 보자. 1990년대 초 34%에 달했던 최고세율은 김영삼 정부 때 28%,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27%로 낮춰졌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각각 25%, 22%까지 내려갔다. 20여년간 차근차근 낮춰졌던 최고세율은 문재인 정부 들어 25%로 역사적 흐름을 역행했다.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문재인 정부 때 갑자기 올린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일 뿐이다. 이게 ‘부자 감세’라면 이전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린 것은 반대로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세금 인상으로 불러야 형평성에 맞는 말이 된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또,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KDI가 최근 내놓은 ‘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5만5000개의 유럽기업에 법인세액 1달러를 인상한 결과 임금을 0.64~0.49달러 감소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법인세는 기업이 내거나 대주주만 부담하는 세금이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대다수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법인세를 낮춰 낙수 효과를 보겠다는 정부의 말을 무턱대고 믿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다만, 법인세 인하가 결국 국내총생산(GDP)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이미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입증된 결과다. ‘부자 감세’라는 선동적 구호보다는 증명된 숫자와 통계가 더 믿을 만하지 않을까.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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