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 '자유경제' 넣는다…'성평등'은 빠져
정부가 2025년부터 적용되는 새 역사 교육과정에 빠져 논란이 됐던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넣기로 했다. 사회 교육과정에는 '자유로운 경제활동' 표현이 추가되고 '성소수자', '성평등' 용어는 제외된다. 국악 소외 논란이 불거진 음악 교육과정에는 국악 학습내용이 명시된다.
9일 교육부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지난 8월 시안을 공개한 후 공청회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된 안이다.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교육목표와 내용이 담겨있어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지난해 4월 개발에 착수해 같은 해 12월 연구진이 구성됐다. 그런데 연구진이 발표한 역사 교육과정 시안에는 '민주주의'라는 표현만 표기돼있어 '자유'를 포함하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연구진이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교육부는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반영되도록 했다. 다만 연구진이 서술한 민주주의 표현 모두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들어간 문장을 추가했다.
정권 따라 바뀌는 ‘민주주의’ 서술
새 교육과정은 성취기준과 해설 모두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등장한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성취기준 및 성취기준 해설에 ‘자유민주주의’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반영해 대한민국 정통성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보수 지지층의 의견만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교육부는 국민 의견 뿐만 아니라 헌법 전문과 결정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참고했다고 밝힌 헌법 전문 등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명시돼있다. 또 제주4‧3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헌법의 지향이념으로 삼고 있다’고 명시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선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 체제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쓰여 민주주의의 의미를 축소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라는 표현은 사회 교과에도 등장한다. 초등학교 사회 교육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서술하는 문장에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또 중학교 사회 교육과정에서 등장하는 경제 생활은 ‘시장경제’와 ‘자유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로 대체됐다. 일각에서는 자유를 강조한 것이 윤석열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와 각종 기념사, 연설에서 ‘자유’라는 용어를 수차례 사용해왔다.
‘성평등’ 빠지고 ‘다중 밀집 환경’ 신설
한편 가수 송가인 등 국악인들의 반발을 샀던 음악 교육과정은 국악 관련 학습 내용을 별도로 제시하기로 했다. 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교육과정 총론에 안전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이 신설되고, ‘다중 밀집 환경’의 안전 수칙이 포함됐다. 교육과정에 ‘노동 교육’을 포함해달라는 진보 교육계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 이 밖에 기후‧생태환경 변화에 대한 표현이 교육과정에 추가됐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행정예고 기간은 11월 9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이다. 최종안은 12월 초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2월 30일에 최종 고시된다. 확정된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 2학년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 중고교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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