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우승 도전 실패, 최고의 '명품조연'이었던 키움
[유준상 기자]
창단 이후 세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키움 히어로즈가 다시 한 번 V1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쓴맛을 봤다.
키움은 8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6차전서 SSG 랜더스에 3-4로 패배했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서 연이틀 1점 차 패배를 당한 키움은 더 이상의 반전 없이 준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마무리했다.
▲ 올가을 '투지'로 똘똘 뭉쳤던 키움은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다. |
ⓒ 키움 히어로즈 |
3주 넘게 이어진 영웅군단의 '가을 드라마'
정규시즌을 3위로 마무리한 키움의 가을야구는 지난 달 16일부터 시작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한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는 좀처럼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규시즌서도 맞대결 때마다 접전을 펼쳤던 두 팀의 시리즈는 5차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키움은 야시엘 푸이그와 이정후의 활약, 보직을 전환한 최원태의 호투 등에 힘입어 3승 2패로 준플레이오프를 마감했다. 플레이오프 전까지 단 이틀밖에 쉬지 못했고 전문가들 역시 LG의 우세를 점쳤지만 '기세'를 믿은 키움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은 허상이 아니었다. 경기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1차전 패배 이후 내리 세 경기를 잡고 홈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LG를 제압하고 '업셋'에 성공해 모든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선발 출전한 베테랑 포수 이지영, 철저하게 뒷문을 단속한 마무리투수 김재웅 등 많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플레이오프 3차전서 대타로 나와서 홈런를 쏘아올린 임지열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올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 김재웅 |
ⓒ 키움 히어로즈 |
극복하지 못한 단점과 체력적인 한계
다만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키움은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단점은 명확했다. 시즌 내내 고민이었던 유격수 자리가 단기전에서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김휘집과 신준우 두 명의 젊은 내야수 모두 불안했다.
홍원기 감독은 한국시리즈 6차전 도중 김혜성에게 유격수를 맡겨보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김혜성을 대신해 2루수로 자리를 옮긴 김태진이 실책을 기록했다. 6회말 후안 라가레스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놓쳐 출루를 허용한 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교롭게도 이전 두 차례의 한국시리즈서도 영웅군단의 유격수가 경기의 흐름을 바꾼 적이 있었다. 2014년 강정호(5차전), 2019년 김하성(1차전)이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고 끝내기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거의 비슷한 그림이었다.
또한 준플레이오프까지 활약했던 야시엘 푸이그의 방망이가 조용했고 이정후도 뒤늦게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김혜성과 김준완 등 출루를 통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선수들도 부진했다.
3주 넘게 쉰 SSG와 달리 그 기간 동안 매 경기 모든 힘을 쏟아부은 키움은 체력적인 한계를 마주해야만 했다. 특히 불펜 전력에서 비중이 높았던 김재웅와 최원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위가 떨어졌다. 아쉬운 볼 판정이 있었더라도 실투로 몰리는 공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정규시즌 1위'가 왜 중요한지 다시금 느낀 시리즈였다.
주연은 되지 못했어도 올해 키움은 KBO리그 40년 역사상 최고의 '명품조연'으로 남을 것이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된 이정후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오히려 후배 선수들을 다독였다.
홍원기 감독은 5차전 이후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단점과 한계를 느끼면서도 후회없이 경기를 펼쳤기에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한, 키움의 위대한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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