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인가, 자살인가... 쉽지 않은 문제 [스위스 안락사 동행, 그후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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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8월 말, 조력사 동행 체험기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를 내고 나서 안락사 및 조력사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조력사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를 위해 저도 반대쪽 목소리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입니다.
저는 조력사를 눈앞에서 직접 목격했고, 돌아가시는 분의 발목을 온기가 식기까지 잡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조력사가 분명 자살이라면 자살을 방조한 셈이니 여러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한 심경과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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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기자]
저는 지난 8월 말, 조력사 동행 체험기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를 내고 나서 안락사 및 조력사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체험이 먼저 있고 그 체험의 의의를 살피는 이론을 접한다고 할까요. 그 전에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말기암 환자의 '스위스 편도 여행'에 동반한 후 그 여행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이렇게 동행 후기를 쓰는 것도 그 이유지요.
지난달 말에는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주최로 <안락사는 존엄한 죽음인가>라는 제목 아래 의료, 법률, 신학 분야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올해 6월 5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조력존엄사에 대한 법안을 발의한 지 한 달 만인 7월 1일~4일, 3일 동안 1천 명을 대상으로 찬성 82%의 결과를 끌어낸 질문은 이랬습니다.
"이 법안은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어,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의 경우 담당 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이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의사조력자살에 해당하는 조력 존엄사를 도입함으로써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증진(보장)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와 같은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귀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해 의료분야 발제자인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명이비인후과 원장)은 '조력 존엄사'란 용어 자체가 죽음을 미화하는, 의료계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기괴하고 교묘한 조어라며 반박합니다. 1997년 미국 오리건 주의 안락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의 이름을 존엄사로 해석한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존엄사'는 사망하는 사람의 존엄성 확보를 목적으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용어이지 연명의료 중단 및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존엄하다는 표현은 당치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조력사 문제를 먼저 다룬 외국에서도 '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혹은 '조력사망(Aid in Dying)'이라고 구분해 지칭하며, 존엄사라는 별도의 의미부여를 않는다는 거지요. 따라서 '조력 존엄사'라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 다분히 의도적 조어로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런 반문이 있을 테지요. 용어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는. 뜻이 통하고 알아들었으면 됐지 하는. 그런데 그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지요. 만약 질문을 이렇게 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하는 것이 지난 세미나의 의료 분야 발제의 요지였으니까요.
즉, "당신이나 가족이 말기 환자가 되었을 때 통증이 심하면 자살을 고려하겠는가?" 라고 질문했다면 과연 82%의 찬성을 끌어낼 수 있었겠냐는 거지요. '조력사는 존엄사가 아니라 자살'이라는 명확한 용어 정리 하에서도 조력사 입법화에 압도적 지지를 받았겠냐는 건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조력사를 눈앞에서 직접 목격했고, 돌아가시는 분의 발목을 온기가 식기까지 잡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조력사가 분명 자살이라면 자살을 방조한 셈이니 여러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한 심경과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조력사에 관한 논의, 다음 회에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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