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 앞두고 찬물 끼얹은 블라터 “카타르 유치는 나쁜 선택”

송지훈 2022. 11. 9. 08: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FIFA 집행위원회 직후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가 낙점된 사실을 직접 밝히는 제프 블래터 전 FIFA 회장. AP=연합뉴스


제프 블라터(86·스위스)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카타르에 월드컵 개최권을 부여한 결정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대회 개막을 10여 일 앞두고 등장한 돌발 발언에 국제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블라터 전 회장은 8일 스위스 매체 타게스 안차이거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국가로 선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당시 FIFA를 이끈 회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카타르는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담기엔 작은 나라다. (카타르월드컵은)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규모 면에서 가장 작은 대회가 되고 말았다”면서 “사실 나는 (개최국 유치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2010년에 미국을 지지했다. 2018년은 러시아에서, 2022년은 미국에서 월드컵을 치르도록 해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선 두 나라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2022년 월드컵 유치 경쟁에서 카타르는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등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승자가 됐다. 한국은 3차 투표에서, 미국은 최종 투표에서 각각 고배를 마셨다.

지난 6월 스위스 법정에 출두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결백을 호소하는 블래터 전 FIFA 회장. AP=연합뉴스


블라터 전 회장은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국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개최지 선정 투표 2주전 열린 ‘3자 비밀 회동’을 지목했다. 프랑스 대통령 관저에서 미셸 플라티니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당시 카타르 왕세자(현 국왕)가 비공개 만남을 가진 뒤 유럽 출신 FIFA 집행위원 4명이 일제히 카타르 지지로 돌아섰다는 내용이다.

블라터 전 회장이 카타르월드컵 개막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내놓은 건 대회 관련 논란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상 최초로 중동에서, 11월에 개막하는 월드컵의 특수성은 갈수록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모양새다.

경기 중 안와골절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오른 손흥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유럽과 남미에서 주요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대회가 치러지다 보니 각국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시즌에 열리는 이전 월드컵과 달리 부상 후 회복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다. 한국 축구대표팀도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가슴을 쓸어 내렸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정상 컨디션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노동자 인권 논란도 여전하다.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65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카타르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덴마크대표팀은 카타르 노동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세 번째 유니폼을 검정색으로 정했다. 최근엔 카타르 당국이 도하 시내 월드컵 관광객 숙소와 인접한 곳에 거주 중이던 외국인 노동자 수천 명을 강제 이주시켜 또 다른 논란을 촉발시켰다.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인해 65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2022년 월드컵 개최지가 카타르로 정해진 건 블라터 전 회장 재임 기간(1998~2015) 중인 2010년이다. 무려 17년 간 FIFA를 이끈 그는 부패 혐의로 지난 2015년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두 차례의 자격정지 징계가 이어지며 오는 2028년까지 축구계 활동이 금지된 상태다. 프랑스와 스위스 검찰은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에 블라터 회장의 비리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장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