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급 자격증 논란' 축구계 목소리 직접 들어봤다 [IS포커스]

김희웅 2022. 11. 9.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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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왼쪽)과 차두리. IS포토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7일 2023년 P급 지도자 강습회 수강생 25명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합격자 선정에는 사상 처음으로 ‘A매치 50경기’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 두 명의 쿼터가 생겼다. 여기에 해당하는 수강생이 안정환(46)과 차두리(42)다.

축구는 타 종목과 달리 지도자 자격을 엄격하게 가린다. 대한축구협회 지도자교육 아카데미를 통해 지도자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가장 낮은 D급부터 C, B, A, P급 라이선스가 존재한다. 프로축구팀 감독 혹은 국가대표팀 감독이나 코치를 하려면 P급 자격증을 얻어야 한다. 프로팀 지도자는 P급 라이선수가 있어야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지도할 자격이 생긴다.

P급 자격의 경우 지도 경력, 대면심사를 통한 정성평가, 교육 이수 점수, A급 우수성적 혹은 지도실적에 따른 가산점을 통합해 합격자를 가리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축구 지도자 자격증 등급.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도자교육 아카데미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P급 자격증 수강생 대부분이 합격하기 때문에 수강생으로 선정되는 게 사실상 합격한 것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내년도 P급 자격증 수강생 선정에는 109명이 지원했고, 이중 25명이 선발됐다.

P급 자격증 수강생이 되려면 A급 자격증 취득 후 U18(18세이하) 수준 이상의 팀 지도 경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에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A매치 50경기’ 자격 쿼터에는 지도 경력이 없어도 선수 시절 A매치 50경기 이상을 뛰었다면 자격요건이 충족된다. 안정환의 경우 A급 자격증을 딴 이후 U18 이상 수준의 팀을 정식으로 지도한 적이 없다. 이 부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현직 축구관계자들에게 이번 논란에 대한 솔직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긍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분통을 터뜨린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솔직한 이야기를 위해 기사화할 때는 익명을 요구했다.

━ 어느 정도 수긍- “한국 축구 발전에 오래 기여한 건 맞다”

▶프로축구팀 관계자 A=“찬성이냐 반대냐를 물으면, 내 입장은 반반이다. 한국 축구 발전에 오래 기여한 것도 있어 그 부분은 분명 반영해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사회가 공정성에 관해 민감하니까 현장성 문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프로 선수 출신 현직 지도자 B=“반반이다. A매치 50경기 이상 뛴 사람들이 공로를 세운 건 맞다. 일선 지도자들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것 같다. 이번에 P급 수강생으로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A매치 50경기 이상 국가대표 출신 현직 지도자 C=“대표 경력이 오래된 이들에게 이 정도 어드밴티지는 줄 수 있다. 다만 미리 합격자를 정하거나 이름값만 보고 무조건 합격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3 P급 수강생 합격자 D=“과정이 아쉽긴 하지만, 스타 출신들이 어쨌든 축구인으로서 나중에 지도자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지금 되돌릴 수 있는 건 없다.”

2023 P급 수강생 선정절차 설명회 자료 중 쿼터 배분 관련 내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도자교육 아카데미 홈페이지 캡처

━ 반대- “과정 불투명했다. P급은 현장 지도 경험 필수다”

▶프로 선수 출신 현직 프로팀 지도자 E=“과정이 아쉽다. 적어도 1년 전에 A매치 50경기 쿼터 추가에 대해 미리 공론화를 해놨으면 좋았을 것이다. 급하게 짜맞춘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드니까 특혜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성급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지도자로 고생한 사람들은 엄청난 시간을 들이는데, 결국은 선수 때 커리어에 밀리는 거 아닌가. 계속 탈락한 사람은 자괴감이 들 것이다.”

▶A매치 50경기 이상 국가대표 출신 현직 지도자 F=“P급은 다른 등급과 달리 지도자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C급에서 B급을 딸 때는 선수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혜택이 있다. P급은 최고 라이선스인데 다르지 않나. 대부분 P급까지 어렵게 간다. P급 자격엔 지도 경력을 반드시 넣어야 다른 사람들의 불만이 덜 생긴다.”

▶프로축구팀 관계자 G=“선수 생활을 잘했다고 지도자를 잘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하위 등급도 아니고 굳이 P급까지 혜택을 줄 필요가 있을까. 몇십 년 걸려서 P급까지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

▶프로 선수 출신 현직 지도자 H=“2002 월드컵 멤버에 대한 특혜일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고생하며 P급 라이센스를 취득하려고 한 축구인들한테서 부정적인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2023 P급 수강생 합격자 I=“A매치 50경기 이상 뛴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P급 수강생 자격 2장을 배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른 수강생 신청자들 사이에선 '안정환, 차두리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점수 배점에 이익을 줬으면 몰라도, 아예 수강생 합격자로 분류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아마추어 축구 관계자 J=“대한축구협회는 A매치 50경기 이상 쿼터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 이번 수강생 합격자도 당초 24명이라고 했다가 AFC에 25명으로 늘려도 좋은지 질의를 넣고 응답을 기다리느라 합격자 발표도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급히 끼워맞춘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프로팀 감독인 모 인사를 이번 P급 수강생으로 넣으려고 구단에서 손을 썼다는 소문도 있었다. 과정이 명확하고 투명하지 않으니까 P급 자격을 얻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희웅, 김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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