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대격변]④“새로운 건 없어, 있던 걸 색다르게”
출판계 불황 해결 "독자가 관심 가지도록 현대적 감각 입히기 고민"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해 볼 건 다 해봤다”는 자조 가득한 출판 마케팅계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는 출판사가 있다. 세계문학전집으로 잘 알려졌으나, 이제는 민음사TV로도 유명한 민음사다. 구독자 수는 11만여명.
이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국내 출판사 중 최고 기록으로 2019년 유튜브를 개설한 지 3년 만에 큰 성과를 이뤘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조아란 민음사 마케팅부 콘텐츠기획팀 팀장.
애초 “책 광고 콘텐츠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한 유튜브가 대중의 관심을 얻으면서 믿고 즐기는 책 콘텐츠 창작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불황의 늪에 빠진 지금의 출판계를 어떻게 분석하며,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 사옥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출판계 사정이 많이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민음사도 그렇고 서점 전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원자잿값에 인건비까지 올라서 수익률이 많이 안 좋다. 제작비는 오르는 원가를 반영하기 힘들어서 고민이 크다. 오래된 구간은 재쇄에 들어가면서 정가 인상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제작부서가 정가 인상을 거론하면 영업부서는 난색을 보이고,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있다.
-민음사TV는 출판사 유튜브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여겨진다.
▲성공사례로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서 불러주시는 곳이 많아졌다.(웃음) 보통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고 하면 홍보 채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음사TV는 그런 통념을 깨면서 관심받는 것 같다. 이것저것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회사 환경도 주효했다.
-무엇을 가장 고민했나.
▲개인 유튜브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일반 구독자가 재밌어서 할만한 콘텐츠를 고민했다. 일단 뭐가 잘 돼야 나중에 광고를 붙이더라도 붙일 테니까.
-출연진들의 궁합이 인상적이다.
▲직원들이 가진 고유한 캐릭터를 잘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민음사는 내부 분위기 자체가 경직되지 않았다. 서로를 격려하고 지원하는 분위기다. 물론 영상 출연 의지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직원 모두가 호응하고 재밌게 보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많은 출판사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지만 고전하는 곳이 적지 않다.
▲작은 출판사의 경우 마케터에게 편집을 배워서 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 일에 치이다 얼마 못 가 그만두기 쉽다. 그래서 처음부터 예산을 받아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는 외주 전담팀을 따로 둔 게 주효했다. 대표님은 지원은 하되, 영상 자체에 크게 간섭하지 않으신다. 어떨 때는 보고 계시기는 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본래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분위기인가.
▲그렇다. 잡지 ‘한편’ 시리즈도 대표적인 사례다.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해봐”까지는 아니어도 편집자가 확신을 가지고 진행하면 스몰 스타트에 관대한 편이다,
-민음사TV가 출판사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영향을 미치면서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장이 마련된 것 같다.
▲과거에는 서점을 통해 이벤트를 벌였다면, 이제는 자체 파워를 갖춰 독자와 직접 만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실 10년 전 국내 최초로 북클럽을 런칭할 때부터 내부에서는 “팬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투자가 가시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올해는 상시 모집하던 북클럽이 3개월 만에 7000명이 모이면서 조기 마감됐다. 성인 단행본에서 이례적인 기록이다,
-브랜드 이미지 상승도가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
▲아직 파이를 키우는 성장 단계로 생각하고 있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이드로는 유튜브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그 비용으로 책을 소개하는 짧은 쇼츠를 제작해 내보낼 예정이다. 수백만 원을 내고 서점 메인 페이지에 광고를 내는 건 잠깐이지만, 영상은 계속해서 쌓인다.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출판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기획과 예측에 있어 마케터의 기여도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지치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크다. 또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책의 특성도 고민거리다.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는 자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2018년 처음 시작한 ‘인생일력’(고전 속 365가지 명문장을 담은 달력)은 1만5000부가량 판매되고 있다. 세계문학전집 관련한 줌(ZOOM) 행사도 주목할 만하다. 50~100명가량이 모이는 오프라인 행사의 제약을 넘어 참가자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민음대학교라고 해서 대학교 때 들었던 문학 교양 수업 콘셉트로 강연을 꾸렸는데, 유료(3만원) 강연이었음에도 700명이 등록했다.
-기존 독자 외에 새로운 독자 유입이 줄어드는 추세로 알고 있다.
▲본래 상정했던 독자는 20~30대 여성 독자들이다. 하지만 민음사TV 유튜브를 통해 상대적으로 어린 18~24세 독자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생을 타깃으로 했는데, ‘수능 끝났어요. 책 사고 싶어요’ 이런 댓글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출판계 불황 해결에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뭐든 새로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있는 걸 가지고 요즘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콘셉트로 기획하고 다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워터푸르프(방수책)만 해도 없던 게 아니다. 기존 것을 독자가 관심을 가지도록 현대적 감각을 입히는 걸 고민해야 한다. 챌린지가 유행하니까 문학동네와 창비에서 각각 ‘독파’와 ‘스위치’를 꺼내놨는데 챌린지가 없던 일인가? 그건 아니다. 조금씩 다듬어서 독서 문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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