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표적 은밀히 쫓아가 파괴…우크라군이 띄운 '괴물 자폭드론' [Focus 인사이드]
제4차 중동전쟁(1973년)의 가장 큰 교훈은 ‘정보의 실패’였다. 이를 거울삼아,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비행체에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에 지상통제소에 제공할 수 있는, 현대적 개념의 ‘정찰드론’을 개발했다. 레바논 전쟁(1982년)에서 맹활약한 ‘스카우트(Scout)’ 정찰드론이 그 주인공이다.
이렇게 시작한 드론의 역사는 1990년대를 거치면서 ‘공격드론’으로 진화한다. 공격드론은 ‘무장형’과 ‘자폭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비행체에 장착된 소형 정밀폭탄 혹은 미사일을 투하하거나 발사한다. 후자는 비행체가 폭탄 혹은 미사일 역할을 하면서 표적에 충돌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17일(이하 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사헤드-136을 포함한 자폭드론 2400기를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에는 추가로 샤헤드-136보다 폭발력이 5배 강한 아라시(Arash)-2 자폭드론 200여기도 이란으로부터 제공받을 예정이라는 첩보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 4일 미국 국방부 사브리나 싱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목록에 피닉스 고스트(Phoenix Ghost) 자폭드론 1100기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의 스위치 블레이드(Switch Blade) 약 100기, 4월과 7월의 피닉스 고스트 약 800기를 합하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자폭드론의 전체 물량도 약 2000기에 달한다.
드론 전쟁이 정찰, 무장을 거쳐, 이제는 ‘자폭드론’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와 미국의 자폭드론을 기술, 운용 방식, 혁신성 측면에서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제시한다면, 자폭드론의 진정한 가치는 은밀하게 비행하여 이동표적까지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기술 : 중급 상용기술 vs. 고급 군용기술
전장에서 대규모 자폭드론의 운용은 이미 예견됐다. 2019년 9월 14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콰세프(Qasef)-1 자폭드론 10대를 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콰이크(Abqaiq) 정유시설을 타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군사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엔진ㆍ프로펠러ㆍ서보모터 등이 중국산을 포함해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용 부품이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샤헤드-131ㆍ136 자폭드론은 이륙단계에서 로켓 추진력을 활용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 V-1 순항미사일에도 사용했던, 오래된 방식이다. 또한, 항법장치(INS+GLONASS)도 약간의 정밀도 저하만 감수한다면 저가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엔진은 중국산이고, 컴퓨터 프로세서ㆍ무선신호 송수신 모듈 등은 미국산으로 추정된다. 상용부품의 적극적인 활용은 제재 회피와 가성비 측면에서 유리하다. 실제로 1기당 가격은 약 2만 달러(순항미사일 대비 탄두 위력은 10분의1, 가격은 50분의1) 수준이다. 이러한 특성은 높은 엔진 소음과 느린 속도 때문에 실전에서 격추비율이 60~70%에 달하는 한계점을 일부 상쇄한다.
반면, 미국의 스위치 블레이드ㆍ피닉스 고스트에는 기본적인 항법장치(INS+GPS) 외에도 여러 첨단 기술이 추가된다. 우선, 자폭드론을 휴대용 캐니스터(Canister)에서 박격포처럼 발사하는 방식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미국 자폭드론에만 장착되는 저(低) 소음 엔진, 전자광학장치(EO/IR), 데이터 링크(Data Link) 등도 첨단 고급기술이다. 고스트 피닉스의 제원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샤헤드 계열 보다 최소 2~3배 이상 비쌀 것으로 추정된다.
운용 방식 : 사전계획 고정 민간표적 vs. 실시간 이동 군사표적
샤헤드-136은 시속 185㎞, 최대 사거리 약 1000㎞를 비행하여 표적을 타격한다. 하지만, 사전에 계획된 고정 표적만 타격할 수 있다. 순항미사일처럼 발사 전에 입력한 좌표 지역으로 비행하기 때문이다. 통상, 병력과 기동장비로 구성되는 군사용 전술표적은 수시로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부적합하다. 지난 9~10월, 러시아군이 자폭드론으로 집중 타격한 표적도 전력 시스템을 포함한 기반시설이었다.
반면, 미군은 수백㎞ 떨어진 적의 고정표적이나 기반시설을 타격할 경우 통상 순항미사일이나 공군 전력을 활용한다. 그래서 자폭드론은 군사용 전술표적을 타격하데 초점을 맞춰서 발전하고 있다. 작전반경은 30~40㎞에 불과하지만, 비행 과정에서도 표적변경이 가능하고, 이동표적까지 수십㎝ 단위의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스위치 블레이드는 휴대용 캐니스트에서 박격포처럼 발사할 수 있다. 화염과 발사음이 거의 없는 일명, ‘콜드런치(Cold Launch)’ 방식이다. 비행은 10~15분 동안, 고도 1㎞, 시속 100~160㎞로 이뤄진다. 비행과정에서도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목표 상공에 도달하면, 5~10분 동안 선회하면서 표적을 최종 선정하고, 운용자 조작에 따라 직접 충돌하여 파괴한다.
혁신성 : 기존 순항미사일 대체 무기 vs. 새로운 게임 체인저
러시아가 운용하는 자폭드론은 ‘저가의 소형 순항미사일’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1944년 6월, 독일군이 V-1 순항미사일로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이 아니라, 영국 런던의 민간인을 타격한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따라서 러시아의 자폭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국의 자폭드론은 수십㎞ 거리의 이동표적까지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혁신적이다. 이러한 능력은 기존의 공격 헬기ㆍ무장 드론 등을 직접 운용하거나, 공군 전력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단’ 이상 제대의 몫이었다. 이제는 스위치 블레이드ㆍ피닉스 고스트 같은 휴대용 자폭드론이 등장함으로써 ‘중ㆍ소대’ 단위까지도 이러한 능력을 구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혁신 4.0 차원에서 자폭드론 개발 및 운용 확대 필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폭드론의 대규모 운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북한도 샤헤드-131ㆍ136과 같은 저가의 자폭드론을 대량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개전초기에 낙후된 공군력을 대체하면서 민간 기반시설 타격을 통한 공포와 혼란 조성을 기도할 수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한국군의 대(對) 드론 방호체계 구축에 이러한 위협의 변화를 추가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폭드론이 소부대에 새로운 차원의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은 대대 이하 제대에서 구조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분대편성 인원이 모두 8명으로서 세계적으로 가장 적고(북한군 12명, 미군은 9명), 복무기간(18개월)도 현대전에 필요한 전술전기 숙달과 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향후, 병역 자원 및 부대 수의 추가적인 감소도 예상된다.
따라서 자폭드론의 전력화 범위를 일부 특수작전부대에서 지상군의 소부대 단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무기체계와 상승효과(Synergy Effect) 창출에 초점을 두고 진화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향후, 인공지능(AI) 기술과 적용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증대할 것이다. 국방혁신 4.0 차원에서도 자폭드론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방종관 한국국방연구원 객원연구원ㆍ예비역 육군 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무현에 수사 칼날 향할 때…부인·딸 ‘13억 현금박스’ 소동 ⑥ | 중앙일보
- 눈물 펑펑 쏟았던 정용진 "내년에도 받고 싶음" 올린 사진 | 중앙일보
- 비정상적 부풀어 올랐다...생후 21일 아기 뱃속보니, 인도 발칵 | 중앙일보
- "두 쪽 난 나무도 살아났다"…수험생 기 받으러 가는 나주 명당 | 중앙일보
- 세월호 해경도 직무유기는 무죄…뒷짐 진 용산서장 수사 딜레마 | 중앙일보
- 한동훈판 국회 도어스테핑?…與 "든든하다" 野는 "관종" 벼른다 | 중앙일보
- 카자흐스탄 31세 '16연승 챔피언'...KO패 이후 혼수상태, 무슨 일 | 중앙일보
- "애 혼자 남으면 힘드니 데려간다" 사랑 가장한 살인 매년 20명 | 중앙일보
- 시신 매장지 소름돋는 변화…러군 점령지 위성사진엔 (사진 3장) | 중앙일보
- "제 CPR 안 아프셨나요"…이태원역에 붙은 어느 간호사의 쪽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