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책임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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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연설에서 "과거 우리 역사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책임자부터 물러나게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와 관련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7일 "책임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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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연설에서 “과거 우리 역사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책임자부터 물러나게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와 관련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이었다. 지난 4월 17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들이 제기되자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석기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연설 다음 날 물러났다.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29일 만이었다. 김 내정자는 “도의적 책임”을 말하며 사의를 표했다. 정호영 후보자도 43일 만에 사퇴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의 편입 등 의혹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5월 23일 “사실과 별개로 국민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조선 성종 3년(1472년) 나라에 가뭄이 들었다. 영의정 신숙주, 좌의정 최항, 우의정 성봉조가 사직을 청했다. 성봉조는 “농사철에 가뭄이 들어 비가 오지 않으니, 신과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 광관시록(曠官尸祿)하여 잘못한 소치”라며 파직을 청했다. 광관시록은 ‘재주가 부족해 직책을 다하지 못하고 국록만 받아먹는다’는 뜻이다. 성종은 “가뭄은 경들의 소치가 아니고 허물이 나에게 있으니, 모두 사직하지 말라”라고 답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가뭄이 들어 대신들이 사직을 청한 사례가 수십 건 등장한다. 임금들은 ‘내 탓’이라며 사직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도, 임금도 가뭄이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 일종의 수습책이었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7일 “책임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조선 시대에는 자기 책임이 아닌 천재지변에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대신들이 많았다. 요즘은 책임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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