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핵 위협 상쇄할 실질적 카드 없나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또 발사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는 이제 시계 제로 상황에 접어들었다. 우려대로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미·일 3국은 전례 없이 강력하게 북한을 제재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2017년 위기 때와는 달리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으면 강력한 추가 제재도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들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불안을 달래면서 핵확산을 방지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북핵 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빌 클린턴 정부의 북핵 제네바 합의,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의 6자 회담,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치광이 전략’까지 미국의 북핵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미국과 북한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합의했으나 형식적 합의에 불과했고,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도 실패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더 제시할 마땅한 카드도 없어 보인다. 이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제로 힘들다는 불편한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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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북핵 정책 30년간 연속 실패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심각해
미국 설득해 현실적 대책 제시를
」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 이론적으로 독자적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핵무기 공유를 통해 핵 억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런데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기 공유는 미국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독자적 핵 무장은 한·미 원자력협정과 미국 국내법 제한을 풀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약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1958년부터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때까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했다. 주한 미군은 1967년 전술핵을 최대 949기를 배치했고, 전술핵 철수 당시에도 150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당시 핵배낭·핵지뢰·핵포탄을 모두 폐기했기에 과거처럼 많은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기 어렵다. 한·미 양국 정부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최근 부인했다.
핵 공유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핵무기 관리와 유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나토 회원국은 핵계획그룹(NPG)을 통해 미국과 관련 정책을 협의하지만, 핵무기 사용의 최종적인 권한은 미국이 갖는다.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튀르키예에 B61 전술핵이 배치돼 있다. 동북아에는 다자 동맹 체제가 없어서 적용하기 쉽지 않지만,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면 사정이 달라질 수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 위기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너무 오래 기대온 탓인지 핵 억지력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잘 안 보인다. 2021년 4월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 예측에 따르면 이미 핵탄두를 50개 이상 보유한 북한은 2027년까지 200개 이상을 갖게 된다. 이제 한반도 핵질서의 현상유지는 더는 의미가 없다.
남은 해법은 독자적 핵무장인데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에 적대적 핵확산이지만, 한국의 핵무장은 우호적 핵확산이라는 점을 우리가 강조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면 국제사회의 반대는 극복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주장하더라도 미국이 거부하면 제재는 실현될 수 없다.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한국이 NPT를 탈퇴할 경우 감내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PT 같은 국제조약도 국제정치적 합의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핵 전문가인 미국 퍼듀대학 루이 르네 베레 명예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국제법은 ‘자살 협정’이 아니므로 국가의 생존을 위해 조약도 탈퇴하거나 종료시킬 수 있다. NPT에는 탈퇴 규정이 있을 뿐 아니라 조약의 이행정지와 같은 해법도 있다. 정부가 결단을 내리고 미국을 설득하면 NPT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평화공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미국의 확장억제에 계속 기대도 상관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는 현실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핵전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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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위 서울시립대교수·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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