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나쁜 기업’이 늘고 있다
요새 ‘나쁜 기업’이라 불리는 회사가 많아졌다. 지난달 15일 계열사 제빵 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20대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난 SPC가 대표적이다. 직원에게 12시간 밤샘 근무를 시키고, 2인1조 근무 원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고, 덮개를 열면 기계가 멈추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를 여러 기기에 설치하지 않았다. 사고 다음날 직원들을 사고 현장 옆에서 일하게 하고, 빵을 만들다 사망한 고인 빈소에 빵을 보냈다.
지난달 17일 전 직원에게 갑작스런 정리 해고를 통보한 유제품 기업 푸르밀도 있다. 오너 2세가 대표로 취임한 해부터 4년 내리 적자를 보다 사업 종료를 불과 44일 앞두고 한 장짜리 공고문으로 직원들에게 회사를 나가라고 했다. 뒤늦게 노사가 교섭하며 직원 30~50% 구조조정과 매각을 논의중이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이전부터 쭉 ‘나쁜 기업’으로 찍힌 회사도 있다. 대리점에 제품을 강매한 게 드러나고 자사가 만드는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던 남양유업이 그렇다.
이들 기업도 한때 ‘괜찮은 기업’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제빵왕’이라 불리는 인물이 회장으로 있고(SPC), 불과 3년 전만 해도 채용을 늘려 고용노동부로부터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 기업’으로 선정되고(푸르밀), 아프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특수분유를 만든다던(남양유업) 회사였다.
그러나 각각 잘못된 조직 문화, 경영진 능력 부족, 비도덕적인 마케팅 등이 촉발한 사고들로 추락했다. SPC는 40대 근로자 손가락 절단 사고, 직원의 정부 감독계획서 무단 촬영까지 드러나 최근 한 달 새 사과문만 네 번 냈다.
지금도 사회적 질타는 이어지고 불매운동도 거세다. 매출이 10~30% 줄었다는 제품도 생겼다. 몇몇 직원은 “나쁜 회사 이미지 때문에 외부 사람 만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기업이 언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번 잃은 소비자 신뢰를 다시 얻기가 쉽지 않아서다.
요새 식품회사 사람들은 “언제 우리도 SPC처럼 될지 몰라 긴장 모드”라고들 한다. 하지만 정작 공장에서 2인1조 근무 원칙을 지키는지, 인터록은 설치했는지 체크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실제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9개월 전에 끼임 사고가 났던 농심에선 지난 2일 또다른 끼임 사고로 근로자가 다쳤다.
지금도 누군가는 12시간 밤샘 근무를 하며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기계도 곳곳에서 돌아가고 있을 터다. 당신이 다니는 기업은 어떠한가. ‘나쁜 기업’으로의 추락이 ‘남의 일’ 만은 아니다.
백일현 산업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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