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후배들에 묻어가고 싶었는데..." MVP된 특급 대타 김강민
김강민(40·SSG 랜더스)이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역대 최고령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SSG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S 6차전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4승 2패를 거둔 SSG는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은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2022시즌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MVP를 수상한 건 시리즈 3안타에 불과했던 김강민이었다. 김강민은 주로 대타로 출전했지만, 1차전 9회 말 동점 홈런, 3차전 쐐기 적시타, 5차전 끝내기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시리즈 8타수 3안타 타율 0.375 2홈런 5타점으로 기자단 투표 77표 중 42표(54.5%)를 득표했다. 지난해 박경수의 기록을 경신한 역대 최고령 MVP 수상 기록이다. 다음은 김강민과 일문일답.
-이번 시리즈에서 최고령 타이틀이 유독 많다. 수상 소감은. "썩 좋은 것 같진 않은데 기분 좋다. 오늘 특히 우승해서 기분 좋은 것도 있는데, 내가 MVP라니.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유독 정말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이 많은 것 같다. 행복하고 고맙다."
-수상을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안타 3개 쳤는데 누가 예상하겠나. 최정이 오늘 중요한 상황에서 하나 쳐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최정은 MVP 경험(2008년)이 있어서 무조건 오늘 잘하고서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혀 생각 못 했고 난 우승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최고령도 정말 압도적인 최고령이다. 작년 박경수 기록(37세 7개월 18일)보다 3년 이상 더 많다. 주전이 아닌 상태로 나섰는데 어떻게 뛰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뛰었는지.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후반 조커, 대타였다. 이제 밝히지만 햄스트링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했다. 그래서 한유섬이 우익수로 풀 타임 출전한 건데 부상당해서 내 마음이 무겁다. 내가 나눠 나갔으면 다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내가 나가게 됐는데, 그때도 수비를 정상적으로 뛸 수는 없었다. 난 내가 맡은 바를 충실히 하려고만 했고 그걸 완벽하게 수행한 것 같아서 정말 만족한다. 시리즈를 준비하는 동안 최정, 김성현, 한유섬이 정말 좋았다. 최정과 김성현이 잘해서 둘 중 MVP를 받지 않을까 1차전 때 생각했는데, 내가 받게 됐다."
-3차전 홈런 이후로도 생각 못했나. "그래도 못 받을 줄 알았다. 안타 3개를 치고 MVP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내가 생각해도 드라마틱한 홈런이긴 했지만, 4승을 기록하는 끝내기도 아니고 3승을 만든 끝내기라 받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 운 건 MVP라는 것 때문에 운 건 아니다. 40대 때 우승하니까 눈물이 나더라."
-왜 그렇게 눈물이 났나. "남성 호르몬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농담이고, 많이 벅차올랐다. 올 시즌 여러 가지 목표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랜더스 첫 우승을 같이하고 싶다는 목표가 컸고, 하나는 추신수가 우승이 없었는데 꼭 한 번 같이 우승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감독님이 재계약하는 것. 이 모든 게 우승하면 다 이뤄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우승이 크게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내 마지막 우승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눈물이 많이 났다."
-끝나고 추신수와 무슨 얘기했는지 "자꾸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죽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 말을 많이 했고, 내년에 같이 하자고 말했다."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을 기원한 이유는. "선수라면 당연히 감독님의 재계약이 목표가 아닐까. 자기 팀 수장인데. 성적이 안 나서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다. 감독님은 나와 인연도 오래됐고, 처음 부임하셨을 때부터 베테랑과 소통이 너무 좋으셨다. 추신수, 한유섬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다. 감독님께서는 '나도 감독이 처음이다 보니 생각대로 잘 안 될 때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그냥 감독님이 선수단과 잘 어우러져서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이 처음 목표였고, 잘 되어서 좋은 우승을 만든 것 같다."
-올해 82년생 동갑내기 선수들이 이대호 선수를 비롯해 우승 결심한 선수들도 많았다. 최고의 우승 커리어를 쌓았는데 앞으로는 계획이 어떤지. "일단 내년에는 유니폼을 더 입고 야구를 더할 것 같다. 내 몸이 허락하는 한 하려고 한다. 난 이제는 큰 목표가 없었다. 후배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만 해도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또 후배들과 뛰면서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기고 그걸 이뤘다. 우승이라는 건 하면 또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보탬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보탬이 되고 싶다. 몸 관리 잘해서 시즌 준비 잘해서 후배들과 같이 재미있게 한 시즌을 뛰겠다."
-김원형 감독과 포옹했을 때 무슨 이야기했나. 계속 '눈물이 난다'고 했다. '감독님 계속 눈물이 나요'라고 했던 것 같다. 기억도 잘 안 난다. '어...어'했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1차전 끝난 후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좋겠다 했다. 그러다 주인공이 되니 소감이 다를 것 같다. 내년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조연 역할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지. "조연만 하고 싶다 정말로. 후배들보다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한치의 욕심도 없다. 올해 KS에서도 후배들이 내가 생각했을 때보다 타격 페이스들이 너무나 좋았다. 나까지 기회가 안 올 줄 알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들 너무 잘했고 잘 쳤다. 1차전을 그렇게 끝내고 2차전부터는 시리즈가 잘 풀리겠다.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이 내 앞에서 다 해결할 것이고, 내게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계속 인터뷰했다. 한유섬이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더 잘했으면 싶었다. 난 정말 조연만 하고 싶다. 정말 묻어가고 싶다. 후배 옆에서 농담하는 동네 형이 되고 싶다."
-추신수와 각별하다. "일단 추신수는 동갑이다. 내 동기는 10개 구단을 다 돌아서 별로 없다. 그런데 같은 팀에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대화거리가 된다. 말을 나눌 수 있는 벗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하고 왔다 보니 제가 많이 물어본다. 배우는 것도 많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인천=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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