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정치 진흙탕에 빠진 풍산개
1. 북한의 명견 풍산개가 이틀째 남한 정치판의 핫이슈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받은 풍산개 두 마리를 ‘국가에 반납한다’며 내놓자 정치판의 공방이 뜨겁습니다. 양측 주장이 갈립니다.
2. 팩트부터 정리합니다.
-3월 23일. 윤석열 당선인은 풍산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강아지는 정을 쏟은 주인이 기르는 것이 맞다’고 언급.
-3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인을 청와대로 초청, ‘풍산개 어떻게 할까요’라고 질문. 윤석열은 ‘반려견은 키우던 사람이 키우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고 화답.
-3월 29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 ‘대통령 선물 중 동식물의 경우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다른 기관에 이관할 수 있다’는 조항 신설.
-5월 9일. 문재인 퇴임 하루전 청와대와 대통령기록관이 협약서 작성. ‘위탁관리할 경우 예산지원한다’는 시행령 추가개정한다는 내용.
-6월 17일. 법제처에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 추가개정안(위탁관리하는 기관 또는 개인에게 예산지원할 수 있다) 입법예고. 통상 40일 지나면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되는데, 이 시행령은 상정되지 않음.
-11월 5일. 문재인측에서 행정안전부에 ‘풍산개를 정부에 반납하겠다’ 통보.
-11월 7일 아침. 조선일보 ‘문재인 풍산개 파양 통보’보도.
-11월 7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SNS글에서 ‘좀스럽고 민망하다. 임기 마지막날 해괴한 협약서를 작성했다. 예산지원 시행령 개정을 시도했다..본인이 키우는 강아지 사육비까지 국민혈세로 충당해야겠나’라고 비난.
-11월 7일. 문재인 입장문 발표. ‘반려동물의 특성을 감안해..윤석열 당선인과 선의의 협의가 있었다. 명시적 근거규정 없어 대통령기록관과 시행령 개정 약속했다.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위탁관리에 반대한다면)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있지만 위탁해지를 거부할 수 없다.’
-11월 8일. 대통령실 해명.‘문재인측 주장(대통령실이 반대해 시행령 개정되지 않았다)은 사실과 다르다. 해당 시행령은 관련부처가 협의중이다.’
3. 양측의 시각은 완전 반대입니다.
핵심은 사육비 예산지원입니다. 문재인 입장문은 ‘대통령 선물은 국가기록물에 해당되기에 위탁관리할 경우 예산지원받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윤석열측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권성동은 ‘본인 강아지 사육비를 국민혈세로 충당하나’라며 반대했습니다. 지원협약서를 ‘해괴한 협약’이라고 폄하했습니다.
4. 논리적으론 문재인쪽이 맞습니다.
대통령이 재임중 받은 선물은 국가소유가 맞습니다. 그러니까 풍산개는 문재인 소유가 아닙니다. 국가소유물을 위탁관리하니까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 부분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대신 ‘협의중’이라고만 합니다.
5. 그러나 문재인에게도 비난의 소지가 있습니다.
권성동이 집요하게 비난하는 포인트는 문재인의 욕심입니다. ‘SNS에 사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료값이 아까웠나. 세금지원 못받는다고 반려견을 파양하냐..몰염치하다’등.
어쩌면 풍산개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부터 욕심일수 있습니다.
6. 풍산개는 그냥 반려견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상징물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상징합니다. 윤석열 정부 보수강경파들로선 극혐대상입니다. 그런 풍산개에 혈세를 쓴다는 것은, 아무리 적은 액수라 해도 용납될 수 없을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김정일에게 받은 풍산개를 퇴임하면서 서울대공원으로 보냈습니다. 정치9단의 모범답안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11.08.
https://www.joongang.co.kr/find/columnist/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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