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우승 김원형 감독 "승부욕 강했던 날 받아줘...선수들이 고맙다"

차승윤 2022. 11. 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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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SG랜더스가 4대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선수단이 김원형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을 차지한 SSG랜더스는 전신인 SK와이번즈 시절을 포함해 다섯 번째 우승을 거머줬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SSG 랜더스가 창단 2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7전 4승제) 우승을 차지했다.

SSG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끝난 KS 6차전에서 키움을 4-3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4승 2패를 기록,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은 완벽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승장 김원형 감독은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데뷔, 2000년 SK 와이번스 창단부터 구단을 지켰던 원 클럽맨 출신이다. 은퇴 후 구단 코치 및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코치를 거쳐 지난 2021시즌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감독 부임 2년 만에 친정팀의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팀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경기 및 시리즈 총평은.

"오늘도 윌머 폰트가 또 '폰트'했다. 홈런 두 방을 맞으면서 3실점했지만, 8회까지 올라가서 2아웃 잡고나서야 내려올만큼 자기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오늘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경기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났는데 지금은 정신없어서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김)성현이가 (결승) 안타를 친 것만 생각난다. 올해 선수들이 정말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의례적으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말하고 싶다. 감독을 2년 동안 하면서 선수 시절 때처럼 생각할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강했다. 감독으로서도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다가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선수들에게 더 성숙한 어른이 되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오늘 호수비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후안 라가레스도 30m를 전력질주해서 타구를 잡아냈고, (최)주환이도 그랬고 (박)성한이도 잘해줬다. 오늘 선수들이 집중력을 보여줘서 우승을 한 것 같다."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 기억나는지. "옆에서 다들 좋아하더라. 코치들이 다 좋아했고, 나도 좋았는데 왜 눈물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김)강민이가 울면서 오는데 나도 좀 울컥하긴 했다. 시즌을 치루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감독이란 자리를 직접 해보니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갖다보니까 행복한 순간이 찾아와도 계속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오늘 9회 마지막 수비 때 1루수 오태곤이 파울 라인에 바싹 붙어있었다. 마지막 타자가 이지영인데, 그걸 보면서 좀 안쪽으로 빼자고 수비코치한테 이야기할까 생각하다 꾹 참았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곳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갔다. 그 생각이 지금 떠오른다."

-지난해 취임 후 많은 변수가 있었고, 올해 중압감이 많았을 텐데. 2년을 돌아본다면.

"작년엔 좀 호기롭게 했다. 선발 투수 세 명이 빠져나갔지만, 선수가 없을 때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 승부욕이 있었다. 그래서 작년에 강하게 마음을 먹고 했던 것 같다. 올해도 시즌을 치루는 과정은 똑같았다. 어쨌든 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지니고 했다. 중요한 건 작년에 비해 확실히 선발이 좋아졌다. 그래서 올해 시작부터 끝까지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유섬이 호수비도 했고 주루에서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다 (부상으로) 경기장을 나갔다. 한 마디를 전한다면. "우승 후에도 펑펑 울더라. 덩치 큰 사람들이 마음이 좀 여리다. 오늘 주루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선수는 조금만 못하면 팬 여러분께 많이 혼나기도 하고, 잘했을 때는 많이 칭찬받기도 한다. 올해 유섬이가 주장을 맡으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한테 내색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주장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김강민과 우승 후 포옹한다고 했다. 오늘 김강민과 포옹은. "강민이가 울면서 달려와서 했다. 그냥 울면서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생각났다. ‘해냈다’고 했다. '감사하다'고 했다.

-이번 시리즈를 돌아보면서 가장 갈등이 됐던 순간이 있었다면. "솔직히 고민한 부분은 없었다. KS를 준비하는 3주 동안 주전 라인업은 어느 정도 생각해 놨다. 중요한 건 투수들 교체 타이밍이었다. 포스트시즌 동안 굉장한 화두가 됐다.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냥 정규시즌 때처럼 했다. 조금 더 중요한 포인트에서 믿을 수 있는 선수들을 적극 활용했다. 바로 김택형이다. 시리즈 동안 너무 좋은 활약을 해줬다. 시리즈를 시작하기 앞서 팀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택형이가 채워준 것 같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다 역할을 해줬다. 택형이가 이제 좀 야구를 하는 것 같은데, 군대를 가서 아쉽다."

8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SG랜더스가 4대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키움 홍원기 감독이 김원형 감독에게 축하인사를 하며 웃고 있다.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을 차지한 SSG랜더스는 전신인 SK와이번즈 시절을 포함해 다섯 번째 우승을 거머줬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상대 팀 키움 히어로즈는 어땠나. "경기가 끝나고 홍원기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내심 히어로즈가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진심으로 우리 코치진에게 '키움을 상대할 때 조심해야 한다. 근성있게 하고 독기있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막상 맞대결하니 매 경기마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그런 점에 있어서 상대 홍원기 감독 존경을 표한다. 결과는 우리가 우승을 했지만, 정말 시리즈 내내 대단한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 부임 2년 만에 바로 통합 우승을 이뤘다. 대단한 기록이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소감이 어떤가. 감독으로서 최단기 우승일텐데. "내가 정말 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하다. 이 우승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선수들도 좋겠지만, 제일 기분 좋은 사람은 나 아닐까. 어제 재계약이라는 큰 선물도 받았고, 오늘은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더 큰 선물도 해줬다. 구단 직원이 내가 매번 자아성찰을 한다고 하더라. 내가 가끔 화가 많아서 안 풀릴 때 하는 말들이에 내가 2년 동안 스트레스가 많고 화가 많은 사람으로 인식된 것 같아 마음 고생을 했다. 어쩔 수 없다. 경기가 안 풀리면 표현해야 했다. 그런 것들이 오늘 다 잊혀지는 것 같다. 내년에도 감독으로 있을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선수단, 코치들에게 때로는 냉철하게 이야기하겠지만, 내 스스로는 더 인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년 걱정도 하게 된다. (최)정이도 그 얘기를 하더라. 정이한테 '이렇게 좋은 날 왜 눈물이 안 날까'라고 했더니 '내년 걱정하시는 게 아니냐'고 하더라. 그래서 '넌 천재다'라고 해줬다. 정이의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

-정용진 구단주가 응원도 오고 우승에 관심이 컸다. "원래 구단주님이라면 감독도 특별한 날 아니면 못 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구단주께 인사하고 만나는 자리가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구장에 많이 오시니까 (익숙해져서) ‘오셨나보다’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목표를 더 확고하게 하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시즌 때 관중 1위를 기록했고, 포스트시즌 내내 매진이 이어졌다. 팬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면. 선수 때도 물론 팬분들을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더 그렇다. 지난 2년 동안 팬들을 거의 못 뵈었다. 올 시즌 이렇게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팬 여러분들이 가득 채워주셨다. 그래서 '이게 정말 팬의 소중함이구나'를 느끼는 해가 된 것 같다. 진심으로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선수들도 그런 팬분들의 박수와 응원 덕분에 계속 힘내서 뛰는 것 같다."

인천=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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