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쌍방울·아태협 최소 200만 달러 대북 송금 정황 파악
쌍방울 그룹의 외화 밀반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8일 쌍방울 그룹과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2019년 1월에만 북한에 최소 200만 달러를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돈이 당시 경기도가 추진했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을 위해 쌍방울이 대신 북한에 건넸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쌍방울·아태협, 2019년 1월 북한 인사 접촉해 달러 전달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쌍방울 그룹이 2019년 1월 중국에서 만난 북한 인사에게 4차례에 걸쳐 150만 달러를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쌍방울은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국내에서 환전한 돈을 개인 소지품에 숨겨 출국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빼돌렸다. 검찰은 쌍방울 측이 그해 1월에만 4차례에 걸쳐 ‘쪼개기 송금’ 방식으로 밀반출한 달러를 북한 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태협 회장 안씨도 같은 기간 5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 등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9년 1월과 11월에 각각 200만 달러와 300만 달러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쌍방울 그룹이 그해 1월 북측 인사와 접촉한 정황은 지난달 14일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수 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공소장에도 드러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방모 부회장(구속 기소), 아태협 회장 안씨 등과 함께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와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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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경기도가 추진한 스마트팜 추진 위해 돈 전달했나
검찰은 쌍방울그룹과 아태협이 북한에 건넨 돈이 당시 경기도가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추진한 ‘스마트팜’ 사업 대가로 보고 있다. 스마트팜은 식물의 생육 상태나 기온, 습도 등을 인공지능 스스로 판단해 광량·수분·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농장이다. 2018년 10월 2차례 방북한 이 전 부지사는 “북한 황해도 지역에 ‘스마트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사업비를 북한에 건네고, 그 대가로 대북사업권을 따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안씨가 북한에 전달한 자금 출처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안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안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자, 법무부에 안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엔 법원에서 안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추적 중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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