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집 사라’던 朴정부 따라가나
세금·대출 규제 풀고 ‘연착륙’ 초점
윤석열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역대 정부 정책과 비교해 어떻게 다를까. 이전 정부와 비교해 ‘부동산 정책 대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朴 ‘공급 축소’ vs 尹 ‘공급 확대’
김대중정부 시절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암흑기를 맞은 부동산 시장을 떠맡은 김대중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분양가 자율화, 양도세 한시 면제, 토지 거래 허가·신고제 폐지, 분양권 전매 한시 허용 등이 담긴 ‘주택 경기 활성화 대책’이 나왔다. 이후 ‘주택 경기 활성화 자금 지원 방안’ ‘건설 산업 활성화 방안’ ‘건설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차례로 내놨다.
하지만 규제가 대거 완화된 영향으로 2000년 들어 부동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투기가 늘어나고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진화에 나서야 했다. 김대중정부는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같은 공급 확대 정책을 낸 한편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권 전매 요건과 청약 요건을 강화했다. 이 시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깐깐해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노무현정부는 투기 세력을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썼다. 분양권 전매 제한과 재당첨 제한을 더욱 강화했고 수도권에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했다. 재건축 시장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에 제한을 뒀으며 전체 가구의 60%는 소형 평형으로 짓도록 했다. 2005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신설해 시행했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는 한편 1주택자 비과세 요건도 까다롭게 만들었다.
각종 규제로 집값은 잠시 안정되는가 싶더니 정권 중반 이후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수도권 집값이 급등하자 노무현정부는 더더욱 강력한 규제책을 내놨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종부세 강화,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2주택 양도세 중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이때 등장했다. 하지만 결국 임기 내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규제만 남발했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그동안 급등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금자리주택 수도권 100만가구’ ‘지방 50만가구’ 공급 정책을 폈다. 하지만 정책이 효과를 내기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도 하락세로 돌아섰고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명박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규제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지역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 지역을 해제하고,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폈다. 또 분양권 전매 제한을 풀고 LTV는 높이는 한편 취득세를 깎아주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연장하고 매입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지원도 해줬다. 윤석열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박근혜정부 당시 시장에서는 주택 매매 가격은 주춤한데 전세는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뛰는 현상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정책은 주로 전세난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빚내서 집 사라”라는 표현이 이때 나왔다. 2014년 LTV는 50%에서 70%로 상향하고 DTI 상한도 50%에서 60%로 완화했다.
박근혜정부는 주택 매매 수요를 살리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정비사업 규제 등 아직 남은 규제를 더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낮추다 못해 조건만 맞으면 아예 면제해줬다.
이명박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를 뒤집은 점도 눈길을 끈다.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연 7만가구에서 2만가구로 축소하고, 수도권에 새 택지지구를 더 이상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이 시기 수도권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이후 한동안 신규 택지가 등장하지 않았다. 공급 부족 우려에 주택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전세 가격도 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성행한 것도 이 시기였다. 박근혜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는 대체로 윤석열정부와 비슷하지만 공급 축소에 나선 점은 다르다. 윤석열정부는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 등 공공분양주택을 5년간 50만가구 짓기로 하는 등 공급 확대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는 박근혜정부와 완전히 달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이미 집값이 과열되고 있었다. 문정부는 오로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로 투기 세력을 억제할 강력한 규제를 차례로 살려냈다. 문재인정부가 5년 동안 ‘부동산’과 관련해 발표한 대책만 28차례였다. 이 때문에 같은 진보 정권인 노무현정부와 닮은꼴이라는 평가를 수없이 받았다.
노무현정부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주택 구입 수요를 ‘실수요’와 ‘투기 수요’로 구분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로 정의하고 과세는 물론 청약·대출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재건축 시장에도 전방위 규제를 가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희소성 높아진 새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하면서 끝내 집값은 안정시키지 못했다. ‘대출이 틀어 막힌 탓에 서민 실수요자는 집을 살 수 없게 됐고, 현금 부자에게만 기회를 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尹정부 부동산 정책 영향은
▷시장에 숨통…분위기 반전은 어려워
윤석열정부는 ‘규제’를 외치던 전임 정부에서 ‘완화’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충분한 주택 공급과 시장 기능 회복을 통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큰 틀로 정비사업, 대출 규제 등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어서다. 다만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은 여파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은 대대적인 정책 수술보다는 ‘연착륙’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다. 당분간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전격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해주면서 서울 고가 주택에 대한 여신 문턱이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남아 있고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LTV 완화만으로는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집값 하락기 시장 연착륙 시도는 긍정적이다. 다만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취득세 등 관련 제도 개편이 남아 있으며 서울 강남과 수도권 핵심 지역을 제외하고는 규제 지역을 조기 해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의견도 비슷한 맥락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3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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