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로·합정·월계…권리산정일 모르면 낭패

정다운 2022. 11. 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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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 선정지 26곳 중 눈여겨볼 만한 지역은
모아타운 선정지 26곳 중 눈여겨볼 만한 지역은
‘모아타운 1호 시범사업지’ 강북구 번동 일대의 모습과 정비 후 예상도. (매경DB, 서울시 제공)

#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에서 남쪽 성산초 방향으로 따라 걷다 보면 도로 좌우로 빌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골목길이 좁아 차 두 대가 지나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모아타운으로 최근 지정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일대 모습이다. 이곳 합정동은 지하철 역세권인 데다 한강과도 가까운 입지라 그동안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재개발을 추진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0~20년 차의 비교적 신축 빌라가 많아 노후도를 충족하지 못해서다.

합정동 주민 A씨는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플랜’이 전면 백지화되니 이후 재개발 논의가 지지부진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신속통합기획 민간 재개발 1차 공모에 지원했다가 노후도를 충족 못해 탈락했다. 비교적 사업 추진이 용이한 모아타운에 선정돼 동네 분위기가 업(Up)돼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가 소규모 노후 저층 주택을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개발하는 ‘모아타운’ 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모아타운 두 번째 대상지 2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서울시는 최근 올 하반기 모아타운 대상지를 26곳 추가 지정했다. 이에 따라 앞서 상반기 공모를 통해 지정된 21곳, 자체 발굴 지역 17곳 등을 더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 64곳에서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된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용산구 원효로4가 71 ▲마포구 합정동 369 ▲강서구 공항동 55-327 ▲노원구 월계동 500 ▲영등포구 도림동 247-48 ▲동작구 사당동 202-29 등이다. 서울시는 하반기 공모에 19개 자치구에서 39곳이 참여했지만 이 중 반지하 주택 비율, 침수 피해 여부, 지역 노후도 등을 고려해 대상지를 26곳으로 추렸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일원동 대청마을 일대 2곳은 이번 발표 대상지에서는 빠졌다. 반지하 주택 비율이 높고 침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기준에는 부합했지만 규제 완화 영향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반기 대상지에서 제외된 서울 서초구 반포1동 등 7곳은 심사 결과 투기가 우려되거나 주민들 간 찬반이 나뉘는 등의 이유로 탈락했다. 이들 지역은 주민 갈등과 투기 우려를 해소하면 다음 공모에 참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작은 주택가 헤쳐모여 아파트로

모아타운 대상지는 해당 자치구에서 관리계획을 수립한 뒤 서울시의 주민공람, 통합심의 등 절차를 거쳐 법적 효력을 갖는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하반기 선정 지역은 관리계획이 마련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모아타운은 신축·구축 건물이 섞여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진행하는 일종의 미니 정비 사업이다. 작은 주거지 여럿을 합쳐 하나의 대단지 아파트처럼 짓고 지하주차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지역 단위 정비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최소 1500㎡ 이상)로 아파트를 공동 개발하는 ‘모아주택(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모아타운 대상지는 자치구에서 관리계획을 수립한 뒤 서울시에서 주민공람, 통합심의 등 절차를 거쳐 모아타운의 법적 효력을 갖는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관리계획 수립에 착수할 예정. 이르면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모아타운 지정이 이뤄진다. 관리계획 수립에 필요한 비용은 시가 최대 2억원으로, 시·구비 매칭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모아주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추진위원회승인이나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돼 사업 기간이 민간 재개발보다 최대 6년 정도 줄어든다. 빠르면 기존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데까지 4년 만에 끝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구역 지정에 필요한 노후도 기준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모아타운은 구역 내 20년 넘은 노후 주택이 57%만 넘으면 사업이 가능하다. 민간 재개발(67%·3분의 2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기 쉽다. 앞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에 응모했다가 고배를 마신 합정동 일대가 모아타운에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덕분이다.

모아타운 사업은 아직 완성된 사례가 없다. 다만 올 초 먼저 모아타운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강북구 번동 사례를 보면 모아타운 사업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번동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차로 5분 거리, 우이천이 가깝고 번동주공5단지 북측에 빌라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은 지역이다. 지하철 초역세권이라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고 노후도가 87%에 달하지만 호수 밀도가 낮아 재개발 사업 추진이 더뎠다. 지난 2019년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코오롱건설을 시공사로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번동 5만5000㎡ 땅에 임대주택 270가구를 포함한 총 1262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비록 재개발처럼 하나의 단지는 아니지만 모아타운 개념을 도입, 5개 사업 부지를 하나의 단지처럼 보일 수 있게 조성하고 지하는 통합해 주차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내년에 이주해 2025년이면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단지 지하에는 1294대가 들어설 수 있는 지하주차장, 단지 안에는 250m 길이 보행자 전용도로를 조성하는 동시에 폭 6m로 협소했던 진입도로도 10~15m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번동 주택은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매수 문의가 뚝 끊겼지만 모아타운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당시 시세는 대지지분 3.3㎡당 2500만원 선이었다. 인근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없고 바로 옆 ‘번동두산위브(2009년 입주, 193가구)’가 있는데 이 아파트 전용 84㎡ 시세가 8억5000만원(3.3㎡당 2491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모아타운 대상 주택 시세가 아파트 못잖게 올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발표된 모아타운 사업지에 투자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서울시가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한 투기 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0월 27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지정·고시했기 때문이다. 기준일까지 착공 신고를 받지 못한 사업의 토지 등 소유자는 모아주택 사업이 시행돼도 ‘현금 청산 대상’이다. 또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 따라 권리산정기준일까지 착공 신고를 했더라도 개별 모아주택의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소유권을 확보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내집마련 겸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모아타운 대상지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곳을 미리 눈여겨보는 방법이 있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사업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3만가구 넘는 새 집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외에 권리산정기준일로부터 2년 내 모아타운이 지정되지 않으면 필지에 대한 권리산정기준일이 자동 실효된다는 점도 유념하면 좋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2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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