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자' 7인의 행적, '빼박'입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이주연 2022. 11. 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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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첫 보고·첫 지시·첫 사과까지... 드러난 뒤죽박죽 보고체계와 안일한 대응

[이주연, 조혜지 기자]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뒤 열흘이 흘렀다. 이제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보고 체계는 엉망이었고, 첫 대응 또한 안일했으며, 주요 사고 책임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다가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기 몇 시간 전 우후죽순 사과를 내놨다.

경찰청장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행안부장관은 국무총리와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지휘라인'이 설정돼 있다. 그러나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대통령보다 19분 늦게 이태원 사고를 인지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난 3일 "지금은 그런 것보다 사고 수습에 전념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답을 회피했다.

용산구 CCTV 통합관제센터는 행안부로 사건 보고를 해야 했음에도, 단 한 건의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태원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청장은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나고도 "주말 정도의 인파"라 생각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참사 보고를 받고 88분이 흐른 뒤인 10월 29일 오후 11시 56분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 사고로 현재 교통 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사고 현장 인근인 이태원파출소까지 900m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느라' 55분을 허비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자느라' 첫 상황 보고를 놓쳤다. 참사를 맞닥뜨린 현 정부와 지자체는 무능하고 무기력했다. 

다음은 이태원 참사 이후 '책임자' 7인의 행적을 첫 보고와 첫 지시, 첫 사과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 참석한 뒤 합장을 한 채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1분 (사고 발생 46분 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46분 뒤 참모에게 첫 보고를 받았다. 소방청은 사고 발생 38분 뒤인 29일 밤 10시 53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사고 내용을 통보했다. (출처 : 대변인실)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1시 21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 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 이 같은 첫 지시 내용은 11시 29분 대변인실로 전달됐고, 11시 36분 언론에 배포됐다. (출처 : 대변인실)

- 첫 사고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전 10시경

이 날 현장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 첫 사과 : 11월 4일 오후 3시 (사고 발생 6일 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사고 발생 1시간 5분 뒤)

이상민 장관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긴급문자(크로샷)'을 통해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그날 밤 이 장관은 집 근처에서 저녁을 먹은 후 자택에서 머물렀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상황이 전파된 것은 당일 오후 10시 48분으로 장관 보고까지 32분이 소요됐다. 육상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관련 112 신고는 경찰로부터 행안부가 전파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 행안부)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1시 40분

이 장관은 장관실 재난안전비서관에게 사고현장 파악과 현장 방문을 지시했다. 

- 첫 사고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전 0시 45분

그는 다음날 새벽 이태원 사고 현장을 방문해 45분간 현황을 파악했다. 이날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장관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상황은 아니었다"며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 첫 사과 : 11월 1일 오후 2시 경 (사고 발생 3일 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 이 같은 사과는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 공개 직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 눈물 닦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입장 발표를 하던중 한 사망자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사고 발생 1시간 5분 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럽 출장 중 동행한 이광석 정책특보로부터 이태원 참사 상황을 구두로 보고 받았다. (출처 : 서울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1시 23분~30분

오 시장은 행정1·2부시장, 서울소방재난본부장과 통화해 "사태수습본부를 설치하고 부상자를 신속하게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등 치료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출처 : 서울시) 

- 첫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후 5시 42분

오 시장은 귀국 직후 이태원 사고 현장을 찾아 "서울시는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첫 사과 : 11월 1일 오후 5시 (사고 발생 3일 뒤)

오 시장은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민의 생명을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 나온 박희영 용산구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박희영 용산구청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0시 51분 (사고 발생 36분 뒤)

박희영 구청장은 주민 제보로 사고 발생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출처 : 7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 첫 지시 : ?

용산구는 10월 30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박희영 구청장은 사고 당일 밤 10시 50분 경 현장에 도착, 긴급 구조활동에 나섰으며 구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밝혀진 '첫 사고 인지 시점(10시 51분)' 자체가 '현장에 도착했다는 시점(10시 50분)'보다 이후인 상황이다. (출처 : 용산구)

- 첫 현장 방문 : 10월 29일 오후 8시 20분, 9시

박희영 구청장은 이날 참사 발생 직전 사고 현장에서 184m가량 떨어진 곳을 지났지만 "평상시 주말의 이태원 수준 인파"로 생각해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박 구청장이 인근을 지날 때 이미 "압사 당하고 있다"는 신고가 잇달아 들어온 상황이었다. (출처 : 용산구, 경찰청)

- 첫 사과 : 11월 1일 오후 2시 (사고 발생 3일 뒤)

박 구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윤희근 경찰청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32분 (사고 발생 1시간 17분 뒤)
  
윤희근 청장은 참사 당일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친분이 있던 해당 지역 경찰들과 캠핑모임을 하다가,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후 11시께 잠에 들었다. 윤 청장은 결국 첫 보고(11시 32분)와 오후 11시 52분 두 번째 전화 보고를 받지 못했다(관련 기사 : 윤희근 경찰청장, '이태원 참사' 당시 캠핑장에 있었다). 결국 윤 청장은 10월 30일 오전 12시 14분(사고 발생 1시간 59분 뒤)에야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 (출처 : 경찰청) 

- 첫 지시 : 10월 30일 오전 12시 19분

윤 청장은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등 교통활동 강화"를 지시했다. (출처 : 경찰청) 

- 첫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전 11시 20분

- 첫 사과 : 11월 1일 오전 11시 30분 (사고 발생 3일 뒤)

윤 청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며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윤 청장의 감찰 계획 발표 이후 경찰청 내부에선 '셀프 감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직장 인증 익명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이태원 파출소 직원'을 자칭한 이용자는 "자책하며 괴로워 하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사고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라면서 "대책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서울시장,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윗선 본인들부터 감찰 받으라"는 글을 남겼다.
 
▲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 나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36분 (사고 발생 1시간 21분 뒤)

김광호 청장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 (출처 : 서울경찰청)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1시 44분

김 청장은 "서울청 경비과장, 112치안종합상황실장, 기동본부장 순서로 가용 부대 급파"를 지시했다. (출처 : 서울경찰청) 

- 첫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전 12시 25분

사고 현장 방문이 늦어진 데 대해 '직무유기' 지적을 받은 김 청장은 "택시 안에서 지시를 다 내렸다"고 밝혔다.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중)

- 첫 사과 : 11월 7일 오전 (사고 발생 9일 뒤)

"서울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출입기자단 서면답변) 
 
▲ CCTV에 포착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 이태원 참사 당시 CCTV에 찍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모습. CCTV 화면에는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밤 10시55분 경 이 전 서장이 이태원앤틱가구거리에서 뒷짐을 진 채 이태원파출소로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 연합뉴스TV=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9시 30분 (사고 발생 45분 전)

용산경찰서 상황실로부터 이태원 현장 압사 위험 상황 보고를 받았다.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0시 18분 (사고 발생 3분 후)

'가용경력 전원을 투입해 현장 대응하라'는 내용을 무전으로 지시했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경찰이 보고한 문건)

- 첫 현장 방문 : 10월 29일 오후 11시 5분 이태원 파출소 도착 

이 전 서장은 10월 29일 오후 10시 서울 이태원 녹사평역 도착, 차량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전 서장은 1km 남짓한 현장까지 관용차 이동을 고수하다가, 도로 위에서 1시간가량 허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참사 인근 지역에 도착해서는 뒷짐을 지고 일행보다 느릿한 걸음으로 걷는 모습이 포착된 CCTV가 드러나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각'은 허위 보고 논란에도 휩싸여있다. 경찰청 감찰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10월 29일 오후 11시 5분경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적시돼 있지만, 권은희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는 '10시 20분 도착'으로 기재돼 있다.  

- 첫 사과 : 밝힌 바 없음

이 전 서장은 11월 2일 '부실대응'과 관련해 대기발령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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