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있네’… 김은혜, 이태원 참사 野 지적 중 메모

송태화 2022. 11. 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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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감 중 ‘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
김은혜 수석 “질의와 무관한 사적 대화”
민주당 “국회 모욕죄 물어 처벌해야”
김은혜 홍보수석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참모진의 메모가 8일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메모를 적었다고 밝힌 김은혜 홍보수석은 의원 질의와 무관한 사적 대화였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감이 진행되던 이날 오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소지한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힌 글귀가 한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해당 메모는 강 수석 왼쪽에 앉아있던 김 수석이 적은 것이다. 이후 김 수석이 재빨리 이 메모를 지우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카메라에 포착됐다.

문제의 장면은 강득구 민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나왔다. 강 의원은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책임을 추궁했다.

강 의원은 “참사 원인을 경찰서·소방서로 떠넘기고 있는 꼬리자르기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실이 제역할을 다 했는지 꼼꼼히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경찰청이 10일 17일자로 대통령실에 보고한 내부자료에 10월 29일 핼러윈 축제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국정상황실장이 봤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질타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철 경호처 차장. 연합뉴스


김 수석이 적은 메모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국감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기사를 봤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서 퇴장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국회 모독”이라며 “명백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 모욕죄로 고발 조치 해달라”고 작성자 확인을 요청했다.

이수진 의원도 “김 수석이나 강 수석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슴 절절하고 아파 죽겠는데 ‘웃기고 있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누가 쓰신 겁니까”라고 묻자 김 수석과 강 수석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수석은 발언대로 나와 굳은 표정으로 “물의를 빚어 정말 죄송하다. 그 사안은 강 수석과 제가 다른 사안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그 (메모지) 안에 적은 것이 (민주당) 의원님 말씀처럼 비칠까 우려돼서 제가 지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해를 빚어지게 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단연코 이 부분이 위원님의 발언이나 국감 상황 관련해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사적으로 오간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강 수석도 “사적으로 나눈 대화로 제 메모지를 김 수석과 나누고 그냥 지운 것”이라며 “제 메모지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사적으로 어제 일을 갖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은 사적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 묻는 주 위원장의 말에 “얘기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주 위원장이 “바로 이야기해야 오해가 풀릴 수 있다”고 재차 요구하자 강 수석은 “사적 대화를 여기서 공개할 이유는 없다. 어제 나눈 두 사람 간의 해프닝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해명을 들은 진 의원은 “국감을 모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기 실장도 “저도 난감하다. 두 수석이 아주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질책했다. 주 위원장은 “사적 대화라고 하지만 국감장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두 수석을 다시 발언대로 불러세웠다.

김 수석은 “국감장에서의 무거움을 반영치 못했던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 수석도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강득구 의원은 “거짓말 여왕, 김은혜 수석”이라고 외쳤다. 야당 의원석에서는 “정말 용납이 안됩니다”라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주 위원장은 두 수석을 향해 “엄중히 경고한다. 후속 조치에 대해선 양당 간사끼리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김·강 두 수석은 거듭 “죄송하다”고 고개 숙인 뒤 민주당의 요청으로 퇴장했다. 김대기 실장은 이후 속개된 국감에서 “두 수석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보국은 국감이 끝난 뒤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강승규, 김은혜 수석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 인사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는 국정감사 증인인 두 사람에 대해 국회증언감정법상 국회 모욕죄를 물어 반드시 고발 조치 해야한다”라고 요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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