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로 산책마다 짖는 개 … 의료용 대마 기름으로 행동 개선

의료용 대마 성분 ‘CBD’ 오일로 개선 효과 나타나
환각 없고 안정성 높아 소아 뇌전증 등에 쓰기도

도베르만 종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의료용 대마 기름으로 반려견의 심리적 트라우마가 개선됐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매체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행동장애를 보이는 도베르만 종 반려견에 칸나비디올(CBD)을 사용하자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아르헨티나에서 도베르만 종 반려견 '티탄'을 키우고 있는 산드라 데스테파노(60)는 CBD를 통해 효과를 본 경험을 소개했다. 티탄은 1살께 공원에서 놀고 있다가 다른 개의 공격을 받아 심하게 물린 후로 심각한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밖으로 나가면 공포 증세를 보였고 모든 개만 보면 짖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다른 개들과의 교류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 티탄의 몸무게가 40㎏에 달하지만, 체구가 아주 작은 소형견들에게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산책 자체가 어려웠다고 한다. 견주는 티탄의 이상 행동을 두고 "불안감을 숨기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권유에 따라 티탄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데스페타노는 그 밖에도 오랜 기간 티탄의 행동장애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울증약, 놀이와 향을 이용한 자극 치료, 산책용 특수 개 목걸이, 식단 변경, 전문가의 교육 등 안 해본 게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신경계 문제로 판단해 티탄에게 신경과 약물 치료를 5개월 동안 시행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동물행동 전문가의 행동 교정 훈련을 받으며 나아졌으나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했다.

결국 데스테파노가 택한 방법은 CBD였다. 수의사가 의학용 대마 기름 사용을 권했고, 더는 선택지도 없었기 때문에 CBD 요법을 받아들였다. 3개월 동안 일정량의 대마 기름을 티탄의 치아에 투여했고, 동물행동 전문가의 훈련을 병행하자 산책 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 데스테파노는 입마개 착용, 다른 개들과의 교류, 또 다른 반려견 '비타'와의 관계 등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CBD 요법은 중단했으며, 여행 등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한다고 한다.

CBD처럼 환각 성분이 없는 대마로, 해외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CBD 성분은 향정신성 약물 특성이 없고 약의 남용이나 의존성이 없어 안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아 및 성인 뇌전증에 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자폐 범주성 장애아동, 알츠하이머 및 치매 등 뇌 질환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경북 헴프(대마)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통해 CBD 성분이 의학·산업용으로 생산되고 있다.

다만 CBD를 반려동물에 활용할 시 전문 수의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단독 요법이 아닌 동물행동 전문가의 교육과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권장된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