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384.9원'…美 중간선거·위안화 강세, 원화값 1300원대로

최현주, 김연주 2022. 11. 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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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1.15% 오른 2399.0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6.3원 오른 달러당 1384.9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날개 없이 추락하던 원화가치가 회복의 몸짓을 보내고 있다. '수퍼 달러'의 기세가 꺾이며 한 달 반 만에 1300원대 고지를 다시 밟았다. 원화값은 지난 9월 28일 달러당 1439.9원을 기록하며, '1달러=1440원' 턱밑까지 갔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달러당 1401.2원)보다 16.3원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38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21일(달러당 1393.2원) 이후 32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400원대에서 벗어났다. 원화가치는 이날 장중 '1달러=1387.7원'까지 뛰었다. 전날에도 원화값은 달러당 18원 오르며 3거래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은 강달러의 질주가 주춤한 영향이 크다. 8일(현지시간) 진행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의 승리가 예상되면서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상원에서도 다수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화당이 정부의 재정 지출에 제동을 걸고,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완화와 긴축 감속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한국시간)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110.21로, 전날보다 0.8%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일 “많은 유권자가 당장의 생활고를 우려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물가‧이민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우세를 예상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봉쇄 조치 완화 기대감도 이유로 꼽힌다. 중국은 이른바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고강도 봉쇄 정책을 이어오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살아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완화를 부인했지만 내년 3월 양회(兩會)를 앞두고 리오프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완화를 저울질하는 건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다. 인플레 압력도 낮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9일 발표 예정인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년 전보다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면 22개월 만에 하락 전환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2.4%로, 전달(2.8%)보다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업계에선 “디플레이션 압박으로 중국 정부가 방역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본다. 이런 기대감 속 8일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275위안으로, 전날(달러당 7.3301위안)보다 0.051위안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위안화는 원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다. 여기에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며 원화값을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사자'에 나선 것도 원화가치를 끌어올렸다.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면서 원화가치가 뛴 것이다.

이날 외국인은 8일 코스피에서 112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뿐 아니라 기관도 매수세에 나서면서 이날 코스피는 1% 가까이 상승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15% 오른 2399.04에 장을 마쳤다. 기관도 276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밀어 올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원화의 흐름을 가를 변수는 오는 10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 CPI 상승률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제 지표라서다.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쉽게 긴축의 키를 돌리지는 않은 전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의회를 장악한 뒤 재정 정책에 반대하고 나서면 지출이 어려워지고 재정 적자가 줄어 미 국채 금리가 낮아지게 돼 달러 강세가 다소 꺾일 수 있다”며 “다만 Fed나 미국의 물가 여건이 바뀌지 않는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리는 흐름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약세 흐름이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다소 줄어들게 됐다.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게 된 데다,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부담도 완화될 수 있어서다.

최현주‧김연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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