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없었다"인정… '사퇴 생각한 적 있나'엔 모두 "아직"

성지원, 김은지 2022. 11. 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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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은 모두 “아직까지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예결위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부터 한 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종합정책질의를 이어갔다. 이날도 이태원 참사 책임 소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주를 이뤘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 가운데 최초 신고가 오후 6시 34분이었던 점을 들며 한덕수 총리에게 “청년들은 ‘6시 34분, 국가는 없었다’고 국가에 책임을 묻고 있다. 이게 잘못된 건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한 총리는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한 총리는 특히 정부의 공문 발송으로 논란이 됐던 ‘사고’ 표현과 ‘사망자’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참사와 희생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이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행정안전부가 각 시ㆍ도에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설치 관련해 보낸 공문에선 ‘참사’가 아닌 ‘사고’로,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쓰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었다. 한 총리는 “참사인가 사고인가, 희생자인가 사망자인가”라는 민주당 주철현 의원의 질의에 “당초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그렇게 정한 것이지만 최근 진행되는 수사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참사이기도 하고 희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 총리를 비롯해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 등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한 이들은 이날도 사퇴 여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혼자라도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는가”라는 정일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한 총리는 “수사를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대통령에게)아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답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사법책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도 져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정치적 책임이란 것도 어느 정도 팩트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 역시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을)드린 적 없다”며 “책임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전혀없다. 사고수습에 전념하며 유족을 위로하고 병상에 계신 분들의 쾌유를 비는 게 가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책임을 진다는 게 꼭 사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희근 청장도 “(사퇴 의사표명은)아직 없다”며 “책임있는 공직자로서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사퇴보다)더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이날 질의과정에서 “경찰에 대해 지휘권한이 없다”며 “(경찰에 대해 행안부가)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행안부 장관은 경찰에 대한 지휘권한 및 책임이 있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지휘권한이 없다”며 “법적인 책임은 당연히 없고, 도의적이나 정치적 책임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용산 대통령실 경호 때문에 경력 배치가 부족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것’이라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그날 이태원 일대에 137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어서 추가로 (경력이)있고 없고는 사건 발생의 핵심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참사 당일 대통령실의 지시 여부와 관련해 이날 윤 청장과 대통령실의 답변이 엇갈리기도 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정상황실에서 (참사 발생)정보를 받고 경찰청에 즉각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청장은 예결위에서 이와 관련한 박영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정상황실 파견)경찰관과 통화했다. 제가 전화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대통령실로부터 지시 하달하는 전화를 직접 받은 적이 없다는 건가. 국정상황실에서 경찰청장이라든지 기관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화로 직접 하달 했다는데 이게 거짓말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윤 청장은 관련 서류를 확인한 뒤 “(이태원으로)오는 길에 국정상황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윤 청장은 이와 관련해 이후 우원식 예결위원장에게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정정하고, 통화내역서를 확인해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황운하 민주당 의원을 향해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가짜뉴스를 퍼뜨린 사람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묻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가짜뉴스, 음모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흉기 같은 거짓으로 찌른 다음 ‘안 죽었으니 그만’이라고 방치하면 안 된다. 너무 법이 관대하다”고 하자 이같이 답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예결위 회의장에 출석하면서도 기자들과 만나 “사과는 허황된 음모론을 퍼뜨린 사람이 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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