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힘 빠지나, 트럼프 제동 걸리나…美중간선거 결정의 날 밝았다

박현영 2022. 11. 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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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있는 보우이주립대에서 웨스 무어 주지사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 상원의원 3분의 1(100명 중 35명)과 하원의원 전원(435명)을 새로 뽑는 2022년 중간선거가 8일(현지시간) 열린다.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는 주지사 선거를 치르며 부지사와 국무장관, 법무장관 등 주 정부 고위직도 선출한다.

중간선거는 대통령 4년 임기 중간쯤 실시돼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재신임 성격이 있다. 공화당이 우세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잔여 임기 동안 국정 운영 타격이 불가피하고, 민주당이 수성에 성공하면 2024년 대선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바이든·트럼프 "편한 곳" 마지막 유세


선거 하루 전인 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바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메릴랜드주에 있는 흑인 전용 대학의 역사를 가진(HBCU) 보우이 주립대에서 민주당 소속 웨스 무어 주지사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주에서 무어 후보는 지지율 58%로 공화당 댄 콕스(27%) 후보를 두배 이상 따돌리며 승리를 예약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데이턴으로 날아가 작가이자 벤처투자자인 JD 밴스 상원의원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오는 15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중대 뉴스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2024년 대선 출마를 발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두 시간여 진행한 연설 말미에 이번에 출마한 공화당 상원의원과 주지사 후보 등 50여명을 호명하며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오하이오는 2020년 대선에서 경합지로 분류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가 바이든을 8%포인트 차이로 이긴 곳이다. AP통신은 바이든과 트럼프가 마지막 유세에서는 경쟁하기보다는 각자 편안하게 느끼는 지역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상원 선거 5~8개 주 오차범위 이내 경합


민주ㆍ공화당이 날카롭게 대치하면서 이번 중간선거 여론조사는 오차범위인 1~3%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거나 동률인 경우도 있는 초박빙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상원 다수당이 되기 위해 접전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원은 435석 중 218석을 확보하면 다수당이 된다. 현재 213석을 가진 공화당은 5석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하원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상원은 동전 던지기(toss-up) 수준의 승부여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치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538)은 7일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확률을 84%로 예측했다. 상원에서 이길 확률은 59%로 봤다. 선거를 치르는 상원 35석은 공화당 21석, 민주당 14석으로 구성된다. 파이브서티에잇은 공화당이 20석을 지키고 1석을 경합지로 내줬지만, 민주당은 10석을 지키고 4석을 격전지로 만들었다고 제시했다. 조지아·펜실베이니아·네바다·애리조나·뉴햄프셔 5개 주를 경합지로 분류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상원에서 공화당이 48석, 민주당이 44석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파이브서티에잇이 꼽은 경합지 5곳에 위스콘신·워싱턴·콜로라도를 추가했다. 하원은 공화당 227석, 민주당 174석이 우세한 가운데 34석을 격전지로 예상했다. 34곳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도 공화당은 하원을 이길 수 있게 된다.

다만, 격전지마다 초박빙이어서 여러 곳에서 동시에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승패를 예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이 상·하원에 주지사 선거까지 압승을 거두는 거대한 붉은 파도(red wave·레드 웨이브)부터, 상·하원 중 한 곳 승리,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지키는 시나리오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에서 JD 밴스 상원의원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붉은 쓰나미' 오면 바이든 레임덕 가능성


공화당 압승으로 붉은 파도를 넘어 쓰나미가 일면 바이든 행정부가 계획한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가 2년 남았어도 레임덕에 빠질 수 있고, 2024년 대통령 선거가 사실상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민주당이 하원을 내주더라도 상원을 가까스로 지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김이 확 줄어들 수도 있다. 트럼프가 공개 지지한 ‘선거 불복론자(election-denier)’들이 대거 낙마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지아주의 미식축구 선수 출신 헐셔 워커, 펜실베이니아주의 TV 의사 출신 메메트 오즈, 네바다주의 애덤 랙설트 등 경합지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가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중간선거 승패와 그로 인한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상원 격전지 5~8곳 선거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한 ‘트럼프 키즈’들의 의회 입성 여부 ▶공화당 승리가 압도적일지 제한적일지 ▶주지사 선거에서 이변이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블루 스테이트'인 오리건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크리스틴 드레이젠 후보가 민주당 티나 코텍 후보를 3%포인트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드레이젠 후보가 당선되면 오리건에서 40년 만에 공화당 주지사가 탄생하게 된다. 드레이젠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홈리스와 범죄율 증가와 주택 문제 등 주민들이 더 이상 변명 듣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과 네바다주에서는 현직인 민주당 주지사가 공화당 도전자에게 여론조사 결과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이길 경우 인플레이션과 기름값, 공권력 강화 통한 범죄 증가 대응 등 민생과 경제에 관한 메시지가 유권자에게 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경제와 안전 같은 생활 밀착형 어젠다보다는 민주주의 사수, 여성의 낙태권리 보호, 공정과 평등 같은 '가치'를 강조하는 선거 전략을 펼쳤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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