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에 단돈 천 원, 이 식당이 가격 유지하는 감동 비결
[아이-뷰 김지숙]
▲ 부평종합시장에는 올해로 12년째 운영되고 있는 '기운차림' 식당이 있다. (사)기운차림 봉사단 인천지부에서 운영하는 일명 천원식당이다. 천 원 한 장이면 따뜻한 점심 한 끼가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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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종합시장에는 올해로 영업 12년째인 '기운차림'이란 식당이 있다. (사)기운차림 봉사단 인천지부에서 운영하는 일명 '천원식당'이다. 천 원 한 장이면 따뜻한 점심 한 끼가 가능하다. 시장 사람이면 이곳을 모르는 이가 없고, 인근 지역민들의 발길도 꾸준하다. 하루 평균 60~70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김해숙(53) 사무국장은 "일반 무료급식소와 달리 천원이라는 최소 금액을 받고 있다. 이용자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밥 한 끼 따뜻하게 드시고 기운 내서 살아가시길 바라는 목적이다"라면서 "이 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모양과 수량, 크기에 상관없이 누구나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며 이용하는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점 상인이 많은데 이분들이 식사하러 오시면서 다른 분들이 나누어 주신 채소가 반찬이 되는 걸 보고 본인들도 기부해요. 큰 금액이 아니에요. 팔다 남은 상품과 상품성은 떨어져도 쓸만한 물건들을 기부해주시죠."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8월, 식당은 잠시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부터 도시락으로 대체하며 재개했다. 문제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식당인데 코로나19 여파로 후원금이 모두 끊겼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재정상태였지만 어려운 이웃의 한 끼를 위해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그때 손을 내민 건 시장 안 이웃들이다.
"노점 좌판대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계세요. 기부처도 거의 없고 저희가 가장 힘들 때 그분이 찬거리 하라며 봄동과 시금치를 챙겨주셨어요.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된 것 같아요. 사실 본인도 힘들고 더 팔아 이익을 남길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마음을 주셔서 저희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상인회장과도 인연이 닿아 주에 두세 번 야채도 지원받고 전폭적 도움도 받는다. 시장 내 정육점 세 곳에선 정기적으로 고기를, 생선가게에선 조기, 방앗간에서는 깨와 참기름, 그 밖에 건어물과 김치, 쌀, 외부 후원금 등 모두의 마음이 한데 모여 풍성한 한 끼가 된다. 여기에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더해져 완성된 하루 백 개의 도시락은 배고픈 이들의 배를 넉넉히 채워주고 있다.
▲ 식당 '기운차림'의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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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이 가져온 용기에 담은 밥과 반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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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차림 식당은 3명의 직원과 자원봉사자 서너 명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이들이 봉사식당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일손이 부족하거나 공백이 생길 땐 직접 봉사자로 나서기도 한다. 매번 도시락을 받아가면서 선뜻 봉사에도 발 벗고 나서는 시장 내 붕어빵 사장님이 그렇고 노점에서 꽈배기 장사를 하고 있는 이웃이 그렇다.
"시장 상인들께 홍보를 했어요. 시간 되실 땐 언제든지 오셔서 봉사를 하셔도 된다고요. 감사하게도 저희 식당 취지를 잘 아시니까 마음을 내어 도움을 주고 계세요. 가족 같죠."
기운차림 식당의 기부물품은 다양하다. 단돈 천 원부터 야채 한 봉지, 집에 있는 커피 몇 개, 묵은 김치도 환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는 좀 더 폭을 넓혀 재능기부까지 가능해지도록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실제로 포스코에서 매년 한두 번 지원사업을 연결해 주는 담당자를 통해 그곳 사진동아리와 연계, 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어 드린 적도 있다. 시각장애인학교인 해광 학교와도 인연을 맺고 있어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나아지면 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직접 마사지 봉사활동도 펼 계획이다. 신청자를 받아 미용봉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시장 상인 중 20여 분의 신청을 받아 영정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드리는 기부였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다행히 지역사회에 재능기부를 하고자 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종종 계셔서 그분들과 연계해 드리고, 저희가 장소를 제공해 손님들께 폭넓은 혜택을 드리고 싶어요. 식당이지만 기꺼이 사랑방이 되어 기운을 불어 넣어드리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밖에 기운차림 식당 모토 중 하나는 지구환경 살리기다. 점심 무렵이면 각자 챙겨온 도시락 용기를 든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다. 도시락 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손님은 식당에 마련된 도시락 용기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식당에서는 일회용품은 사용할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도시락으로 대체했는데 용기를 가져오지 않는 분에 한해 어쩔 수 없이 일회용 도시락 용기를 사용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게 늘 마음에 걸려서 어떤 식으로 바꿔 나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차에 지원금이 들어와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됐죠."
식당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게 되기까지는 손님들의 협조가 매우 컸다. 여기에 보이지 않게 도움의 손길을 더해준 이들도 있다. 한국지엠 한마음재단 봉사단체의 지원아래 도시락 용기를 마련할 수 있었고, 이곳 자원봉사자의 주선을 통해 인근 치과에서는 국그릇을 마련해 줬다. 덕분에 용기를 가져오지 못한 손님도 최소한의 금액 1천 원에 바로 도시락 용기를 구매해 오래도록 사용하도록 됐다.
"작은 일이지만 손님들도 '내가 지구환경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구나'라고 느끼시며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이 이 환경 캠페인을 하는 목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운영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1시 30분까지, 1일 100인분 한정
○ 단체·기관·개인 후원 문의 : 010-2734-8313
글·사진 김지숙 I-view 객원기자 jisuk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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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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