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사퇴” 野에 꼿꼿한 김대기 “다 날리면 그 공백은 어떻게"
여야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과 정부 대처를 놓고 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격하게 부닥쳤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데 집중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방어하면서 ‘정쟁화’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이런 가운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각이나 대통령실 참모진 경질론에 대해 “사고 원인 분석이 먼저”라며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 개회부터 공세를 벌였다.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권의 재난안전대응체계가 완전히 붕괴해 발생한 인재다. 대통령실, 정부, 서울시, 용산구 등 누구도 이태원 안전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총체적 부실이었고 망언과 책임 회피로 더 큰 상처를 안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자들은 책임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는 것이다. 총리, 장관, 경찰청장 등 내각 구성원 중에 사의를 표명한 사람이 있나”라며 “고위공직자에게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꼭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각 사퇴를 요구한 셈이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도 “진정한 조사의 출발은 그 사람(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며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당연히 먼저 내보내고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현 정부 태도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경 탓했던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여론이 많다”며 “모든 책임을 경찰에 떠넘기고 정권 핵심 인사는 지키려는 건가.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응당한 조치”라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는 분이 아니다. 지금은 조사, 원인 규명, 수습대책을 마련할 때”라며 “무슨 사건이 났다고 장관, 총리를 다 날리면 새로 임명하는데 두 달 넘게 걸린다. 그 공백을 어떻게 하겠나. 일단 제대로 파악한 다음에 (조치는)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답하면서 선을 그었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강하게…野 공세 막은 ‘꼿꼿 대기’
김 실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민주당의 총공세를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막아섰다. 그는 국감 인사말에서부터 “대통령 비서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수차례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수습과 함께 진상 규명이 철저히 이뤄지도록 하고 이를 국민 여러분께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야권의 일부 공세엔 강한 어조로 부인하며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만일의 경우 김 실장 가족이 저녁식사 후에 동네 산책길에 폭행을 당해 이도 부러지고 머리도 깨지고 누구는 죽었다고 생각해봐라”며 “그런데 폭력을 가한 사람이 자기 회사 직원들과 회의하면서 ‘내가 미안했다.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하면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것을 비꼰 말이다.
그러자 김 실장은 약 2초간 침묵한 뒤 한숨을 쉬면서 “비유가 잘못된 것 같다. 대통령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고 했으니 기다려보자”고 답했다.
김 실장은 특히 강력하게 반발하는 장면도 있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 논란’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 실장은 문 전 대통령이 사룟값이 아까워서 풍산개를 반환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주장하자 김 실장은 “제가 그렇게 말했느냐.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최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공세를 펴자 “경질 사유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공식 문서 등에서 이태원 ‘참사’ 대신 ‘사고’를,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고 각각 표기한 데 대해선 “재난안전법에 있는 법률적 용어를 중립적으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與 “민주당이 참사를 정쟁화한다”
국민의힘은 참사에 대해서는 조의를 표하면서도 책임은 대통령실이 아닌 일선 경찰로 돌리는 데 집중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의 112 신고센터가 제대로 작동했어도 이렇게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에게 정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도 “만약 137명의 경찰 경력만 제대로 지휘하고 재배치했더라도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며 “용산경찰서장은 남의 일처럼 옥상에서 우리 시민이 죽어가는 현장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재명 대표 측근이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문진석 의원의 휴대전화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내부 논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것을 고리로 “참사의 정쟁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장동혁 의원은 “민주당은 156명이 희생된 이 사건을 두고 사고 대신 참사라는 용어를 쓰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고가 난 그다음 날부터 이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효성·박태인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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