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 증시’가 답? 엔비디아·AMD·마벨·레티스 ‘입질’할 때

뉴욕 = 김인오 특파원 2022. 11. 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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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에서 살아남기] (61) 저점 매수 노릴 반도체 대장주
[나스닥에서 살아남기] (61) 저점 매수 노릴 반도체 대장주

‘반도체 한파론’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가 반등해 투자 눈길을 끌고 있다. 나스닥의 ‘간판’ 격인 빅테크(대형정보기술) 기업들이 실적 부진 탓에 줄줄이 주가가 급락한 반면 반도체 기업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식이다. 미·중 반도체 갈등을 비롯해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세가 반도체 산업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부지런히 저점 매수할 만한 종목을 추리는 분위기다.

미국 샌타클래라에 지어진 엔비디아의 신사옥인 보이저(Voyager). (엔비디아 제공)

▶‘CPU 강자’ AMD 실적 부진에도

▷발표 날 저점 매수세 유입돼 시장 눈길

‘중앙처리장치(CPU) 강자’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의 경우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점 매수세가 부각됐다.

11월 1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 AMD는 나스닥거래소 장 마감 후 ‘2022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전체 매출은 55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 늘었지만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기대치(56억2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조정된 주당순이익(EPS)은 0.67달러로 역시 전문가 기대치(0.68달러)보다 낮았다.

이날 AMD는 개인용 컴퓨터(PC) 수요 감소에 따라 반도체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올해 한 해 전체 매출 전망치를 기존 263억달러에서 235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전문가 기대치(238억8000만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다만 같은 날 시간 외 거래에서 AMD 주가는 4% 이상 반등했다. 주요 4개 사업 부문(데이터센터·클라이언트·게임·임베디드프로세서) 실적이 지난 10월 회사가 실적 악화를 경고한 것에 비해서는 괜찮았다는 시장 평가에 더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4분기 매출 감소 압박이 여전하지만 과잉 재고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한 것이 매수세로 이어진 결과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데이터 저장 등 정보기술(IT) 장비를 한데 모아 통합 관리하는 공간과 시스템을 말한다. 클라이언트는 PC와 노트북에 들어가는 반도체 판매와 연결된다. 임베디드 시스템이란 특정한 기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기제품이나 기계제품에 탑재되는 컴퓨터 시스템을 말한다. AMD 주가는 연중 60.29% 급락했고 최근 한 달 낙폭은 9.76%를 기록해 매도세가 집중된 대표적인 반도체 종목으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간 AMD와 엔비디아 등 반도체 간판주 낙폭이 너무 컸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실적 발표를 전후해 저점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튜 램지 코언증권 연구원은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PC·게임 판매 감소 역풍을 맞고 있지만 현재 주가는 저가 매수 기회로 보일 정도로 많이 내려간 상태”라면서 “엔비디아와 AMD, 레티스세미컨덕터, 마벨테크놀로지, 모노리식파워시스템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대표적인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로 손꼽힌다. 사업 영역이 다양하지만 AMD는 CPU,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로 통한다. AMD에 이어 엔비디아는 오는 11월 16일 뉴욕 증시 마감 후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한편 레티스세미컨덕터는 초저전력 고성능 프로그래머블 반도체를 개발하는 특수반도체업체다. 특수반도체업체로는 자일링스와 알테라, 레티스가 꼽히는데 자일링스는 올해 2월 AMD에 인수합병됐다. 마벨테크놀로지는 미국 통신용 반도체·시스템 온 칩(SoC) 설계업체다. SoC는 여러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에 담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모노리식파워시스템은 전력반도체 개발업체다. 램지 연구원은 “미·중 반도체 갈등 역시 반도체 산업 하방 압력이지만 디지털 전환·차세대 네트워크(5G) 시대·인공지능(AI) 시대를 생각하면 중장기 관점에서 첨단 반도체 기업 성장 여력은 여전히 크다”고 내다봤다.

▶NXP 등 아날로그 반도체株는

▷일부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도 경고

다만 같은 반도체 부문이라도 일부 기업은 낙폭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경고도 따른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블레인 커티스 연구원은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 부진을 감안해 아날로그 디바이스와 NXP 세미컨덕터에 대한 투자의견을 모두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한다”면서 “해당 종목 주가는 내년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 저점 매수에 나서기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시스템 반도체는 다시 아날로그 반도체와 디지털 반도체로 나눌 수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과 소리, 압력, 온도 등 일상 신호를 정보통신(IT) 기기가 인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반도체는 주어진 신호를 0과 1로 처리해 시스템 기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PC와 스마트폰에서 사람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CPU가 대표적인 디지털 반도체다.

▶경기 침체, 미·중 갈등도 변수

▷저점 매수도 옥석 가리기는 필수

반도체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실적 대비 주가 흐름과 미·중 갈등 변수다. 특히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매출 감소 리스크는 최근 실적과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지만 미·중 갈등 여파는 중장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꾸준히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10월 초 미국 상무부는 미국 반도체 기술을 비롯해 반도체 장비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수출 제한 규제를 미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해당 규제로 대만 TSMC나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반면 반도체 디자인·설계·생산 장비 위주인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은 크게 여섯 부류로 나뉜다. 인텔처럼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기업(IDM)과 AMD나 엔비디아처럼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 반도체 설계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IP 기업,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 팹리스 기업이 만든 설계도를 파운드리업체가 생산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설계를 하는 디자인하우스 기업,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수탁 기업(OSAT) 등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2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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