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괴물·살인자 키웠다"…푸틴 부모 묘에 쪽지 남긴 여성
“당신들은 괴물과 살인자를 키웠어요. 온 세상이 푸틴의 죽음을 기도하고 있어요. 연쇄살인범의 부모, 그를 데려가세요.”
지난달 6일, 60세 여성 이리나 치바네바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공동묘지의 무덤 앞에 남긴 쪽지다. 무덤의 주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모. 이 쪽지를 쓴 치바네바는 나흘 뒤 경찰에 체포돼 ‘정치적·이념적 증오를 이유로 매장지를 침범한 혐의’로 가택연금됐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는 치바네바의 근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방 법원은 최근 그의 가택연금을 취소했다. 법원은 가택연금 대신 인터넷 사용, 묘지 방문, 묘지 직원과의 대화 등 특정행동을 금지시켰다.
다만 치바네바에 대한 재판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메두자에 따르면 재판에서 치바네바의 유죄가 인정되면 러시아형법 244조 2항에 따라 최대 5년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회계사로 일하는 치바네바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고 손주들과 시간 보내는 걸 즐기는 평범한 할머니로 알려졌다. 그는 "TV 뉴스를 봤는데 많은 사람이 죽은 사실을 알고 무척 슬퍼서 쪽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치바네바가 남긴 쪽지는 묘지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묘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치바네바의 신원을 알아낸 뒤, 지난달 10일 체포했다. 경찰은 쪽지에 남은 치바네바의 DNA 검사, 필적 전문가의 자문 등을 통해 치바네바의 자백을 받아냈다.
검찰은 치바네바의 행동에 대해 "죽은 자의 기억과 감정을 모욕한 뻔뻔한 범죄"라고까지 비판했다. 그에게 선고된 가택연금을 내년 1월 8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하기도 했다.
치바네바의 아들은 "처벌이 심각하지만, 현재 러시아 상황에서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간 푸틴 대통령 부모의 묘지에 푸틴을 비판하는 쪽지를 남긴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말에는 한 반정부 운동가가 초등학생용 공책에 "친애하는 학부모님, 당신의 아들이 역사 수업을 건너뛰고 급우들과 싸우며 학교 전체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한다"고 적어 푸틴 부모의 묘지에 놓고 갔다.
이후 푸틴 부모 묘지에 대한 보안이 강화됐다. 하지만 치바네바는 경비가 느슨한 틈을 타 쪽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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