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동 독촉" "CPR 최우선"…급박했던 12시간 소방 무전

김준영, 심정보 2022. 11. 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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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급박한 구조 상황을 보여주는 소방 무전 기록이 공개됐다. 최초 신고 접수 직후 소방관 출동과 현장 구조 활동, 경찰ㆍ소방 당국에 추가 대원을 간절히 요청하는 그 날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가 8일 공개한 서울종합방재센터의 ‘이태원동 구조 관련 녹취’는 최초 신고 접수(오후 10시 15분) 3분 후인 오후 10시 18분, 서빙고119안전센터(이하 서빙고센터)가 관제대의 지령을 받고 “출동”을 알리는 무전으로 시작한다. 또 소방당국이 여러 센터에 출동을 지시하며 “경찰 인력 독촉 좀 해주세요” 라고 호소하는 내용도 등장했다.

이태원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후 용산소방서가 출동 중인 대원에 “도착해서 즉시 상황을 보고하라. 10명 정도가 지금 깔려있다고 한다”(오후 10시 23분)고 지시했으나, 극심한 차량 정체가 발목을 잡았다. 도착 직전 소방 무전 기록엔 “차량정체 심함”(한강로센터), “차량진입 곤란한 상황, 대원들 도보로 이동 중”(지휘팀장)이란 목소리가 담겼다.

그렇게 오후 10시 31분 도착한 지휘팀장은 “해밀톤호텔 바로 옆 골목에 30명 정도 되는 행인이 넘어져 있는 상태”라고 첫 현장 보고를 했다. 이어 그는 소방관들을 향해 “구급차는 해밀톤호텔 뒤편 골목으로 진입해서 행인들을 뒤로 떼어 낼 수 있도록 유도 좀 해달라”고 지시하고, 상부엔 “경찰이 골목 앞쪽에 있는 행인들을 대로변으로 (안내하도록) 유도 좀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관제대도 이때 ‘코드 제로’(긴급 상황)를 처음 선언했다. 그리고 대응 단계는 차츰 1단계(오후 10시 43분)-2단계(오후11시 13분)-3단계(오후11시 48분)로 상향됐다. 대응 수위가 올라가듯, 소방관의 다급한 외침도 커졌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시민들이 의식잃은 환자들을 심폐소생술(CPR)하며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오후 10시 42분=“구급차 빨리 구급차 빨리. 15명 정도 CPR(심폐소생술) 중인데 인원 모자라요. 대원들 빨리.”

#오후 10시 55분=“경찰 속히 추가 출동 독촉. 추가 경찰 좀 많이 추가시켜주세요.”

#오후 11시 00분=“대원들 모자라서 일반시민들 CPR 다 동원해서 하고 있어요. 대원들 더 보내주셔야 합니다.”

여러 단위에서 다급한 무전이 빗발치자 오후 11시 15분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직접 등장해 “무기(무전기) 침묵하고 용산 하나(본인)가 지휘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가 소방력은 해밀톤호텔 뒤편으로 모두 보내. 지금 CPR 환자가 하도 많아, 지금 몇 명인지 셀 수도 (없다)”며 상부에 “빨리 추가 소방력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어느 정도 구조가 끝나자, 서로를 격려하는 무전도 오갔다. 오후 11시 22분 이태원센터 측 무전기에선 “지금 CPR하는 대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하도록.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구조는 다 했으니까 CPR 최우선”이란 말이 나왔다. 이즈음 최 서장은 “빨리 직원 비상을 걸어가지고, 집에 있는 비번자들 다 동원시키도록 해”라고 했다.

30일 서울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가족과 지인 등이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잠시 후 희생자 이송이 본격화되자 “경기 남부 구급차 10대 추가 지원 요청 들어갔습니다”, “20대 여자 대퇴부 골절 병원 수배 좀 해주세요”, “중앙대 (병원) 가능해요” 같은 말이 오갔다. 그렇게 “병원 이송 중”이란 말로 새벽을 채웠던 무전 기록은 동이 틀 때 쯤 “장례식장으로 이동 중”이란 단어로 바뀌었다. 약 12시간의 녹취록은 10월 30일 오전 10시 26분, 관제대의 “대응 1단계 해제”라는 말로 끝이 났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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