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지자체 행사도 이렇게는 안 할 거예요"

장진숙 2022. 11. 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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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나라의 지방의원] 서울 유일 진보정당 의원의 4개월 - 최나영 구의원

“농민수당을 만든 사람”, “우리를 위해 밥도 굶어준 사람” “배지 없이도 구의원보다 더 열심히 일한 사람” 동네에서 아이스팩을 모으고, 중고생 100원 버스를 만들고, 은행ATM기 설치 서명을 받으며 당선된 진보당의 지방의원들. 그러나 당선의 기쁨도 잠시, “진보 지방의원은 뭐가 다른데?” 더 큰 도전앞에 서 있습니다. 배지를 달고 더 바쁘게 뛰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분투기를 담습니다. <편집자말>

[장진숙 기자]

최나영 노원구의원은 지난 8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유일 진보정당(진보당)소속 구의원으로 당선되어 화제가 되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을 누르고 20.12%를 득표해 파란을 일으켰다. 427명을 뽑는 서울 구의원에서 양당 공천을 받지 않았던 정당 소속 당선인은 최 의원이 유일했다.

최 의원의 지난 4개월은 어떠했을까? 최근 노원구청 708호 의원실을 찾았다. 최나영 의원과의 인터뷰는 노원주민대회, 의정활동, 윤석열 정권 비판까지 다방면에 걸친 주제로 이뤄졌다. 초선 구의원 최나영의 특별했던 지난 의정활동을 4가지 주제로 정리해보았다. 
 
 최나영 의원의 5분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지적이었다
ⓒ 최나영
 
① 최나영의 5분 - 윤석열 정부 예산안을 겨누다

9월 5일, 노원구의회 본회의장.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최나영 의원이 처음으로 본회의장에 섰다. 5분 자유발언을 하기 위해서이다. 대부분 5분 발언에서는 지역 현안이 등장하는데 최 의원의 5분은 달랐다. 그는 "오늘 발언 요지는 '중앙정부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문제점'입니다"로 시작하여 정부의 2023년 예산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취지를 묻자 최 의원은 "위기감이 너무나 컸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전기, 가스 등의 민영화 문제 사안은 정말 중요한 일이고 주민들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5분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열린 노원주민대회에서 주민들이 뽑은 대정부 10대 요구안 중 1위는 '전기, 가스, 수도 등 민영화 반대, 에너지 공공화, 요금 인하'안이 차지했다. 최 의원은 지금도 정부와 서울시 복지예산 삭감에 따른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에서 아동돌봄사업 예산 중 하나인 노원 아이휴센터 예산을 삭감하여 보건복지위원으로서 굉장히 분노했었다고 한다. 

② 노동자에게 잃어버린 임금을 되찾아주다
 
 최나영 의원은 첫 구정질의에서, 노원구가 고용한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다는 사실을 질의했다. 노원구청장은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 최나영
 
"제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지난 10월 5일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최나영 의원 사이의 대화가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최 의원의 첫 구정질문 데뷔 무대였다. 어쩌면 패기 높은 진보정당 의원과 구청장 사이에 긴장이 흐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최 의원은 준비한 의제들을 하나씩 질의하였다. 구청장은 모두 "좋은 의견"이라고 호응하며, 최 의원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였다.

의원들에게 구청장과 질의 응답은 1년에 딱 두 차례 주어진다고 한다. 최 의원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하였다. "진짜 정책 토론을 해보고 싶었어요", 최 의원은 구정질문을 이슈를 만들기 위한 자리,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자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구정 질문다운 자리를 만들겠다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노동자 서민부터 챙긴다'는 진보의정활동의 정체성을 입혔다. 구립 하계실버센터 요양보호사들이 생활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질의했다. 탄탄한 사전 조사와 관련 조례를 기초로 제시한 최 의원의 제안에 구청장은 즉시 호응하였다.

"노동자들에게 빼앗긴 임금을 되찾아 준 일! 이것이 가장 기뻤던 순간입니다"

최 의원의 4개월을 단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최 의원은 비정규직 현장에 집중하는 의정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년에는 돌봄 노동자대회를 꼭 개최하고 싶다"는 최 의원의 의정활동 중심에 '노동' 두 글자가 단단히 새겨져 있었다. 

③ 주민들 덕분에 갖게된 첫 번째 의원 권한은 '자료조사권'
_네 번째 노원주민대회를 준비하다

최나영 의원실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2019년 열린 '1회 노원주민대회' 액자였다. 노원주민대회는 최 의원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상징이 되었다.
 
 최나영 의원실에 걸려있는 노원주민대회 사진
ⓒ 진보당
"주민의 힘을 키우는 운동입니다."

최 의원은 주민대회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2019년 가을 수백 명의 주민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요구안을 만들고, 그 중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그것이 노원구 정책으로 반영되어 변화를 만들었다.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고, 저소득층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최 의원이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거둔 성과는 올해 주민대회가 전국 30여곳으로 확산된 것만 보아도 그 파장의 크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노원주민대회가 올해 다시 같은 장소(중계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열렸다. 

최 의원은 "모이면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주민들이 갖고 있다"며 주민대회 성과를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행사 자체를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본 행사 역시 토스트 판매 노점, 아파트 경비노동자, 병원 노동자, 대학생 등 다양한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의원이 되어 준비했던 4회 주민대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최 의원은 "자료조사권이라는 큰 권한이 생겼다"면서 "3년 동안 알지 못했던 내용을 단 하루 만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변화라고 말했다. 청원하는 입장에서 자료를 받아보고, 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주민의견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주민대회의 취지는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회 주민대회에서 최 의원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여러분! 저는 노원구의원입니다. 여러분이 결정해 주신 내용을 조례로 제정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실어주시겠습니까?"
 
 "주민의 힘을 키우는 것" 최나영 의원은 전국 최초로 주민대회를 만들어, 4회째 노원주민대회를 진행해왔다
ⓒ 최나영
 
  
 지난 10월에 열린 제 4회 노원주민대회의 모습. 노원주민 500여명이 모여 주민요구안을 채택했다.
ⓒ 최나영
 
④ "이태원 참사, 지자체 행사도 이렇게는 안 할 거예요!"

최 의원을 방문한 날, 노원구청 앞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었다. 지난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맞이해 이태원에 집결한 시민 156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친(11월 5일 기준)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최 의원은 이틀 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현 집권 세력은 국민에 대한 안전에 대한 생각이 없는 거 같아요. 안중에 없는 사람은 매뉴얼도 만들지 않죠"라며 윤석열 정권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나영 의원은, 현 집권세력이 국민 안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으니 매뉴얼도 없었던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 진보당
 
"지자체도 그렇게는 안 해요. 사람이 200명만 모여도 행정력이 정말 긴장하거든요.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예요"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최 의원은 구의원이 되어서 지자체의 여러 행사를 경험하면서 이번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마약 단속에 집중된 130여 명의 경찰만이 배치되었다는 것은 정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에게 정치인으로서의 다음 목표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다.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웃음) 이제 겨우 내년 계획이 하나둘 생각날 정도입니다. 미래의 계획은 전혀 고민 밖의 문제입니다."

주위에서 의원이 되고 달라진 가장 큰 변화를 '빨라진 발걸음'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서울 노원구의원 최나영의 4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답은 없었지만 4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에서 그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만은 분명해 보였다.
 
 노동자들에게 빼앗긴 임금을 되찾아준일이 구의원 되고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는 최나영 의원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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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진보당은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장진숙)를 두고,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지방의원> 연재기획은 지방자치위원회 편집팀에서 공동 취재해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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