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지자체 행사도 이렇게는 안 할 거예요"
“농민수당을 만든 사람”, “우리를 위해 밥도 굶어준 사람” “배지 없이도 구의원보다 더 열심히 일한 사람” 동네에서 아이스팩을 모으고, 중고생 100원 버스를 만들고, 은행ATM기 설치 서명을 받으며 당선된 진보당의 지방의원들. 그러나 당선의 기쁨도 잠시, “진보 지방의원은 뭐가 다른데?” 더 큰 도전앞에 서 있습니다. 배지를 달고 더 바쁘게 뛰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분투기를 담습니다. <편집자말>
[장진숙 기자]
최나영 노원구의원은 지난 8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유일 진보정당(진보당)소속 구의원으로 당선되어 화제가 되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을 누르고 20.12%를 득표해 파란을 일으켰다. 427명을 뽑는 서울 구의원에서 양당 공천을 받지 않았던 정당 소속 당선인은 최 의원이 유일했다.
▲ 최나영 의원의 5분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지적이었다 |
ⓒ 최나영 |
① 최나영의 5분 - 윤석열 정부 예산안을 겨누다
9월 5일, 노원구의회 본회의장.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최나영 의원이 처음으로 본회의장에 섰다. 5분 자유발언을 하기 위해서이다. 대부분 5분 발언에서는 지역 현안이 등장하는데 최 의원의 5분은 달랐다. 그는 "오늘 발언 요지는 '중앙정부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문제점'입니다"로 시작하여 정부의 2023년 예산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취지를 묻자 최 의원은 "위기감이 너무나 컸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전기, 가스 등의 민영화 문제 사안은 정말 중요한 일이고 주민들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5분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열린 노원주민대회에서 주민들이 뽑은 대정부 10대 요구안 중 1위는 '전기, 가스, 수도 등 민영화 반대, 에너지 공공화, 요금 인하'안이 차지했다. 최 의원은 지금도 정부와 서울시 복지예산 삭감에 따른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에서 아동돌봄사업 예산 중 하나인 노원 아이휴센터 예산을 삭감하여 보건복지위원으로서 굉장히 분노했었다고 한다.
▲ 최나영 의원은 첫 구정질의에서, 노원구가 고용한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다는 사실을 질의했다. 노원구청장은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
ⓒ 최나영 |
"제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지난 10월 5일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최나영 의원 사이의 대화가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최 의원의 첫 구정질문 데뷔 무대였다. 어쩌면 패기 높은 진보정당 의원과 구청장 사이에 긴장이 흐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최 의원은 준비한 의제들을 하나씩 질의하였다. 구청장은 모두 "좋은 의견"이라고 호응하며, 최 의원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였다.
의원들에게 구청장과 질의 응답은 1년에 딱 두 차례 주어진다고 한다. 최 의원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하였다. "진짜 정책 토론을 해보고 싶었어요", 최 의원은 구정질문을 이슈를 만들기 위한 자리,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자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구정 질문다운 자리를 만들겠다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노동자 서민부터 챙긴다'는 진보의정활동의 정체성을 입혔다. 구립 하계실버센터 요양보호사들이 생활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질의했다. 탄탄한 사전 조사와 관련 조례를 기초로 제시한 최 의원의 제안에 구청장은 즉시 호응하였다.
"노동자들에게 빼앗긴 임금을 되찾아 준 일! 이것이 가장 기뻤던 순간입니다"
최 의원의 4개월을 단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최 의원은 비정규직 현장에 집중하는 의정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년에는 돌봄 노동자대회를 꼭 개최하고 싶다"는 최 의원의 의정활동 중심에 '노동' 두 글자가 단단히 새겨져 있었다.
③ 주민들 덕분에 갖게된 첫 번째 의원 권한은 '자료조사권'
_네 번째 노원주민대회를 준비하다
▲ 최나영 의원실에 걸려있는 노원주민대회 사진 |
ⓒ 진보당 |
최 의원은 주민대회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2019년 가을 수백 명의 주민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요구안을 만들고, 그 중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그것이 노원구 정책으로 반영되어 변화를 만들었다.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고, 저소득층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최 의원이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거둔 성과는 올해 주민대회가 전국 30여곳으로 확산된 것만 보아도 그 파장의 크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노원주민대회가 올해 다시 같은 장소(중계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열렸다.
최 의원은 "모이면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주민들이 갖고 있다"며 주민대회 성과를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행사 자체를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본 행사 역시 토스트 판매 노점, 아파트 경비노동자, 병원 노동자, 대학생 등 다양한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의원이 되어 준비했던 4회 주민대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최 의원은 "자료조사권이라는 큰 권한이 생겼다"면서 "3년 동안 알지 못했던 내용을 단 하루 만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변화라고 말했다. 청원하는 입장에서 자료를 받아보고, 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주민의견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주민대회의 취지는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회 주민대회에서 최 의원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 "주민의 힘을 키우는 것" 최나영 의원은 전국 최초로 주민대회를 만들어, 4회째 노원주민대회를 진행해왔다 |
ⓒ 최나영 |
▲ 지난 10월에 열린 제 4회 노원주민대회의 모습. 노원주민 500여명이 모여 주민요구안을 채택했다. |
ⓒ 최나영 |
④ "이태원 참사, 지자체 행사도 이렇게는 안 할 거예요!"
최 의원을 방문한 날, 노원구청 앞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었다. 지난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맞이해 이태원에 집결한 시민 156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친(11월 5일 기준)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최 의원은 이틀 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 최나영 의원은, 현 집권세력이 국민 안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으니 매뉴얼도 없었던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
ⓒ 진보당 |
"지자체도 그렇게는 안 해요. 사람이 200명만 모여도 행정력이 정말 긴장하거든요.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예요"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최 의원은 구의원이 되어서 지자체의 여러 행사를 경험하면서 이번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마약 단속에 집중된 130여 명의 경찰만이 배치되었다는 것은 정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에게 정치인으로서의 다음 목표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다.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웃음) 이제 겨우 내년 계획이 하나둘 생각날 정도입니다. 미래의 계획은 전혀 고민 밖의 문제입니다."
▲ 노동자들에게 빼앗긴 임금을 되찾아준일이 구의원 되고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는 최나영 의원 |
ⓒ 진보당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진보당은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장진숙)를 두고,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지방의원> 연재기획은 지방자치위원회 편집팀에서 공동 취재해 기고한 글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태원 참사,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한 말이 끔찍하다
- 이상민 경질 요구에 대통령 비서실장 "인사청문회 제도가..."
- "참사 말고 '사고'로 쓰라?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 의회가 준 이상한 검은리본... 국가애도기간에 숨이 막혔다
- 시나노골드, 생산지에선 이렇게 끓여 먹습니다
- 공진단·우황청심원에 금박 씌우는 이유
-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뜨끔 하신 분들 보세요
- 음주, 흉기 버젓이... TV는 안 되는데 OTT는 된다?
- '이태원 사고'라고 쓴 포털 다음, 카카오의 정부 눈치보기?
- "윤 대통령이 할 일은 이 사태 책임지는 것... 대국민 사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