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특이한 도자기 봤어? 백두산을 닮았네
[권미강 기자]
▲ 최창석 작가의 회령자기 1300도를 견뎌낸 회령자기는 그 빛이 더욱 오묘하다 |
ⓒ 권미강 |
마치 분화구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진 듯 표면에는 구멍이 여기저기 숭숭 뚫려 작은 칼데라호수처럼 느껴진다. 매끈한 표면을 가진 도자기들 입구에는 붉은 용암 같은 꽃이 피어있다.
모두 회령자기란다. 백자와 청자, 분청사기 정도야 잘 알려져 있지만 회령자기라는 이름은 참으로 생소하다. 대륙과 맞붙은 한반도 최북단인 회령지방에서 비롯된 자기인데 원래는 여진족자기문화와 맞닿은 도자기유형이라 한다.
▲ '더불어 호탕하게' 포스터 이정수 사진작가와 최창석 도예가 콜라보 전시인 '더불어 호탕하게'는 오는 11월 20일까지 전시된다. |
ⓒ 갤러리 단정 |
한반도 북쪽 도자기다 보니 남한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자기인데 최작가는 1999년 경, 처음 회령자기를 알게 됐단다. 도자기 관련 논문을 보다가 마주친 회령자기에 대해 여러 도예가들과도 적잖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다.
백자, 청자, 분청, 옹기 등등 하고 싶은 도자기는 웬만큼 해온 그에게 회령자기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단다. 특히 볏짚재를 이용한 예측 불가능의 영역은 모험심 강한 그에게는 도자기를 만드는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켰단다.
▲ 백두산 용암이 흐르듯 회령자기 마치 백두산 용암이 흐르다 멈춘 듯 한 회령자기. 두껍게 바른 유약이 용암의 그것처럼 느껴져 더욱 신비롭다, 그 옆은 최창석 작가의 계룡산 분청 작품 |
ⓒ 권미강 |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회령유약을 직접 만들고 흙을 보다 다양하게 사용했는데, 회령자기를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한 가마에서 내고 싶었다고 했다. 만들어 놓은 유약이 모자라 급하게 유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굵은 채를 이용하다보니 입자가 굵어서 오히려 백두산 천지 느낌을 도자기로 구현해낸 것 또한 회령자기만의 예측불허 즐거움이라고 했다.
20여 년 전 직접 제작한 장작가마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그걸 모르고 불을 땐 데다 불이 많이 지나가는 바람에 유약이 과도하게 흘러내렸고, 온전하게 꺼낸 작품은 25%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작품들은 저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드러내며 1300도가 넘는 고온을 견뎌낸 기쁨인 듯 절로 빛을 품어냈다.
▲ 용암이 분출하듯 용암이 분출하듯 꽃이 피듯 느낌을 회령유약에 진사유약을 이용해 연출한 최창석 도예가의 회령자기 |
ⓒ 권미강 |
백두산 동쪽 회령지방에서 태어난 회령자기를 백두산 사진과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 10월 29일까지는 여주 백웅도자미술관에서는 '다시 꽃피는 회령자기' 최창석 도예전을 열었다.
동시에 두 개의 전시를 한다는 게 부담이 됐지만 '기왕 기회가 왔으니 무리해서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다는 그는 덕분에 올 한해를 무척 바쁘게 보냈다. 전통장작가마 작업은 장작을 패는 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봄부터 매진해야만 했고 덕분에 생활자기류 작업은 뒷전이라 경제적인 고민도 컸단다.
▲ 장작가마에서 회령자기를 직접 제작한 장작가마에서 회령자기를 꺼내는 최창석 도예가. |
ⓒ 권미강 |
"도자문화 자체가 소외된 세상에 살고 있어요. 도자문화 중에서도 더 소외된 회령자기를 부각시켜 본다는 것, 이번 작업과 전시는 어려움 속에서 작은 불빛을 따라간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봐요."
▲ 전시 오프닝에서 노래하는 최창석 도예가 최창석 도예가는 작업이 힘들 때마다 노래와 기타로 피로를 달래곤 한다. 덕분에 지역에서는 버스킹 가수로도 알려져 있다. 전시 오프닝에서 노래하는 최창석 도예가. |
ⓒ 권미강 |
최창석 도예가의 회령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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