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동생 사외이사 지원서 보니… ‘672→118자’ 분량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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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남동생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에 사외이사직을 지원하면서 낸 직무수행계획서를 정정했다.
기존 직무수행계획서에는 '친누이가 질병관리청장'이라고 명시해 백 청장의 신분을 직접적으로 노출했으나 '지위 이용' 논란이 일자 허위 작성된 계획서라고 밝힌 뒤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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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남동생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에 사외이사직을 지원하면서 낸 직무수행계획서를 정정했다. 기존 직무수행계획서에는 ‘친누이가 질병관리청장’이라고 명시해 백 청장의 신분을 직접적으로 노출했으나 ‘지위 이용’ 논란이 일자 허위 작성된 계획서라고 밝힌 뒤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주식회사 디엔에이링크는 전날 오후 백 청장 동생 백모씨가 지난 8월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를 정정공시했다. 회사 측은 “공시된 직무수행계획서가 후보자가 작성하지 않았음에 대해 후보자 본인이 직접 소명한다”고 정정 사유를 설명하면서 백씨가 재작성한 직무수행계획서와 확인서를 첨부했다.
직무수행계획서는 사외이사 선출에 필요한 일종의 자기소개서에 해당한다. ‘증권의 발생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3-15조 제3항 제3호’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시 후보자는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백씨는 지난 8월 디엔에이링크에 제출한 사외이사 후보자 직무수행계획서에 “본인은 화학 전공이지만 가족 형제자매들이 현재도 의료 및 제약업계에 종사하며 저와 업무적 연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마침 친누이는 2대 질병청장의 임무를 맡은 백경란 청장”이라고 적었다. 또 (누나가) 중임을 맡아서 더 책임감 있는 관련 기업이 연구개발과제 등 국가 방역으로도 중요한 시기”라고 백 청장을 거듭 언급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백씨가 누나인 백 청장의 지위를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백 청장은 전날 국회 복지위에서 이와 관련한 지적을 받자 “동생이 직접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고 서명도 위조된 것으로 확인했다. 금감원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정정 공시를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질병청도 별도 입장문을 내고 “소액주주연대 A씨가 백 청장 동생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동생의 의사와 무관하게 허위로 계획서가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백씨가 다시 작성해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는 내용이 대폭 수정됐다. 본래 직무수행계획서는 11문장, 672자로 비교적 길게 적혀있었지만 새로 제출한 계획서에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만 3문장, 118자로 간략히 정리했다.
다만 백씨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이미 백지화된 상태다. 해당 안건은 지난 8월 26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됐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심의되지 않았다. 이후 주총에는 다른 후보들이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가면서 백씨는 이 회사 사외이사에 선임되지 못했다.
디엔에이링크는 진단키트를 생산·수출하는 유전자 분석 전문업체로 올해만 해도 질병청과 코로나19 유전체 분석 계약을 3차례 체결했다. 백 청장 취임 이후 백씨가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에는 이전 계약보다 6배 큰 1만5000건 규모의 분석 계약을 맺었다.
이를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백씨의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의도적으로 밀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올해 1월에 소량 계약으로 해당 업체의 분석 능력을 점검한 뒤 5월 2차 계약을 진행했다. 7월 이후 다양한 오미크론 하위변이가 급격하게 국내에 유입됨에 따라 대량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업체 선정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조달청 입찰 과정 등을 통해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선을 그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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